우리팀의 대화법, 다른팀에게는 외국어가 아닌가?

6-1. 다른 팀에게 우리 팀의 가치를 설득하는 대화법

by jaha Kim

≪팀 리더의 대화 설계: 무섭게 성장하는 ‘유능한 리더’의 말하기 방법론≫


PART 6. 팀을 대표하는 리더로서의 대화법

6-1. 다른 팀에게 우리 팀의 가치를 설득하는 대화법



당신은 ‘당신 부족의 언어’로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개발팀은 지난 3개월간 밤을 새워 시스템의 낡은 코드를 모두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 기술적으로 엄청난 성과다. 당신은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영업팀과의 회의에서 이 사실을 발표한다.


개발팀장:

“여러분, 드디어 저희가 백엔드 리팩토링을 끝냈습니다! 주요 API의 평균 응답 시간을 2000ms에서 300ms로, 무려 85%나 단축시켰습니다. 쿼리 최적화로 DB 부하도 절반으로 줄였고요.”


하지만 영업팀장의 얼굴에는 어떤 감흥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한다.


영업팀장:

“아... 네. 고생하셨네요. 그래서... 그게 저희 이번 분기 고객 이탈률 막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죠? 지금 당장 고객에게 보여줄 새로운 기능이 급한데, 그런 건 없고요?”


이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서로의 성과를 인정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 바로 조직을 병들게 하는 ‘부서 이기주의’의 시작이다. 이 보이지 않는 벽은 왜 생기는 걸까?


이는 우리가 같은 회사 안에서도 각기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다른 종족(Tribe)’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종족은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숭배하고, 영업 종족은 ‘고객 이탈률’과 ‘매출’을 숭배한다. 각자의 언어로만 우리 팀의 위대함을 외치고 있으니, 다른 종족의 귀에는 그저 의미 없는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기억하라. 설득의 대화법은 ‘증명’이 아니라 ‘번역’이다


우리는 우리 팀의 성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면 상대방이 당연히 이해하고 협조할 것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영어만 아는 사람에게 한국어로 “한국어는 정말 위대한 언어야!”라고 감탄하는 것과 같다. 상대방은 듣고 있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


영미권에서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는 비전문적인 언어로 말할 때, 흔히 “Speak English!”라고 외친다. 이는 단순히 영어를 쓰라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언어로 말하라’는 강력한 요구다.


유능한 리더는 우리 부족의 언어로 우리 팀의 가치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 부족의 언어로 우리 팀의 가치를 ‘번역’하여 들려준다. 리더의 역할은 우리 팀의 성과를 자랑하는 ‘발표자’가 아니라, 다른 팀의 성공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임을 증명하는 ‘외교관’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말이 그들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 부족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은 사라지고 진정한 협력의 다리가 놓인다.




왜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까?: 인지 터널


심리학의 ‘인지 터널(Cognitive Tunnel)’ 현상은 우리가 왜 부서 이기주의에 빠지는지를 명확히 설명한다. 이는 극도의 스트레스나 특정 목표에 과도하게 몰입할 때, 우리의 시야가 말 그대로 터널처럼 좁아져 바로 옆의 중요한 정보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위기 상황에 처한 비행기 조종사가 경고등이 켜진 계기판 하나에만 집중한 나머지, 바로 옆에서 울리는 더 치명적인 경고음을 듣지 못하는 것과 같다. 조종사의 눈에는 오직 그 계기판만이 세상의 전부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리 팀들도 마찬가지다. 각 팀은 자신의 KPI라는 터널 안에 갇혀있다. 개발팀은 ‘서버 안정성’이라는 계기판을, 마케팅팀은 ‘브랜드 인지도’라는 계기판만을 바라본다. 이 터널 안에서는 오직 ‘우리 팀의 목표’만이 유일하게 중요한 진실처럼 보인다.


유능한 리더는 이 인지 터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터널 안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언어로 말을 거는 노력을 한다.




‘그들의 언어’로 말하는 3단계 번역 설계


1단계: 그들의 ‘사전’을 입수하라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대 팀의 ‘사전’을 입수하는 것이다. 그들이 매일 어떤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지, 무엇을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삼는지(KPI)를 파악해야 한다.

“영업팀장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재무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무 지표는 무엇입니까?”


2단계: ‘공동의 목표’라는 로제타석을 찾아라

서로 다른 언어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면, 두 언어로 함께 쓰인 ‘로제타석’이 필요하다. 우리 팀의 목표와 상대 팀의 목표가 만나는 단 하나의 ‘공동의 목표’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 개발팀의 ‘안정성 확보’는, 결국 영업팀의 ‘4분기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3단계: ‘그들의 성공’을 주어로 말하라

마지막으로, 우리 팀의 요청사항을 ‘우리의 필요’가 아닌 ‘그들의 성공’을 위한 제안으로 번역하여 전달해야 한다.

[BAD]

“서버 안정성을 위해 예산을 증액해주십시오.”

[GOOD]

“영업팀이 4분기 매출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저희가 서버 증설을 통해 시스템 중단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우리 부족’의 언어 vs ‘상대 부족’의 언어


[BAD] 데이터팀장이 마케팅팀장에게 새로운 타겟팅 모델을 제안한다.

“팀장님, 저희가 이번에 머신러닝 기반의 새로운 고객 예측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정확도가 기존 대비 30%나 향상되었으니, 다음 캠페인부터 이걸 활용해 주십시오.”

→ 마케팅팀장에게 ‘머신러닝’, ‘정확도 30% 향상’은 그저 복잡한 기술 용어일 뿐이다. 오히려 새로운 시스템을 배워야 하는 ‘일거리’로 느껴진다.


[GOOD] 데이터팀장이 마케팅팀의 언어로 제안을 ‘번역’한다.

“팀장님, 혹시 ‘캠페인 광고비 대비 수익률(ROAS)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계신가요?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모델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광고 예산을 줄이고 구매 전환율이 높은 고객에게만 집중하여 20% 정도 개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 저희가 이 모델로 간단한 A/B 테스트를 지원해드리는 건 어떨까요?”

→ 자신의 성과(ROAS 개선)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에, 마케팅팀장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실천 체크: 지금 당신의 언어를 ‘번역’하기 위한 3가지 질문


Check 1. 나는 상대 팀의 ‘핵심 목표(KPI)’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Check 2. 나의 제안은 우리 팀의 목표와 상대 팀의 목표를 연결하는 ‘공동의 목표’를 담고 있는가?


Check 3. 나의 제안서는 ‘우리 팀의 성과’를 주어로 쓰는가, ‘상대 팀의 성공’을 주어로 쓰는가?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우리 부족의 언어는 벽을 만들지만,
번역된 언어는 다리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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