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아니라 ‘조사’가 실패를 자산으로 만든다

5-3. 팀의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대화법

by jaha Kim

≪팀 리더의 대화 설계: 무섭게 성장하는 ‘유능한 리더’의 말하기 방법론≫


PART 5.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화법

5-3. 팀의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대화법



왜 우리의 ‘실패 회고’는 언제나 ‘법정’이 될까?


야심 차게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처참하게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소집된 회의실. 하지만 공기는 무겁고, 팀원들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리더가 입을 여는 순간, 회의는 진실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고 서로를 비난하는 거대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된다.


“누가 책임자인가?”, “왜 제때 보고하지 않았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팀원들은 방어벽을 쌓고 입을 닫는다. 결국 우리는 실패의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흩어진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기억하라. 실패는 '수사'가 아니라, 원인을 찾는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는 실패를 ‘범죄’로 착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범인’을 찾아 처벌해야 하는 ‘수사(Prosecution)’를 시작한다. 하지만 유능한 리더는 실패한 프로젝트를 ‘범죄 현장’이 아니라, 다음 성공을 위한 단서가 숨겨진 ‘사고 현장’으로 본다.


그들의 역할은 범인을 기소하는 ‘검사’가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항공기 사고 ‘조사관(Investigator)’이 되는 것이다.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관들은 결코 조종사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으로 조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이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조종사의 비행 기록,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기체의 결함, 항공사의 정비 프로세스 등 사고에 영향을 미친 모든 시스템의 조각들을 모아, 실패의 전체 그림을 재구성한다. 그들의 최종 보고서에는 ‘조종사의 과실’이라는 단편적인 결론이 아니라, ‘조종사가 그런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적 원인’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개선안이 담긴다. 이것이 바로 실패를 통해 인류 전체의 안전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위대한 학습의 과정이다.




왜 우리는 범인을 찾으려 할까?: 비난의 심리학


그렇다면 왜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조사관’이 아닌 ‘검사’가 되기를 선호할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석학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조직이 학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방어기제(Defensive Routine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방어기제란, 실패와 같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개인이나 조직이 당혹감이나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그건 제 책임이 아닙니다”, “데이터가 잘못되었습니다”와 같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리더가 ‘검사’가 되어 범인을 색출하는 순간, 팀 전체의 방어기제는 극도로 활성화된다. 모든 팀원은 다음 수사를 피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고, 서로를 비난하며, 솔직한 대화를 멈춘다. 결국 조직은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학습 불능 조직’으로 전락하고 만다.




픽사는 어떻게 재앙을 ‘전설’로 만들었나


1998년, 픽사는 ‘토이 스토리 2’의 개봉을 1년 앞두고 재앙과 마주했다. 누군가의 실수로, 지난 2년간 작업한 영화 데이터의 90%가 서버에서 삭제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 하지만 팀은 백업 시스템을 믿었다. 그러나 더 큰 절망이 찾아왔다. 백업 시스템마저 몇 달째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수백 명의 땀과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재택근무를 하던 한 기술 감독이 개인 컴퓨터에 영화 파일을 백업해 두었던 것이다. 영화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픽사의 리더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누가 삭제 버튼을 눌렀는가’라는 범인을 찾는 대신, ‘왜 이런 재앙이 일어났는가’라는 시스템의 원인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단 하나의 백업 시스템에 의존했던 ‘프로세스의 실패’를 문제로 정의했다.


이 사건 이후, 픽사는 모든 데이터를 여러 단계로 백업하고 검증하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번의 끔찍한 실패 경험이,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질 모든 성공의 가장 단단한 주춧돌이 된 것이다.




‘비난 없는 회고’를 위한 3단계 대화 설계


1단계: 안전한 ‘조사실’을 만들어라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 대화의 목적이 ‘수사’가 아닌 ‘조사’ 임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범인을 찾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오직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에만 집중할 겁니다. 모든 의견은 안전하며, 비난은 절대 금물입니다.”


2단계: ‘사람’이 아닌 ‘블랙박스’를 분석하라

“누가 그랬어?”라고 묻는 대신, “그때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물으며, 실패까지의 과정을 사실 기반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프로젝트 시작부터, 시간 순서대로 어떤 이벤트가 있었는지 ‘블랙박스’를 열어 함께 복기해 봅시다. 첫 번째 마일스톤은 언제였고, 그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렸죠?”


3단계: ‘재발 방지 보고서’를 함께 작성하라

마지막으로, 발견된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좋습니다. 논의 결과, 우리의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다면,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이 문제를 막기 위해 어떤 새로운 규칙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면 좋을까요?”




실천 체크: 당신의 실패 회고는 어떤 질문으로 채워지는가?


Check 1. 나는 회의 시작 시, ‘비난 없는 학습(조사)’이라는 원칙을 먼저 선언했는가?


Check 2. 나는 ‘용의자(사람)’를 심문하는 대신, ‘블랙박스(과정)’를 함께 분석했는가?


Check 3. 나의 회의는 ‘기소 의견’으로 끝났는가,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끝났는가?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평범한 리더는 실패의 ‘책임자’를 찾고, 위대한 리더는 실패에서 다음 성공의 ‘설계도’를 찾는다.



#실패관리 #리더십커뮤니케이션 #회고 #포스트모템 #시스템사고 #팀장말하기 #문제해결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 #심리적안전감 #말로일하기

https://brunch.co.kr/brunchbook/fotade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