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반대 의견과 딜레마를 조율하는 대화법
PART 5.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의 대화법
5-2. 반대 의견과 딜레마를 조율하는 대화법
신제품 출시를 앞둔 회의실. 개발팀장과 마케팅팀장이 원고와 피고가 되어 날카롭게 대립한다.
“안정성이 최우선입니다. 기능 A, B는 다음 버전에 넣어야 합니다!”
“지금 A, B 기능 없이는 시장에 명함도 못 내밉니다! 출시는 무조건 이번 달에 해야 합니다!”
‘품질’과 ‘속도’. 양측의 주장은 모두 타당하다. 이때 리더는 양측의 주장을 듣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의 자리에 앉게 된다. 하지만 판사의 망치가 내려지는 순간, 한쪽은 승자가 되고 다른 한쪽은 패자가 된다. 팀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회의실은 진실을 찾는 법정이 아니라, 승패를 가르는 전쟁터가 되고 만다.
우리는 종종 주어진 선택지(A or B) 안에서만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리더가 빠지는 가장 위험한 ‘판사의 함정’이다.
유능한 리더는 판사의 자리에 앉기를 거부한다. 대신, 두 명의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건축가’의 자리로 이동한다. 그리고 질문을 바꾼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원하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질문을 바꾸는 순간, ‘원고 vs 피고’의 대립 구도는 사라지고, ‘우리 vs 해결해야 할 건축 과제’라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리더의 역할은 두 개의 주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주장의 장점을 모두 담은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분법적 사고(Dichotomous Thinking)’라고 부른다.
이 사고방식은 ‘A가 옳다면 B는 틀렸다’는 결론으로 우리를 빠르게 이끌어, 명쾌한 판결을 내리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이 본능적인 뇌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A와 B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탐색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다.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고전 『Getting to Yes』는 이 딜레마를 푸는 가장 강력한 열쇠를 제공한다. 바로 ‘입장(Position)’이 아닌 ‘이해관계(Interest)’에 집중하라는 원칙이다.
✓ 판사의 시선: 각자가 겉으로 주장하는 해결책, 즉 사수하려는 ‘성벽(입장)’에 집중한다.
✓ 건축가의 시선: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 이면에 숨은 진짜 욕구와 두려움, 즉 그들이 성벽 안에서 지키려는 ‘보물(이해관계)’을 본다.
판사는 상대방의 성벽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건축가는 한 걸음 물러나 두 클라이언트에게 정중하게 묻는다.
“당신이 그 성벽 안에서 지키려는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소모적인 전투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개발팀의 보물(고객 신뢰)’과 ‘마케팅팀의 보물(시장 선점)’을 모두 안전하게 품을 수 있는 ‘제3의 건물’을 함께 설계하도록 만든다.
1단계: 건축의 ‘목표’를 합의하라
두 개의 성벽을 허물기 전에, 두 사람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더 상위의 목표, 즉 ‘우리가 함께 이 건물을 짓는 이유’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두 분 모두 ‘이번 신제품의 성공적인 런칭’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 동의할 겁니다. 맞습니까?”
2단계: 각자의 ‘보물’을 확인하라
성벽을 쌓은 이유가 아니라, 성벽 안에서 지키고 싶은 ‘보물’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개발팀장님이 ‘안정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그 안에 ‘고객 신뢰’를 지키고 생길지 모르는 오류 개발의 리소스를 줄이고 싶으신 거군요.”
“마케팅팀장님이 ‘속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 안에 ‘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지키고 싶으신 거고요.”
3단계: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라
두 개의 보물을 모두 확인했다면, 이제 이 보물들을 한 건물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설계도를 함께 그리는 ‘AND’ 질문을 던질 차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고객 신뢰’를 지키면서도(AND), ‘시장 선점’이라는 전략목표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설계도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핵심 기능만 담은 MVP 버전으로 먼저 출시하는 건 어떨까요?”
Check 1. 나는 ‘판사’처럼 판결하기 전에, ‘건축가’처럼 공동의 목표를 먼저 물었는가?
Check 2. 나는 상대방의 ‘성벽(주장)’이 아닌, 그 안에 숨겨진 ‘보물(욕구)’에 대해 질문했는가?
Check 3. 나는 ‘A냐 B냐(OR)’의 함정을 벗어나, ‘A와 B를 모두 만족시키는(AND)’ 새로운 설계도를 그리는 질문을 던졌는가?
판사의 대화는 죄의 유무를 나누지만, 건축가의 대화는 모두를 위한 하나의 공간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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