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의 정의: 통찰로 다시 쓴, 사전에 없는 일의 언어
조직개편(組織改編)의 사전적 정의는 '조직의 편성이나 짜임새를 고쳐 다시 짬'입니다.
직장인들에게 이 단어는 공포와 혼란의 동의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공지사항이 뜹니다. 멀쩡하던 팀이 쪼개지고, 낯선 본부와 합쳐지며, 내 옆자리의 동료가 바뀝니다. "지금도 일 잘하고 있는데 왜 굳이 바꾸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대부분의 직원에게 조직개편은 윗분들의 알 수 없는 정치 싸움의 결과이거나, 책상을 옮겨야 하는 귀찮은 행정 절차, 혹은 내 자리가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는 '생존의 통보'일뿐입니다. 그래서 개편 시즌이 되면 일보다는 소문이, 성과보다는 눈치가 조직을 지배합니다.
그러나, 조직개편은 윗사람들의 정치 놀음이나 단순한 인력 재배치가 아닙니다.
경영진이 모여 내년도 조직도를 그릴 때,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은 "누구에게 권력을 쥐여줄까"가 아닙니다. "올해 우리 회사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누구에게 맡겨야 해결될까"입니다.
회사의 전략이 바뀌면 가장 먼저 사람이 움직입니다. 전략은 말로 할 수 있지만, 조직개편은 그 전략이 '사람의 배치'라는 구조로 굳어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신사업 팀이 커졌다면 그곳이 미래의 먹거리라는 뜻이고, 잘 나가던 부서가 쪼개졌다면 그곳에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조직개편의 본질은 "누구랑 친하게 지낼까"가 아니라 "올해의 문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정하는 결정입니다. 시장이 바뀌었거나, 경쟁에서 밀리고 있거나,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 때 회사는 그 문제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구조를 다시 계산합니다. 즉, 조직도는 권력 지형도가 아니라, 회사가 당면한 문제들을 누가 책임지고 풀 것인지를 보여주는 '문제 해결 분담표'입니다.
즉, 당신의 자리가 바뀐 것은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당신에게 "이제 이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풀어달라"라고 미션을 재배정한 것입니다.
개편 직후가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은 완성된 권력 체계가 아니라, "이 문제를 이렇게 배치하면 풀릴 것이다"라는 회사의 '전략적 가설(Hypothesis)'이기 때문입니다. 그 혼란은 실패가 아니라, 이 새로운 '문제 해결 지도'가 현실과 맞는지 검증해 나가는 치열한 영점 조절의 과정입니다.
바뀐 조직도를 보며 당신은 무엇을 읽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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