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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Oct 02. 2023

마당놀이

투투이야기


산책을 하고 온 투투는 마당에서 더 놀겠다며 버틴다. 조그만 녀석이 줄을 잡아당겨도 꿈쩍하지 않는다. 줄을 풀어주니 신나게 뛰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마당은 탱이에 의해 진즉에 초토화되었고 그 초토화된 마당을 투투가 가세하여 날마다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낸다. 오늘도 투투는 땅파기 삼매경에 빠졌다. 마당엔 또 여러 개의 분화구가 생겼다. 다 놀았는지 현관에서 "아흥~" 하며 문 열어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녀석 흙발을 하고 코에도 흙이 잔뜩 묻어있다. 문을 열어주니 냉큼 욕실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투투야. 그거 아니? 집 짓고 나서 돈 아낀다고 엄마랑 형아가  직접 잔디 심느라 개고생 한 거. 외부 업체에 맡기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일을 2박 3일간 빡세게 하고 이틀 동안 허리가 아파 누워있었지. 결국 엄마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단다. 그래도 초록 잔디가 깔린 마당에 파라솔도 놓고 좋았는데, 파라솔 그늘에 앉아 비빔국수도 먹고 노을을 보며 차도 한 잔 마시고 아껴놓았던 와인도 마실 땐 은행 대출도 잊을 만큼 흐뭇했어.


그런데 지금은 말이야. 너희들의 오줌과 발길질에 꽃들은 진즉에 사라졌고 안방 창을 가릴 만큼 크던 단풍나무도 어흑~ 너희의 만행으로 죽어버렸어. 날마다 파헤치는 너희의 발톱에 잔디는 군데군데 그 흔적만 남았구나. 아, 옛날이여~ 왜 눈물이 나는 거냐. 어흑! 엄마는 다시 그림 같은 마당을 가꾸고 싶은데 안 되겠지?

그래, 잔디와 꽃밭이 뭔 대수겠니. 덕분에 풀도 자랄 새가 없구나. 고마워. 그저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어흑~~


  


엇, 개미가 기어가네. 먹을까?...
음, 여기 탱이 형이 누워 있었군.
파파박, 뭐가 잡히는데, 발끝에 뭔가 느껴져.
킁킁킁, 킁! 킁! 컥!
코도 박고, 핥아도 보고, 엄마는 하지 말라 하고
바람 좋다. 아, 햇살도 좋아. 아랫집 진돌이는 뭐 하나.
으쌰~ 파바박~ 나는야 땅 파는 개
투투가 파놓은 흔적들. 엄마는 애저녁에 잔듸도 꽃도 포기했다
불 켜 주세요. 발 닦아야 돼
헤헤, 얼른 발 닦고 간식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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