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이 책은 신비스러운 심리학자로 알려진 칼. G. 융의 자서전이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가치 실현의 역사다.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은 외부로 나타나 사건이 되려 하고, 인격 역시 무의식의 조건에 따라 발달하며 스스로를 전체로서 체험하려고 한다. 나는 이와 같은 형성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과학적인 용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과학적인 문제로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접해 본 것 중에 가장 이상한 자서전이자 가장 매혹적인 책이다. 저자는 외부의 사건은 필요한 부분 이외에는 최소화하고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 공간만으로 침잠한다. 이에 대해 이 책을 편집한 아니엘라 야페는 "나는 종종 융에게 외적인 사건들에 대해 물어보았으나 얻는 것이 없었다. 인생 경험의 정신적인 정수만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으며, 그것만이 애써서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라고 진술한다.
융의 이런 내적 고백에는 처절한 고독이 묻어 있다.
"고독이란 주변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전할 수 없거나 자기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간주될 때 생기는 법이다. "
" 사람들에게 무의식이 얼마나 낯선 것인지,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다."
파우스트가 말한 "아, 내 가슴에 두 영혼이 살고 있다'는 말이 구원과도 같았다는 그의 고백이 그의 고독을 더 짙게 해 준다.
나는 늘 동시에 두 개의 영역에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하나는 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싶으나 할 수 없었고, 또 하나는 무의식적인 면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은데, 꿈의 형태 이외로는 더 잘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의 이런 고백은 그 자신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폐쇄성을 띤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화를 잊은, 무의식의 세계를 잊은 인류 전체를 향한 연민을 담은 외침이었다.
인류에게 결정적인 물음은 "당신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의 시금석이다. 무한한 것이 본질적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 때에야 비로소 나는 결정적인 의미가 없는 하찮은 일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모를 대는 개인적인 소유로 생각하고 있는 이런저런 지위들 때문에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인정받기를 고집할 것이다
다음 꿈은그의 사상이 말년에 절정을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꿈은 삶에서의 사유가 아닌 삶으로부터 해방을 향한 그의 여정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 꿈에서 나는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나는 어떤 작은 거리에서 언덕진 곳을 지나고 있었는데, 햇빛이 비치고 사방으로 넓은 시야가 펼쳐졌다. 길가 어느 작은 예배당에 이르렀는데 문이 반쯤 열려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제단 위에는 성모상도 십자가상도 없고 다만 화려한 꽃들이 예쁘게 정돈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때 나는 요기 한 사람이 제단 앞 바닥에 연꽃 자세로 나를 향해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을 보았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그가 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깊은 충격을 받고 잠에서 깨어나 생각했다. '아 그렇구나, 그 사람이 나를 명상하고 있었구나.' 그가 하나의 꿈을 꾸었는데 그것이 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두 개의 세계에 있는 느낌이었다. 하나는 융의 내면세계를 탐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의 현실 의식이었다. 집 서재에서는 융의 세계에서 나의 현실 의식으로 서서히 돌아올 수 있어 이질감이 없었으나, 직장에서 읽을 때는 현실 의식으로 돌아오는 데 이질감이 크게 느껴져 현기증이 났다.
융의 자선전은 꿈과 환상으로 이루어진 내용이 많아 구상화 작업이 어려웠다. 그때 다음의 책들이 도움이 되었다.
내 생애 처음 만나는 칼. G. 융 /부제: 우리 마음의 심층구조/ 사카모토 미메이 저
만화책이다. 이 책은 꿈의 내용을 그림으로 형상화 시켜주어 융에 한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융의 자서전에는 없는 초년기의 사촌 여동생과의 강령회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고, 중간에 그의 개념을 간단하게 정리해놓았다. 그의 아내 엠마와 비서 토니에 대한 내용도 더해졌다.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 /클레어 던 저
이 책은 후반기 사상에 비중이 높고 영혼의 치유가로써의 위치를 확인해 준다. 다른 이들과 주고받은 서신으로 융의 내적 갈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본 융에 대해서도 적절한 예시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들과 사진들이 있어서 융을 이해하는 데 조감이 좋다.
융처럼 꿈 얘기로 이 글을 마무리해 보려 한다. 융을 읽기 시작한 며칠 후, 잊히지 않는 꿈을 꾸었다. 자동차로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워 여행을 가는 데, 이상한 계단을 발견했다. 물아래로 향하는 계단이었는데, 난 겁에 질려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없었다.
나는 이제 융의 세계로 간다. 브레이크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