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친구의 부고가 떴다.
자살이란다. 복잡한 가정사도 들려온다.
단지 그것뿐이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니 무엇 때문에 그런 선택에 몰렸을까?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기에 내겐 그의 젊은 미소만이 기억된다.
나는 대학을 늦게 다시 다녔기에 동기들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났다.
군대를 다녀와 입학한 그 아이도 다른 동기들과 나이 차가 많았다.
우리는 노땅이라는 나이로 묶여 무리지어 몰려다니곤 했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책 한권을 빌렸다.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라는 책이다.
그 친구는 배흘림기둥 보다는 오토바이에 기대는 게 어울렸다.
“나는 책 빌려주지 않아요. 빌려준 책은 돌려받지 못하거든요”
“ 돈 워리, 누나 믿어라”
그러나 난 책을 돌려주지 못했고 그 아이의 예언은 영원히 실현되었다.
졸업 후 각기 삶의 영역이 달라지면서 우린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살아서도 마주치지 못한 시공간이었기에
그를 잃은 상실감이 좀처럼 현재화되지 않는다.
돌아갈 곳을 잃은 책은 부채감으로 남아 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죽음
‘ 난 이제 준비 되었어’ 라고 호기를 부리다가도
막상 그 앞에 서면 좀처럼 의연해지지 않는다.
잘가라, 친구야.
난 이 시공간에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조금 더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