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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살린 Jul 10. 2020

1. 백수일기

진짜 백수다


2020 / 06 / 12

드이어 백수가 되었다.

어느날  눈을 뜨니, 더 이상 출근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없고, 나이는 많고, 미래는 불안하다.

아 ~~악 .... 그런데 일은 더 하기 싫다.

아닌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결심이 서자, 일단 사의를 표하고, 후임을 찾는 일에 착수했다.

몇 번의 전화와 카톡을 돌리니, 후임이 정해졌고, 사의는 받아들여졌다. 이 사람들..... 잡지도 않는다

소요된 시간은 3시간 정도...

이 곳에서만 10년 째,

미련,,,,, 개나 줘버려


내 인생에서 백수인 적이 있었던가?

학교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보태야 했고,

졸업하자마자,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취직을 했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내 전공은 행정학

대학시절 내내 도서관에 앉아 토익을 공부하고 VOA를 들었는데, 헐~~ 그게 취직공부였을 줄이야.


그러나 스믈스믈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가르칠 자격이 있나?

이런 걸 가르쳐야 하나?

주입식 교육과 문법 교육에 충실했던 나의 영어 실력은

네이티브를 만나면 뒤로 도망치던 죽은 영어였다.

아니 내가 영어 속에서 죽을 지경이었다


어느 늦은 토요일

뒹굴뒹글 TV를 보는 데, 한 사람의 인생다큐가 방영되고 있었다.

아~~악 저거구나!

그때도 그랬네. 빌어먹을 이 ~~ 영감, 내면의 목소리, 그리고 또 블라블라

바로 사표를 내고 후임을 구하고 서점에 가서 수능책을 샀다.


나름 치열한 공부 끝에 원하는 대학에 입학

동기들과는 상당한 나이 차이..

나름 꼰대가 안되려고 노력했으나 지금 생각해도 이불킥하는 꼰대질 몇개가 떠오른다.

미안하다, 얘들아


그리고 졸업 후 취직, 개업, 망하고 또 취직, 고향내려와 또 취직


이제 그 취직자리를 지금 청산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기나긴 이력이 이렇게 몇 줄로 줄여지다니.

그 사이 사이 치열한 고뇌는 문장 사이로 숨어 들었다.


이제 뭐하지...

나에겐 독서 클럽이 있지.. 책이 밥 먹여줄까?

나에겐 유튜브가 있지.. 그건 이제 겨우 구독자 천명이야...

나에겐 작은 출판사가 있지.. 창고 물류비 내면 마이너스야

나에겐 강의가 있지.. 일년에 많아야 10번, 먹고 살겠냐


이제 뭐하지..

영감, 목소리, 가슴 뛰는 것

없다.


삶이 어떻게 살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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