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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민주주의, 그리고 경제

악법도 법이긴 하지만, 법을 못고치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by 제이니



해외에 근무할 때, 한창 두바이나 아라비아 국가들이 개혁한답시고 이것저것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금융시장에서도 두바이 금융센터라든지에 근무했던 친구들이 많아서 두바이가 런던과 홍콩/싱가폴 사이의 시간대를 커버할 수 있는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을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슬람 금융등이 인기를 끌고 소득세가 없는 두바이의 환경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동료나 전문가들은 금융인 답지 않게 매우 '확실' 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바나 아부다비등 그나마 발전된 아랍국가라 해도 법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Rule of Law 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가장 처음 배우는 법철학이다. 왕정인데다 법이 지배층에 의해 아무때나 임의대로 바뀌어질 수 있고, 그것을 견제할 세력 또는 권한이 명시된 헌법이 없기 때문에 그 나라들은 법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혹자는 그래도 법이 있지 않느냐 하는데, 당연히 독재국가나 왕정국가라해도 성문법은 존재한다. 다만 지배층에 의해 임의대로 해석되고 집행이 임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법에의한 인치라 하여 Rule By Law 로 설명한다. Rule By Law 는 법이 표면적으로만 존재하고, 해당 법집행과 입법/수정등은 특정층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일종의 괴뢰법치인데, 법학에서는 명확히 구분하는 개념이다. 심지어 이슬람금융조차도 상품 중개를 끼며 수수료율이 폭증하는 이슬람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지배층만들 위해 샤리아율법을 지배층 임의대로 해석해 만들어진 괴물같은 상품일 뿐이다. 당연히 여러분의 친구인 일반적인 무슬림들은 접근할 수 없다. 2000년대의 아랍은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날거라는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아랍의 봄이 무참이 짖밟히고 법치는 요원해졌으며, 2020년대의 아랍은 20년간 아무 발전도 없으며, 아랍인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억압받는다. 이 모든 것은 제대로된 헌법의 부재와, 이를 만들거나 수호할 동기가 전혀 없는 독재자나 왕들 때문이다.


어떤 사회의 법 및 법치주의의 완결성은 곧 경제결과로 나타난다. 내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것도, 큰 회사가 건설계약을 따내는 것도, 금융시장에서의 금융계약 모두가 계약법에 의해 분쟁을 조절하는데, 해당 조정을 오로지 법에의해서만 한다는 믿음이 사라지면 그나라의 모든 계약경제는 무너지게 된다. 자국민간의 거래에서는 관습이라도 개입해 조정을 해 줄 수 있지만, 외국과의 거래에서는 해당국의 법체계가 어느정도 이상의 법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하며, 약간 위험하면 보험으로 처리하지만 일정이상 위험하게되면 거래 자체가 되질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왕이 '이런이런 거래는 무효' 라고 해도 그것을 견제할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지인들중에 동남아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거의 망했다. 심지어 필자의 아버지의 친구분은 인도네시아에서 매우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현지인이 법적으로 수를 부려 큰 회사가 하루아침에 날아가고 도망자 신세가 된 분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동남아국가들의 법은 외국인에게 차별적이며 매우 많은 독소조항이 있다. 단순히 시장만 보고 들어갔던 분들은 모두 망했고, 해당지역에 유력 정치인과 결탁한분들은 살아남았다. 나는 언제나 사업을 확장하려는 분들을 보면, 무조건 미국/일본에서 확장하라고 하는데, 비용때문인지 다들 동남아부터 갔다가 해당국에 자산을 '합법' 적으로 강탈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계엄이 정치적인 결단인 것은 맞지만, 계엄에는 법적 요건이 있으며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인 입법권이나 대표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국민이 법을 고치거나 계엄을 해제할 능력을 제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법치가 아닌 것이다. 계엄이 모든 법의 블랙홀이 되어서 '내가 권한을 받았으니 (수권) 내가 마음대로 입법을 해도 된다' 라고 명시하고 수권법을 활용해 국민을 탄압하고 전쟁을 일으킨 수염쟁이가 있으니 그게 바로 나치의 히틀러였다. 이 수권법의 근거가 바로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였는데, 이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고 집행했던 것이다. 지금 누가 하는 행동은 이런 법의 자의적 해석으로 한국을 무한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법은 법에대한 무지도 처벌한다. 법조항을 모르고 죄를 지었어도 법은 용서하지 않으며, 알고있었다면 법의 취지 또한 고려해서 준수하는것이 법치의 원칙이다. 알면서 고의적으로 자의적인 해석으로 법을 악용하는 것을 우리 사법시스템은 가장 경계하고 있다.


그럼 불법적인 계엄으로 훼손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국민이 입법권과 기본권이 없이 소수의 지배자에 의해 모든 입법/사법/행정이 집행되는데 어떻게 그게 민주주인가.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이다. 독재란 그저 왕이란 타이틀만 뺀 왕정국가라고 보면 되며, 14세기 영국의 입헌군주제보다도 못한 절대왕정이다. 절대왕정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드는 방법은 힘이 세면 제국주의, 힘이 약하면 자국민을 착취해 해외에 노동력을 수출하는 것 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국가가 동남아에는 아주 많다. 필리핀은 겉만 민주주의지 몇개 가문이 돌려가며 지배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민의 삶은 싱가폴/홍콩의 가정부로 노동자 해외수출로 먹고살고 있다. 자국에서는 산업이 없고, 있다해도 해당 가문들의 노예수준으로 착취당하니 해외에서 주말에 쫒겨나서 노숙하는 가정부로 사는게 더 나은 것이다. 국민이 주권을 포기하고 민주주의가 침식당하면 저렇게 되는 것이지, 복지정책 좀 하고 적대국과 유화책을 쓴다고 저렇게 된 나라는 없다. 아르헨티나가 저꼴이 난 것은 이전 정부가 복지를 퍼 줘서가 아니라, 그 후 군사정권이 막장정치를 해서 저렇게 된 것이다.


전두환씨가 경제에서 잘했다고 하는데, 1980년대 한국경제는 아직 자국민 노동력 착취비지니스였지 절대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었다. 그냥 때가 잘 맞았던 것 뿐이다. 독재정권이 노동력착취산업구조에서는 더 유리하다. 어차피 사람들 후려쳐서 노동력 따먹기 하는데 법치가 무슨소용인가, 해외 바이어들은 더 싸면 그만이다. 그런데 제품이 고도화되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 계약법이 발전하고 법치가 보장되어야한다.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고 그걸 실제 제품이나 컨텐츠로 만들려면 그러한 행동을 저해하는 법은 없애야 하는데, 당연히 독재정권은 그럴 수 없다. 그러니 사우디니 중국이니 아무리 나라가 크고 돈이 많아도, 문화컨텐츠나 소프트웨어들의 인적자본에 의해 만들어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별로 없다. 그냥 기름팔고 싼 노동력따먹기나 하면서 버틸때까지 버텨보는게 독재정권의 알파요 오메가다. 나혼자만 레벨업!


계엄한번 했다고 독재자일까? 독재자가 아닌 지도자중에 계엄을 전시나 실제내란 이외에 한 사람은 역사적으로 없다. 이번 계엄은 민주주의를 개박살내는 조항을 가득 담고 있는 불법계엄인데, 당연히 의도는 독재다. 법치를 파괴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로 혼자 잘먹고 잘 살고, 국민들의 경제적 앞날을 동남아나 아르헨티나급으로 만들어 더욱 지배층의 힘을 공고히 하려는 매우 반역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한국의 엘리트들은 지적 노력은 많이 하는데, 도덕적으로 문제들이 많다. 이번 사태에서 검찰출신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검찰출신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아서, '검찰' 출신이라는 빨간 딱지를 붙이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하다. 육사출신들은 자신들의 전쟁영웅 선배기수들이 갑종장교라며 깔보면서 세번 째 쿠데타를 시도했다. 갑종장교가 아닌 육사출신들은 실질적 전쟁 경험조차 없고, 군대가 뭐하는 곳인줄도 모르는 것 같다. 기수 문화에 쪄들어서 군 내 정치에 골몰하고, 보신만을 생각하다보니 채상병사건도 나고, 무당이랑 계엄계획이나 세우는 족속들이 되어버렸다. 당나라군대라고 하는데, 당나라군은 강군이었으며 세계적인 군대였다. 이런 당나라 군대에 비교하는 것은 절대 무리고, 우라돌격밖에 모르던 일본군 똥별들이나 정치질이나 하는 북괴군하고 비등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장군들은 훌륭하다. 육사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은 어떻게든 조직을 살려서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것도 사시 기수라는 말도안되는 문화와 검사동일체원칙이라는 대체 근본없는 원칙과 융합해 똥이 되었다. 검사에대해 배우면 검사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기관이라고 하면서, 그런걸 제어하기위해 검사동일체원칙이라는 상명하복장치를 끼워넣는게 말이 되나. 기수문화와 합쳐져 똥냄새가 미친듯이 나는 집단이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훌륭하다.


기수문화의 발원지인 일본제국조차도 그런게 사라져가는 판국에, 무슨 기수문화를 아직도 들고 설치는지, 육사와 검찰은 사조직인가? 기수를 따지는 행태 자체가 사조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법부 또한 국민이 선출해야한다는 강력한 믿음이 생기는 사건이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왔으며, 거짓말을 너무 쉽게 용서해왔다. 이제부터는 잊지말고, 용서하지 말자. 한국인들은 70년간 용서해주고 잊어줬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란 우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 하는 것이다. 제발 아파트 세금좀 깎아준다고 모지리를 뽑아 나라를 거덜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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