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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니 Dec 24. 2019

디플레이션

탐욕과 공포의 대 서사시

우리에게 있어서의 디플레이션이란?


여러분이 월급을 1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한달에 지출이 70만원정도 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1년 뒤에 월급은 100만원으로 동결인데 지출은 65만원이 되었다. 그런일이 일어날까? 디플레이션상황에서는 일어난다. 하지만 저정도 디플레이션이면 아마 누군가가 생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축 가능액이 30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오른데다가 물가는 떨어져있으니, 나의 35만원의 가치는 작년 35만원의 가치보다 올라있다. 이게 나쁜일인가 좋은일인가?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디플레이션을 왜그리 싫어할까?


그런데 왜 그들은 생 난리를 치게 될까?  그것은 부채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부채의 실제 가치를 감소시켜 기업과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도산율을 낮추고 정부 부채를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정도 의미로만 이해하면 된다. 투자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순수자본투자자가 아닌 부채를 쓰는 레버리지 투자자의 경우에도 부채부분의 실질가치 감소부분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추가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 부동산 투자자의 대부분은 자본차익과 실질부채감소효과 두 가지로 부를 일군 것이 일반적이다. 보는 눈이 뛰어나서도 물론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그런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크면 화폐가치가 급락하고 경제가 초토화가 되면서 기업이든 투자자든 모두 망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 예금자보다는 덜 망한다. 인플레이션이 적당하면 기업,투자자, 그리고 정부 모두 행복하다. 경제는 순항하며, 부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자산가격은 안정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는 빨리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이 온 경우, 부채가 없거나 적은 일반 가계, 무차입경영을 하는 기업, 재정건전성이 좋은 정부 빼고는 곡소리가 나게 된다. 전에는 10개팔아 갚던 부채가 지금은 11개~12개 팔아야 갚을 수 있는데다가 디플레이션은 추세가 오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재정여력이 상당히 줄어들어 탄력적으로 경기에 대응할 수가 없으므로 자칫하다가는 경제적 실정으로 정권이 바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레버리지 투자자의 경우에는 천천히 깡통을 차거나, 또는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


닭이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온 경우에는 모두 공황급 재앙, 또는 잃어버린 십수년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개인도 벌 돈이 없는데 돈의 가치가 올라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건들은 디플레이션때문에 공황이 온 것이 아니라, 공황이 와서 디플레이션상태로 들어간 것이고 그것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공황이 왔으면 필연적으로 부채가 폭발했을 것이고, 살아남은 기업도 부채의 부담이 상당한 상태인데 디플레이션까지 겹치니 지속적으로 쓸려나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공급발 디플레이션은 현재 진행중인 것 또한 맞아보인다. 하지만 현재 공황급 상태가 촉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업률이 낮은데 물가가 하락세라는 것은, 급여생활자들의 저축여력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한국기업 또한 부채비율이 높지 않은 상태이고, 정부마저 전세계에서 가장 재정상태가 좋은편에 속한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장 방법이 없는 것은 과도한 부채를 가지고 사업을하거나, 과도한 지출로 정부를 운영했거나, 과도한 부채로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다.


디플레이션에 통화정책?


단순히 디플레이션이 오니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바로 사이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총수요를 올려야 하는데 확장적 통화정책은 총수요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반드시 시중 유동성이 막혀 흑자도산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에서 재빠르게 사용하고 반드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대체하며 회수해야 한다. 공황을 성공적으로 탈출 했던 국가들은 모두 같은 방식을 따른다. 1929년에 촉발된 미국발 대공황의 후속처리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제국주의 일본 또한 해당 방식으로 당시 공황을 잘 탈출했다. 


우리가 IMF 시기를 유달리 혹독하게 겪은 이유는, 재빠른 확장통화정책의지가 미국에 의해 묵살당했기 때문이다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비참하잖나) , 거기다가 후속이 되어야 할 확장재정정책까지 IMF 의 협박아닌 협박에 의해 포기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 IMF 를 좋은 교훈으로는 생각하지만 성공적으로 헤쳐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 수십억달러 얻자고, 거의 수천억달러의 국부가 유출되었기 때문이다. 바보같은 정책의 세계사적인 기념비라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돌아가, 디플레이션은 정상적인 경제상태에서도 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수요발도 있지만 공급발도 있기 때문이다. 돌아가고 있는 경제상황아래서는 일정 밴드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은 정상적인 범주의 경제주체에게는 문제가 없다. 그러지 않았다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동안 왜 안망한건가. 디플레이션이 20년이 지속되었는데, 일본인들의 생활은 버블시기만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오히려 아베노믹스를 필두로 한 확장통화정책(이라고 쓰고 환율조작이라고 읽는) 이후 수입물가 상승으로 더 살기 팍팍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잃어버린 20년의 명암


일본경제가 활력을 잃었던 가장 큰 이유는,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의해 주식/부동산에 버블이 생겨 기업조차도 투기를 일삼다가 결국 버블이 폭발, 구제금융에 의해 기업들이 일본 시중은행들에게 팔렸기 때문이다.  살아남았다고 해도 엄청난 부채에의해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조차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년간 일본의 산업계는 일본 은행계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현재는 아베노믹스에 의해 더 심화되었다. 일본에는 PE 또는 LBO 가 거의 없는데,  PE 나 LBO 회사의 역할을 일본 시중은행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회사의 사외이사와 최대주주가 은행이라면 그 회사에 보수적 전략외에 다른게 있을까?


역설적으로 일본의 20년간의 디플레이션 때문에, 일본 퇴직자들은 나름 평온한 노후를 보내며 살고 있었다. 젊어서 벌었을 때보다 돈 가치가 훨씬 더 높아졌으니까. 누군가 등장해서 화폐가치를 마구 떨어뜨리기 전 까지는.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젊은층일수록 상승하고, 노년층일수록 극도로 떨어진다. 


욕망의 전차는 멈출 때 까지 멈추지 않는다


한국은 높은 가계부채외에는 디플레이션이 점화시킬 뇌관이 없다. 심지어 금융위기 직전직후조차 가계부채는 높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바뀐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천천히 오더라도 부채가 많은 가계들이 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한 효과가 언제 피부에 와 닿게 느껴질 지는 그 때 가봐야 알겠지만.   누가 왜 디플레이션에 핏대세우며 나라 망한다며 목높이 부르짖는지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가계,투자자,기업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분들의 탈출구는 확장통화정책에 있지, 확장재정정책에 있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2008년 이후 아무리 탈출구를 줘도, 일부러 탈출들을 안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것이 인간인 것이다.  "탈출하게 해줘!" 라 하며 정작 탈출하라고 하면 탈출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몇몇 인간들의 탐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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