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ay창업자는 억만장자가 되고 나서 무엇을 했을까?
오미디아 그룹과 임팩트 투자 방식에 대해서 알아보자
1998년 9월, 온라인에서 경매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eBay는 회사 설립 3년 만에 기업공개를 했다. eBay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 (Pierre Omidyar)는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다. 2020년 그의 순 재산은 17.3억 달러로 우리나라 돈 20조가 넘는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16.7억 달러이니 우리나라 최고 부자보다도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eBay의 기업공개가 되었을 때, 설립자 피에르 오미디아와 그의 아내 팜 오미디아 Pamela Omidyar는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산을 유용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즉각적인 사회적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오미디아 네트워크 Omidyar Network를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업인,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정치가 등 어느 정도의 부를 이루고 난 사람들이 자신의 재단을 설립해서 기부를 하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미국 자선문화의 일부이다. 재단을 설립해서 기부를 할 때는 보통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는 비영리 단체나 풀뿌리 조직 혹은 프로젝트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피에르와 팜 오미디아가 시작한 오미디아 네트워크는 필요해 보이는 일에 기부금을 전달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를 바꾸고자 하는 면에서 그 결이 다르다. 우선 이 조직의 구성부터 살펴보자.
오미디아 그룹 The Omidyar Group
오미디아 그룹은 2020년 현재 직원 220여 명을 거느린 거대한 우산과 같은 조직이다. 이 조직 안에는 테크, 교육,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Omidyar Network,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성인까지의 교육과 관련된 회사나 단체에 투자하는 Imaginable Future, 미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보다 나은 투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옹호단체 Democracy Fund, 하와이 지역의 식량 공급을 원활하게 하며 재생산 에너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자립환경을 위한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Ulupono Initiative 등 10여 개의 단체가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는 오미디아 네트워크로만 시작했었지만 교육, 테크, 에너지, 민주주의 등 각 분야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그 크기와 임팩트가 커지면서 네트워크는 이들을 분리시켜 하나의 조직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2004년의 오미디아 네트워크로 시작한 오미디아 그룹은 현재 10개의 서로 다른 조직을 보유한 거대한 벤처가 되었다.
자금조달 방식
이러한 단체들은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운용자금과 투자자금을 조달한다. 첫 번째는 피에르 오미디아의 신탁을 통해서다. 오미디아는 자신의 부를 오미디아 신탁 M.Pierre Omidyar Trust에 넣어두고, 오미디아 그룹에 속해있는 단체에서 투자를 하거나 기부를 통해 돈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신탁에서 단체로 전달해 준다. 실제로 피에르 오미디아는 자신의 자산 중 99%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약속했으며 그중 1% 미만을 자식에게 물려줄 거라고 약속했다. 그러한 그의 자산 중 일부가 현재 오미디아 그룹을 통해서 사회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투자를 통해서 이다. 자선 투자회사 philanthropy investment firm, 사회투자회사 social investment firm, 임팩트 투자펀드 impact investing fund 등으로 단체의 이름을 정의한 것처럼 오미디아 조직은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투자에는 사회 환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벤처들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지분출자형태의 투자형태도 있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하는 투자 이를테면, 주식(Public Equity)이나 헤지펀드(Hedge Fund), 채권(Fixed Income)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오미디어 네트워크만 봤을 때 이 비율은 임팩트 투자 37% 일반투자가 63% 정도의 비중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오미디아 네트워크의 Asset Class별 평균 자산 분할 비율. Source는 오미 디아 네트워크의 2005년부터 2018년도 회계감사자료를 참고했다임팩트 투자
피에르 오미디어가 일구어낸 이러한 조직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접근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임팩트 투자이다.
임팩트 투자는 측정 가능한 유익하고 사회-환경적 임팩트를 재무적 수익과 더불어 내려고 하는 의도가 담긴 투자이다. 오미디어 그룹에서는 비영리 단체,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 정부와 국제기구의 프로젝트 등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80% 정도의 투자가 초기 단계 early stage 스타트업을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고 20% 정도는 성장단계에 투자하고 있다. 그 규모는 몇 백만 원에서 수 십억까지 다양하게 구성된다. 2005년 이후 지금까지 오미디아 그룹은 1.6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정도를 투자했고 그중 절반은 비영리 단체에 프로그램 연계 투자나 기부의 방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스타트업 등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프로그램 연계 투자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 2005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투자 자산 규모는 111%나 성장했고 지금도 무럭무럭 임팩트 투자 규모는 커지도 있다. 교육 분야만 예로 들어도 오미디어 그룹은 지금까지 100여 개의 기업 및 단체에 2천억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출처: 오미디아 네트워크 세상을 향한 선하지만 강력한 임팩트 - 촉매 자본
그렇다면, 피에르 오미디어가 그의 자본 투자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미디어 네트워크의 투자 방향과 기준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Catalyst 즉, 촉매이다. 촉매 자본이라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촉매 자본은 다른 비슷한 종류의 자본이 같은 섹터로 들어올 수 있게끔 역할을 하는 자본을 일컫는다. 즉, 오미디아 그룹은 자신들이 투자하는 기업, 비영리 단체와 비슷한 분야와 섹터에 비슷한 류의 자본이 흘러들어 옴으로서 전체 임팩트 파이가 커져 궁극적으로 필드의 변화를 이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러한 촉매 자본의 역할이 가능한 이유는 지속적으로 쏟아 낼 수 있는 자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임팩트 투자라는 통일된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섹터에 적용할 수 있는 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미디아 그룹에서는 비단 비영리 단체나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투자 펀드에도 이러한 자본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여러 단계의 임팩트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펀드에는 영국의 브리지 펀드 매니지먼트 Bridge Fund Management, 아큐먼 Acumen, RSF 소셜 파이낸스 Social Finance가 있고, 이러한 펀드들과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나 토닉 Toniic 같은 비영리 단체도 오미디아의 펀딩을 받고 있다.
피에르 오미디아는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천히 하지만 강력하게 임팩트 투자산업이 커질 수 있게 동력원 역할을 했다. 그의 조직을 통해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렸고, 수백 개의 사회환경적 사명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회사와 단체가 펀딩을 받아 운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관, 정부, 국제기구 등이 오미디아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회 시스템을 바꾸거나 정책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인에서 시작해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까지 나무를 바라볼 뿐만아니라 숲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거대한 부를 창출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활용해 사회를 좀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이라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리고 그 소수 중 한 명이 바로 피에르 오미디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