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원 Nov 12. 2022

소울

우리는 살면서 꿈이 있어야 한다고 듣고,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름답고,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되면 인생의 정점에 오른 듯 행복하게 보여진다. 그리고, 영화라면 여기서 엔딩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연주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한다. 아마도, 재즈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거 같다. 안정된 직장, 연인을 포기하고, 일상의 기쁨을 외면하고, 가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 가족들의 환호를 받으며 꿈의 무대에서 멋진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온 그는 마침내 꿈을 이룬 그 날이, 그토록 특별한 날이. 앞으로 있을 많은 날들 중에 하나이며, 내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공허함에 사로잡힌다. 

아. 이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누구나 삶에 목표가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공짜는 없어. 뭔가를 더 내놓아야지 할 수 있는 거야. 등가교환 알지?"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가치가 더 크고 무거울수록 더 큰 보상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루었는데, 이루면 무언가가 확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냥 이룬 것일 뿐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 거기에서 오는 허탈감과 공허감. 이룬 게 당연시되면 잃은 것들에 대한 갈망과 아쉬움이 생긴다.

미디어에서는 무언가를 포기하고, 잘 된 사람들은 보여주지만, 딱 거기까지만 보여준다.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한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해철은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곡에서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라고 말한다. 23살의 신해철도 가수라는 꿈을 쫓아서, 부와 명성을 쫓아서 정상에 왔지만 별게 없다는 걸 느꼈을 수 있다.


사실 이런 말은 배부른 말일 수 있다. 이뤘기에 충족되었고, 충족되었기에 느껴지는 공허감.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은 주인공이 “나는 매 순간을 꽉 차게 느끼며 살아갈 꺼야.”라고 말하며 끝이 난다. 우리를 꽉 차게 해줄 불꽃은 직업이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 말한다.


꿈이란 것은 수단이다. 내가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 그걸 잊고, 수단을 목적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건 아닌지. 한번 뒤돌아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날의 새벽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