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맞은편에 서 있는 한 여자와 시선이 마주치고
그녀의 눈에서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눈빛을 보자
얼마 전에 작업을 걸던 여자가 바로 그녀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저 친구들이 하는 내기에 마지못해 응해서 한 것뿐인데
친구들이 가리킨 그녀에게 다가가 입에 발린 말로
맘에 없는 작업멘트를 몇 마디 날린 게 다인데
그게 죄라면 내가 지은 아주 작은 죄일 뿐인데
입이 싼 어떤 자식이 입을 나불거려 그녀의 귀에까지 이 얘기가 들어간 것이
그녀의 분노의 게이지를 상승시킨 원인
만약에 그녀가 주짓수 유단자인 걸 알았더라면
절대 그런 장난을 치지 않았을 텐데
절대 그런 허세를 부리지 않았을 텐데
절대 그런 플러팅을 하지 않았을 텐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녀가 나를 붙잡으면
바로 바닥에 쓰러뜨려서
백 초크로 목조르기를 해서 숨 막히는 고통을 주거나
암바로 한쪽 팔에 큰 데미지를 주거나
기무라로 팔을 꺾어버리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사이 신호가 바뀌고 땅을 박차면서 스타트를 끊는 그녀를 보자마자
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바로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한다
들고 있던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든 플라스틱 컵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자
얼음이 사방으로 튀고
부서져서 박살이 난 얼음이 마치 나의 모습이 될까 두려움이 밀려온다
지금 필요한 건 뭐?
걸음아 나 살려라, 오직 삼십육계 줄행랑뿐
달려어어~~~
202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