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강좌가 시작되기 전, 나는 A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가 삐걱했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와 A님은 서로의 의견을 말하느라 감정의 날이 섰다. 둘 다 모두 말이다.
강좌가 시작되기 전 대략 그 대립은 마무리되었다. 일단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아서 한 발 물러섰고 A님은 나름의 결론을 다했기 때문에 그쯤이면 되었다 생각한 것 같다.
우리는 수업을 받았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 둘 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걸어내려 갔다.
앞으로도 여러 개월 얼굴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A님은.
이 전에 한번 A님과 앙금이 쌓였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그녀와 나는 그 앙금으로 살짝 격해져서 설전을 했다. 다행히 그때 원만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으로 끝맺음되었다. 그러나 느낀 바가 있었으니 나는 A님과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님의 성격이 좋긴 한데 뭔가가 있다. 특이하달까 아무튼 남다른 면이 있고 그 면이 나와 충돌하는 것 같다. 사소하게 3~4번 그런 것을 느끼고 나니 겁이 나더라. 충돌하면 아프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A님과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나와 안 맞으니 더 이상의 상충이 없게끔 조심한 것이다. A님도 느꼈는지 굳이 더 다가오지는 않더라.
이번에도 조심을 했는데 이렇게 의도치 않게, 뭔가 말만 하면 이처럼 부딪치니 나도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어쩌겠는가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되뇌었다.
말했듯 A님과는 몇 개월을 더 마주치게 될 사람이다. 서로 굳이 나쁜 감정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지하철 역으로 걸어내려 가면서 온화한 분위기 형성을 위해 나는 몇 가지 사소한 것을 물었다.
"추석인데 음식 하세요?"
"내일, 우리 먹을 송편 만들어."
"깨 송편? 콩 송편?"
"깨 송편이지. 우리 집은 깨송편밖에 안 만들어"
"송편 먹을 줄 아시네~~"
"깨송편 먹으면..", "깻물~!", "씹으면 찐한 깻물이 찍~", "아아.. 너무 좋죠~"
우리는 깨송편의 고물인 설탕깻물을 말하며 예상치 못했던 공통의 감정으로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수업 전의 상황은 잊고, 그 순간은 A님에게 새로운 호감이 생겨나더라.
그래서 나는 고뇌가 생기고 말았다.
아, 참 재미있고 좋은 사람인데.... 왜 나랑 맞지 않을까?
어쩌면 A님이 아니라 내 성격이 남다른 것일까?
아닌데... 나 무난한데......
에이 참,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나 봐....
A님과는 친하고 싶은데 친하면 안 될 것 같은....
정말 백팔번뇌가 생긴다.
렛잇비... 순리에 맡기거라....
-------------------------------------------------------
누구에게나 친구는 어느 누구에게도 친구가 아니다.
(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