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장을 했다.
김치 소를 넣기 위해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이웃 어르신도 도와주러 오셨다.
어머니는 절인 배추를 골고루 배분하시며, 동시에 완성된 김치를 통에 차곡차곡 넣으셨다.
그리고 김장의 추이를 관망하셨다.
어머니가 보시기에 이웃 어르신은 베테랑이시니 믿음이 있으실 테고, 딸인 나는 그래도 몇 번 해봐서 할 줄 아는 게 보이셨을 게다. 그러나 우리 집 두 남자분은 생판 처음 하시는지라 속도가 좀 더디셨다.
어머니 왈 "소를 차근차근히... 한 장씩 이파리를 잡고 걷어올리면서... ."
두 남자분, 딴에는 정확하게 잎을 걷어올리면서 소를 넣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데 왜 그러나' 싶으신 것 같았다. 그래도 초짜라는 자각이 있어서 어르신과 나의 방식을 봐가며 더 제대로 넣으려고 노력하시는 기색이셨다.
어머니 왈 "거기서... 아니지... 끝을 잡고... 끝을 잡아서... 아니......"
한 남자분 왈 "그렇게 하고 있는데...."
다시 우리 어머니 "좀 야무지게 잡고 해봐요"라고 말씀하시며 약간은 다그치신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고 옆에 계신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 '이러려고 내가 김장 속을 넣고 있나~' 싶겠소."
모두가 웃음이 빵 터졌다.
'이러려고~', 역대급 유행어이다.
2
절에는 '목어'가 있다.
물고기 모양으로 깎은 나무로, 몸통 안을 비워 소리가 나게끔 만든 불공기(佛供器)가 그것이다.
스님들은 생선 먹으면 안 되시니까 밥상 머리에 목어를 걸어두고 밥 한 숟갈 뜨고 목어 한 번 쳐다보고... 나물 반찬 한 번 집어먹고 목어 한 번 쳐다보고........
그렇다. 나는 자린고비의 식사법을 스님들이 재현하는 줄 알았다.
스님들도 사람인데 먹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육식에 대한 식욕을 달래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게 뭘 몰랐던 어렸을 때의 내 생각이었다.
물고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생물이라서 본보기가 된단다. 물고기처럼 수행자들도 늘 깨인 정신으로 수행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부릅뜬 눈을 가진 목어를 만들어 놓았단다.
스님들만 수행자라 할까?
수행자만 깨어있어야 할까?
누구라도 깨인 정신으로 살아야 좋다.
옳고 바른 것에 대한 열망으로 눈을 뜨고 있어야 겠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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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만큼 장님 같은 사람은 없다.
-스위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