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스토리 7 - 020 - 멍울 5개 - 03

by 배져니






1


처음 진료를 보러 가서 멍울이 암일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의사선생님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은 암일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라고 했었다. 그 말씀에 어머니는 일단은 안도하신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그 의견을 전달하시자 아버지 왈,


"살겠구만, 천한 것이라 살겠어."


곁에서 듣던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천한 것이라 살겠다니?

내가 천해?


어머니가 곁에서 설명을 해주신다.


"옛말에 귀한 자식은 명이 짧고 천한 자식은 명이 길다고 그래서... 그 말을 농담한 거야."


그제야, 아! , 했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2


아버지의 속마음은 그런 것일 거다.

'내게는 귀한 자식이지만 그래서 명이 짧다면 천한 자식 취급할 테니 오래 살게 해달라.'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단 긍정적인 결과를 듣고 나시자 마음의 안도가 되신 아버지는,


"천한 것이라 살겠구만."


이라고 하신 거라 추측이 된다.


그 마음을 이해하면 감사는 하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 '천한 것'이라는 단어가 기분 좋겠는가?

나, 여자다. 여자가 천하면 그건 되게 수치스럽고 비루하고 못돼먹고 문란하고... 아무튼 굉장히 기분 나쁜 단어와 수식어들이 연상된다.

아무리 아버지지만 딸한테 천하다니? 천하다니? 응, 천하다니?

황당함과 화남이 공존하는데 그러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니 화를 낼 수도 없고...

나는 얼척없어서 열받고 어이없어서 웃기고, 화나다 웃다를 반복했다.




3


종국엔 웃음으로 마무리 지었다.

살아오면서 한순간도 아버지에게 귀한 자식이 아닌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표현법은 다소 무리수였지만 하늘을 속이기 위한 연기이실지도 모르겠다, 자식의 명을 길게 하려는.

어쩌면 아버지는 '살겠구만.'이라고 하시는 그 순간에도 자식이 하늘의 부름을 받을까 겁이 나서 끝까지 '천한 것'이라고, 귀한 자식 아니라고, 애써 주장하시는 것은 아니셨을까 싶다.


아후, 자식은 이렇게 아부지를 포장해 드리는데, 아부지는 아무리 하늘을 속이기 위해서라지만 좀 예쁘게 좀 표현해 주시지.. '천한 것이라 살겠다.'라는 건...

아.. 이해하는데 부아가 치민다.

너무 수치스러운 표현이었다구요옷~~.




4


그럼에도 그런 아버지를 애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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