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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전등은 LED 등이다.
지금에야 LED 등이 많이 저렴해져서 5만 원 남짓이면 살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 전엔 꽤 비쌌다고 한다.
그 시기에 아버지가 특별히 내 방에만 LED 등을 달아주셨는데 무려 24만 원짜리 등이었다고 한다.
그 때 당시가 기억난다.
아버지는 얼굴에 기쁜 기색이 가득하셔서 나를 바라보셨다.
당신이 좋은 것을 딸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시는, 자애 가득한 표정이셨다.
2
그래서 다른 방들이 예전 전등으로 다소 어두운 실내에 있을 때 내 방은 대낮같이 훤했다.
사실, 너무 환해서 이건 '빛공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나는 밝은 곳을 좋아하고 아무래도 밝으면 잘 보이니까 좋은 건 당연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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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지난 요즘, 내 방의 그 LED 등이 자신의 작업환경을 바꾸고 싶어 했다.
10줄의 LED 전구들이 줄줄이 맛이 가기 시작했다.
맛이 가려면 한 번에 팍 가서 꺼지면 좋을 텐데 비싼 거라 생명력이 강해서인지 이것들이 깜박이기 시작했다.
깜~박. 깜박 깜빡 깜박. 까아암바악~ 깜박.
그 깜박임이 어느 순간 박자를 타고 리듬처럼 깜박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았다. 이놈들이 클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구나.
그때 얼른 보내 줬어야 하는데 나도 요즘 바빠서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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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깜박이지 않고 떨기 시작했다.
파르르 빛이 떨다가 팍 꺼지다가 다시 몇 줄의 LED 전구가 파륵 하고 요동을 쳤다.
그래서 알았다. 이놈들이 나에게 극도의 파르르르 떠는 고단수의 깜박임으로 나에게 최면을 걸고 있구나.
얼른 떼어서 재활용으로 버려줘야 할 텐데,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5
금요일 밤을 새우고 아침 10시쯤 잠들었는데 자다가 깼다.
내가 자고 있는 침대 옆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씀을 주고 받고 계셨다.
보니까 아버지는 의자에 올라가 LED 등을 떼어내고 새 등을 달고 계셨다.
어머니는 등의 나사나 부품을 챙겨서 의자 위의 아버지에게 건네어 주고 계셨다.
아버지의 몸통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나는 잠시 더 자는 척을 할까 했다.
설치를 다 하시고 철수하시면 아무것도 모르는 져니가 어두컴컴한 방을 밝히고자 심란하게 파르르거리는 전등을 견딜 각오하며 켠다.
하지만 말끔하고 환하고 청량하기까지 한 환한 빛이 쏟아지는 등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어머! 이건 무슨 마술이지? 내방이 너무 환해!
이토록 환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전등을 본 적이 없어.
누가 영혼까지 밝혀주는 천상의 전등을 달아 주었지?
설마, 아버지와 어머니가? 정녕 우리 부모님이?
어마! 이런, 정말 진심으로 깜짝 놀랐네. 아버지 어머니, 저 놀라버렸잖아요.
아이 몰라. 정말 기뻐요. 감사해요. 호홋홋홋."
요래가며 사랑스러운 딸의 역할을 할까 하다가... 이제 사랑스럽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고, 그렇게 땀을 흘리시는데 '나 몰라라 자는 척'은 왠지 죄스러웠다.
슬며시 일어나 어머니 손의 나사를 받아들고 보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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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지금 이 순간, 최면 걸리는 것 같은 깜박임에서 벗어나 환하고 안정된 느낌의 빛이 내방을 채우고 있다. 안정감, 밝음, 평온함... 나의 이러한 감정들의 그래프는 계속 우상향 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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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