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집 사람들은 주전부리를 잘 하지 않았다.
2
어릴 적이야 여유가 없어서 주전부리를 쌓아놓고 할 수 없었고
과자 한 봉지 사서 먹는 게 어린아이의 낙이자 사치였다.
어른인 부모님은 가끔 과일이나 사서 드셨지, 주전부리?
그런 건 거의 모르고 사셨지 싶다.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져서 여유가 있어졌어도,
또 그땐 한창 일하시느라 시간이 없으셔서
여유 있게 주전부리를 할 짬이 없으셨다.
3
그러다가 이제 호시절을 맞이하셨다.
집안에 여유가 있어졌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지셨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고,
어쩌다가 간식을 마련하시면 그건 떡 정도랄까.
그 이상의 간식을 마련하지 않으시더라.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나는 떡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일할 때는 물 한 잔만 두고 바쁘게 일을 했으나,
이제 여유가 있어지니 입이 심심해지고 궁금해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떡은 잇새에 끼고 달라붙으니 정말 별로였다.
4
얼마 전에 입이 궁금한 걸 견디다 못해,
통 크게 과자 1상자를 샀다.
23가지 종류의 과자가 1상자에 담겨오는 상품이었다.
구입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과자 나부랭이를 이렇게 대량으로,
박스로 사는 게 온당하냐고 추궁당할 것 같아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깟 과자 1상자 사는 데 뭘 그리 새가슴처럼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평생 안 하던 짓을 하려면,
생활상에 '반'하는 행동과 소비를 하려고 하면,
그것도 부모님이 이해하시지 못할 행동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다 보면,
소심쟁이 져니의 배포가 더 쪼그라들고 만다.
5
사치스럽게 가방 사고, 구두 사고... 이런 것도 아니고
겨우! 정말 겨우! 에게, 겨우!
과자 사는 데 이렇게 심장 졸여하는 져니는 역시 소시민이구나 싶다.
근데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
6
사놓은 과자를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두 분... 상자에서 슬쩍 과자를 가져가 드시다가 져니에게 들키셨다.
"처음 가져와 먹는 거야."
...라고 굳이 변명을 하시는 것도 재미있다.
드신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내 몫으로 샀다고 생각한 과자 1상자가,
가족 모두에게 두루 애용된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나를 위해서만' 구입한 것 같아서 생기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져니는 기세가 등등해져서 다시 한 상자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된 이상
'이번엔 33개입 1상자를 구입해 볼까?'
...하고 벼르는 중이다.
7
과자를 다 먹었다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과자 하나를 들고 방에서 나오신다.
일부러 한 봉지를 숨겨두었다가 과자가 동이 났다고 아쉬워 할때
이 때를 기약하고 의도적으로 숨겨놓으셨던 것이다.
짠~ 하고 가지고 나오시는데, 정말 산타 같으시더라.
세 식구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8
우리 아버지, 장난꾸러기 같으시다니깐.
아무튼 조만간 1상자 재구매 의사, 확실시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