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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May 07. 2024

스타트업삼국지 #9 초선의 야망-1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하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하나?

초선은 중소기업이었던 왕윤의 회사에 계약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10년만에 임원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었다. 


그녀는 손을 대는 프로젝트마다 대박을 터트렸고, 왕윤의 회사를 자산규모 1조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마켓팅으로 업계에서 최연소 Creative director로서의 명망이 높아졌다. 


그러한 초선이 회사를 그만두었을때, 수 많은 회사들이 그녀를 스카웃하려고 줄을 섰던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동탁은 왕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기업의 회장이었는데, 짧은 기간에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대박을 터트리며 회사를 업계 1등으로 키워내었다. 


그 역시 초선과 비슷한 커리어를 통해 사업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초선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었기때문에 매우 적극적으로 그녀를 영입하기위해 노력했다. 


초선은 마켓팅 영역 외에 제품 기획과 설계까지 사업의 모든 영역을 직접 주도하여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동탁은 그러한 그녀의 욕구를 잘 파고들면서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껏 해보라"라는 말로 초선을 설득해냈다. 


초선이 동탁의 제안을 수락한데에는 사실 여포의 역할도 컸다. 


여포는 동탁의 회사보다 훨씬 더 큰 대기업의 전문경영인이었는데, 초선과 마찬가지로 공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CEO까지 성장한 배경을 가졌다. 


초선은 그러한 여포가 동탁의 회사에 합류한 점에서 동탁의 회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실제로 초선이 여포를 만나보니 여포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합리적이고 중저음의 목소리가 특별한 신뢰감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초선은 동탁과 대화를 할 때,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Creative director출신으로 말이 매우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따금씩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동탁의 질문에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여포 CEO로서 자신과 동탁 사이를 원만하게 조율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초선은 동탁의 회사에 본사 임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 업무를 시작할때, 초선은 매우 적극적이고 의욕이 넘쳤다. 


자신의 업무가 아님에도 회사 인테리어부터 전체적인 조직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내었으며 동탁도 그녀의 그러한 적극성을 고마워하며 공공연히 그녀를 그냥 직원이 아닌 파트너라고 주변에 강조했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과 함께 모든 것들이 문제없이 지나가는 듯 했다. 


갈등의 원인은 동탁의 회사가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에 있었다. 


많게는 한주에 수십명의 신입사원이 들어올 정도로 회사의 규모가 커지다보니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매달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면서 R&R과 리포팅라인이 변경되다 보니 기본적인 행정업무들에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전에 초선이 일했던 왕윤의 회사는 탄탄하게 조직력을 갖추면서 천천히 성장했기때문에 견고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탁의 회사는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지듯 성장하다보니 초선의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기초적인 인사,행정 이슈로 인해 업무진행이 딜레이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정도였다. 


초선은 시장의 트렌드변화에 민감하다보니 중요하지 않은 이슈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만이 점점 커져갔다. 


처음에는 Support를 해주는 유관부서에게 이슈를 제기하며 상황을 극복해보려했지만, 인내심은 곧 바닥이 났다. 


결국 초선은 점차 이슈가 생길때마다 바로 여포의 집무실을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초선만의 이슈는 아니었다. 


모든 조직이 그러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마당이고, 모든 이슈는 결국 CEO인 여포에게 집중되었다. 


여포는 최선을 다해 이러한 민원들을 해결하려하였지만, 그 역시 새로운 산업에서 일을 하게 된 상황이다보니 쳐내지 못한 일들이 점점 늘어가는 만큼 조직원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갔다. 


초선의 불같은 성격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선은 일이 진행이 안되면 여포의 집무실로 쳐들어가 닥달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조직도를 건너띄고 실무자를 불러 업무를 독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던 다른 부서의 사람들도 감정이 상하고, 회사에 하루에도 몇번씩 큰 소리가 들렸다. 


동탁은 동탁대로 너무 바빴다. 


동탁은 주로 굵직한 M&A 이슈나 민감한 대관 이슈들을 처리하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보니 임원들도 그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초선은 동탁과 커뮤니케이션하기가 어렵다보니 언젠가부터는 동탁의 의견을 구하는 일이 적어졌다. 


그녀는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조언은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고 설명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고 느꼈다. 


동탁은 동탁대로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부르지않으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에 대해 직접 찾아와 보고하지 않는 초선에게 불만을 느끼곤했다. 


자신이 물어보기 전에 최종의사결정권자인 자신이 알고 있어야하는 것을 먼저 알려주는게 맞지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탁은 회사에는 자주 나가지못했지만, 가끔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원로공신들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초대하여 술자리를 가졌다. 


초선을 그 자리에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그 역시 초선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동탁이 초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하자 원로공신들은 교묘하게 초선이 조직의 결속에 해가되고 있는지를 흘리듯 일러바쳤다. 


그러한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초선의 동탁의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악화되었다. 


동탁은 어느날 무슨 생각을 하다가 그녀에게 문자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빨리가려면 혼자가야하고, 멀리가려면 함께 가야한다." 


동탁은 초선에게 마음은 답답하고 급하겠지만 서두르지 말고 함께 일하고 있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성장을 기다려주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뜻이 전달되기를 바랬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받은 초선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녀는 짧게 답변을 보냈다. 


"저는 빨리가야 남들보다 멀리간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동탁은 자신의 뜻을 헤아리지않고 멋대로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초선의 태도에서 다소 불쾌감을 느꼈다. 


만나서 다시 이야기를 할 생각으로 더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않았다. 


다음날 오랜만에 사무실에 간 동탁은 초선의 집무실 앞에 큰 글자로 걸려있는 피켓을 보고는 빡이 도는 느낌을 받았다.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키거나. -나폴레옹" 


그 전에는 못보던 글이었는데, 어제 내가 보낸 메세지에 대한 답변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혈압이 올라 뒷골이 땡겼다. 


그러나 동탁은 굳이 진실을 확인하지는 않았고, 그녀를 부르지 않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동탁과 초선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져갔다. 


여포는 이러한 분위기를 조기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동탁은 현명하고 그릇이 큰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그리하였듯 초선을 품고 잘 쓸거라 믿고 신경쓰지 않았다. 


여포는 회사가 체계가 계속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니 정신이 없었다. 


그 역시 해외출장이다 뭐다 해서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는데, 그럴때마다 초선은 어김없이 큰 갈등을 만들어냈다. 


어느날 비용을 결제하다보니 초선의 부서에서 큰 규모의 외주비용이 올라와있음을 발견했다. 


해당 비용은 사전에 재가를 받아야할 만큼 큰 금액이었던 것도 문제였는데, 더 큰 문제는 외주의 내용이었다. 


동탁의 회사에는 이미 해당 외주작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있고 인력도 확보가 되어있었는데, 왜 외주를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초선을 부르기전에 관련된 사람들을 불러 상황을 확인해보았다.


초선이 작업을 요청해서 일정을 조율해서 답변을 해줬는데, 초선이 일정이 마음에 안든다고 자기마음대로 외주를 줬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어떤 부서는 답변을 하고 초선이 별 말이 없어 자신들도 해당 작업을 진행하다가 나중에 외주 사실을 알고 허탈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여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초선을 불러 차분히 그녀의 입장을 물어봤다. 


초선은 별거아니라는 듯이 회사 사람들은 게으르고 공무원마인드로 일하는것 같다고 조직의 기강을 잡아달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여포가 외주를 취소시키고 갈등을 봉합해보려고 보니 이미 비용만 나가지 않았을뿐 외주작업은 끝나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사건 몇가지가 반복되며, 초선에 대한 불만과 성토는 걷잡을수 없이 커져갔다. 


여포가 동탁을 찾아가니 동탁도 이러한 일들을 이미 알고 있는듯 하였는데, 감정의 골이 자신의 생각 이상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여포는 초선의 능력과 그녀가 제시한 프로젝트의 비전에 대한 신뢰가 컸다. 


여포는 깊게 고민하다가 초선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자회사를 만들어 동탁과 본사의 다른 부서들과 거리를 두는 아이디어를 냈다. 


초선에게는 모든 등기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자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였다.


동탁에게는 자회사의 지분을 본사가 100% 소유하도록 하여 동탁의 오너쉽을 침범하지 않도록 했다. 


초선은 처음에는 반가워하다가 나중에 이런 구조라면 자기도 지분을 달라고 요구를 해왔는데, 나중에 좋은 성과가 나면 일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조항을 넣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동탁은 초선을 자를 생각까지도 했었기때문에 지분문제는 잘되었을때 이야기니까 마지못해 승락했다. 


이렇게 분사를 마무리하자 조직은 평온을 찾는듯 보였다.  


그러나 진짜 큰 문제는 초선의 프로젝트가 대박이 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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