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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안 May 07. 2024

스타트업삼국지 #8 유비가 무너지던 날

유비는 도원결의 이후로 오랜기간 생존의 기로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사업을 이어나갔다. 


공손찬의 도움으로 낙양프로젝트의 외주를 수주하였을 때, 갑을병정에서 "정"의 위치에서 일주일에 120시간을 넘게 수개월간 일하며 코피를 쏟는 일은 다반사였다. 


대기업인 원소네 회사의 말단 직원이 스펙변경을 공유해주지않아 몇주간 일한 것이 허사가 되었을때도 자신이 제대로 말을 못알아들었다며 머리가 땅에 닿을만큼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변경된 스펙을 퇴근을 준비하는 관우에게 직접 전달할 용기가 나지않아 자료를 뽑아서 책상에두고 화장실에서 혼자 양말을 빨고 있을때였다. 


관우가 어떻게 알았는지 화장실로 유비를 찾으러왔다.


회의실에 앉자마자 관우는 유비의 자리에있던 서류뭉치를 유비에게 던지듯 탁자에 내려놓았다. 


관우는 아무말 없이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난 표정으로 이게 어떻게 된거냐는듯 유비의 입을 쳐다보았다.


순간 유비의 머리속에 그래도 내가 대표고 형인데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함께 같이 일을 하려면 관우의 이러한 무례함에  갈라설 각오를 하고 혼을 내줘야하지하는 생각에 무서운 표정을 지을 준비를 하다가 잠깐 이성을 찾았다. 


여기서 들이박았다가 관우가 관두면 그간의 노력이 무산된다. 힘들어도 어르고 달래서 데려가야한다. 아니 그래도 머리에 피도안마른 어린놈한테 뺨따구를 맞아 제일 힘들고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진건 난데.. 이건 아니지 않나하는 생각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했다.


관우는 평소와 달리 자신을 달래주지않고 유비가 말없이 표정을 자꾸 바꾸자 속으로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않으면 관둬버려야겠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차가워졌다. 


그렇게 두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답답한 관우가 눈에 쌍심지를 키우며 입을 열려는 순간 관우는 유비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았다. 


그 순간 관우의 마음속에  짜증과 분노는 사라지고 화장실에서 양말을 빨던 유비의 모습과 함께 애잔함이 가득해졌다.


그래 이 양반도 고생하고있었지, 한마디 설명도 없었지만 한줄기 눈물에 관우는 말없이 일어나 흩어진 서류뭉치을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이러한 고단한 생활을 반복했지만 유비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와이프를 처가집에 보내고 관우,장비와 사무실 근처 고시원에서 지내며  아침에는 짜파게티, 주말에는 신라면만 먹는 세월이 꽤나 흘러갔다. 


이러한 시간을 거쳐 유비는 왠만한 고난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고생 끝에 서주사업을 인수 하면서 처음으로 성과다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꽤 쾌적한 사무실에서 사무실 월세 걱정, 직원들 월급 걱정없이 영업과 제품개발에 집중하였으며, 아내에게 두둑한 급여를 전달하고 양가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릴 수 있게되니 이루말할 수 없이 삶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이러한 꿈같은 시간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장비가 술을 마시고 일을 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로인해 계약에 따라 사업권을 여포에게 빼앗기게 되고 말았다. 


처음에 사건이 발생하였을때는 어떻게든 수습을 하기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현실감이 없었다. 


사업권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그 동안 쌓아놓은 현금도 어느정도 있었고, 팀원들도 바짝 긴장해 열심히 일하며 사기를 잃지 않았다. 


배가 고플 때, 장을 보지말라고 했던가? 


유비는 다시 할 수 있다, 이 보다 훨씬 힘든 시절도 극복해왔다며 자신감과 여유를 내보이며 팀원들을 독려했지만, 유비의 마음 속에는 조급함이 스며들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실무를 챙기며 비용을 통제하는 식으로 타점을 챙겨야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과거의 외형을 빠르게 복구하기위해 홈런을 치려는 과감한 투자를 반복하면서 의견과 사실, 바램과 예측을 혼동하며 평정심을 잃어갔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실패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유비가 자기객관화를 자각하였을 때, 마치 교통사고 직후에는 느끼지 못했던 아픔이 시간이 흘러 갑자기 온몸을 강타하는 것과 같이 밀려들었다. 


팀원들에게 회사를 더 이상 운영할 방법이 없으니 이제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할 자신이 없었다. 


장비에 대한 원망, 여포에 대한 분노,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고 느꼈을때, 강철인줄 알았던 유비의 멘탈은 유리가 되어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유비는 마트에 들려 한 손에는 번개탄, 다른 한 손에는 소주3병을 들고 차에 올랐다. 


직원들 퇴직금으로 남겨두었던 얼마간의 돈은 현금으로 인출해 유서와 함께 집에 두고 나왔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정도 돈을 가족들에게 남기는 것은 용서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유비는 과거의 고생을 생각하며 다시 그러한 삶을 감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분명 예전에 이 보다 더 절망적이고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던것 같은데, 옛날에 겪었던 일에 비해 이건 아무것도 아닌거같은데, 견디기가 힘들었다. 


상실감때문인지 자존심때문인지 현실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자신의 결정에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깊은 어둠으로 마음이 한 없이 가라앉을 때, 문득 기도를 해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두손은 모으지는 않았다. 그냥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듯 기도를 해보았다. 


그리고는 시간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가 습관처럼 유투브를 틀어 쇼츠를 보았다. 


스크롤을 한참을 내리다 그만하려할 때쯤 영상속의 어느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할아버지는 인자하게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 If you lose money, you lose nothing.


- If you lose health, you lose something.


- If you lose character, you lose everything. 


유비는 생각했다. 내 Character는 무엇일까? 


한창 고생하던 시절에 지금보다 더 곤궁한 상황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이겨내던 과거의 자신이 생각났다. 


월급이 수개월 밀린 와중에 나중에 대박나면 강남에 집한채씩은 사주겠다고 큰 소리치던 넉살과 뻔뻔함이 생각났다. 


갑자기 찾아와 손에 돈봉투를 쥐어주며 직원들 챙겨주라던 선배에게 얼떨떨한 마음에 제대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지는 못하였지만, 나중에 백배로 보답했던 호기와 자존심도 생각났다. 


너는 나중에 꼭 성공할거라며 응원하던 친구가 다시 고마워졌다.


함께 일하다 서로의 입장차를 이해못하고 차가운 냉소로 자신을 내쳤던 친구도 그리워졌다. 


불평불만에 온갖 신경질을 냈었지만 결국 자신의 오더를 끝끝내 수행하며 자신을 끝까지 믿고 따라준 관우,장비가 보고싶어졌다.


이러한 역경을 몇차례 더 극복하고 마침내 우뚝선 미래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졌을때, 유비는 차에서 내려 번개탄과 소주병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인출했던 현금을 모두 은행에 다시 집어넣고, 직원들을 만나러 가며 마음속으로 수백번,수천번 외쳤다. 


- 나는 할 수 있다.


-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더 큰 절망이 와도 나는 또 이겨낼 수 있다. 


누군가 사업을 한다는 것을 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 산이 맞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산을 올랐는데 이 산이 아닌 경우도 있고,


이 산이 아닌 것 같아서 산을 내려갔는데, 그 산이 맞았던 적도 있다. 


그런데, 산을 올라가다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려갈 수도 없고, 이 산이 맞아도 과연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때, 


두팔로 기어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는 것, 그것이 나의 Character가 아니겠는가? 


라고 유비는 생각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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