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왜 포커, 사업, 투자를 하는가?
휴가를 포기하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 정말 할 거 별로 없는 대만같은 곳에서 열리는 포커토너먼트에 참가하여 앉아있다보면 설명하기 복잡한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오래 부동자세로 앉아있다보니 허리는 아프고,
핸드는 안들어와서 두시간 넘게 fold만 하고 있어 재미도 없고,
두시간만에 AK같은 핸드로 3벳하고 팟에 참여했는데 빗맞았다가
46같은 핸드로 기어들어와 보드를 잘 맞춘 운좋은 Fish들에게 농락당하고
참가비가 백만원인데 힘겹게 12%안에 들어 머니인을 해도 minimum 상금은 2백만원 남짓이라 오고가는 경비도 안나오고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어쩌다 대충 사연이 걸리면 그냥 EV는 -같지만 올인으로 밀어넣고 다시 Buy-in을 하든 그냥 호텔로 돌아가 잠을 자든 하고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기계적으로 테이블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옷차림, 팟참여비율, 레이즈 비율, 각 포지션에서 쇼다운되는 핸드들로 수준과 성향을 분류하고,
남은 인원, 평균 스택, 테이블 칩리더의 위치와 동향을 파악하고
돌아가면 처리해야할 일들 머리속으로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집중을 하려한다.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있지?
돈을 벌려고? 돈을 벌려면 이 시간에 일을 더하는게 맞는데 하는 생각.
취미인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는데 하는 생각.
겜블을 좋아하면 카지노에서 할 수 있는 훨씬더 자극적인게 많은데 하는 생각.
전 세계 챔피언이라도 되고 싶나? 그런 욕심이나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는데 하는 생각.
그래서 더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것을 왜 하고 있는가?
우선, 시간이 갈수록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좋다.
기복은 있겠지만 결국 등수와 상금이 점차 올라가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된다.
내가하는 포커에서의 의사결정이 +EV인지, -EV인지를 늘 생각하게 되고,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위해 노력하다보면 전반적인 삶, 일에서의 의사결정 능력도 좋아진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내가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이 좋아진다.
옳바른 의사결정을 했어도 결과는 안좋을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알고나니 삶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실패한다고 해도 옳바른 의사결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면 결과로 인해 그다지 괴롭지않다.
아, 한 가지가 더있다.
인간에 대한 관찰력이 향상된다.
인간의 성향, 욕심과 공포를 파악해낼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것을 규격화해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는것 같다.
근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강요받고 있다.
현금과 채권, 주식의 비중을 어떻게 밸런싱해야할지..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편입해야할지 말지..
왠지 바닥일것 같은 한국 자산시장과 왠지 고점일것같은 미국 자산의 비중을 어떻게 해야할지..
이러한 의사결정을 위해 환율, 물가를 종합한 경기의 방향을 판단해내야하고,
그 판단을 위해서는 국내외 정치,경제,외교의 역학관계에 대한 예측을 해야한다.
포커의 상황으로 이것을 단순화해보면..
보드에 4장의 카드가 깔린 Turn 상황에 탑피를 맞추고 Flush draw에 gut shot(빵꾸)인데, 상대가 빅벳을 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일단 지고 있는것 같은데 폴드를 하자니 역전가능성이 있고,
리레이즈 올인을 해서 상대를 폴드시킬 수도 있을것 같고,
메이드가 안될 수도 있지만 Call을 해서 River 한장의 카드를 더 봐도 되고,
내 의사결정의 EV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 같다.
수비적으로 안전하게 fold를 하거나
공격적으로 리레이즈 올인을 하거나
nuetral하게 call을 하고 리버 상황을 보거나
어쩌면 우리는 전 재산을 들고 포커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선택은?
다시 buy-in을 할 수 있다면 리레이즈 올인
Buy-in을 할 수 없고 머니인을 앞둔 버블구간이면 폴드
Buy-in을 할 수는 없지만 머니인까지 한참 남았으면 call
하고 있는 사업이 만약, 비젼이 있는데
Burn이 부담스럽게 크다면 접고,
Burn을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는 cash flow가 있다면 현상유지
Burn을 감당하는 것이 부담없다면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