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가 처음 장인의 가업을 물려받았을때, 이미 조조회사는 국내에서 재계서열 20위에 드는 대기업이었다.
조조가 경영을 맡으면서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그 결과 조조회사는 재계서열 1위의 글로벌기업이 되었다.
하후돈은 CTO로서 조조회사가 재개서열 20등에서 1등이 될때까지 묵묵히 함께 일하면 큰 공을 세운 개발자였다.
조조회사에는 허저, 전위, 서황과 같이 실력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개발자들도 있었지만 하후돈은 회사에대한 충성심, 근면함, 성실함, 우직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한번은 시급을 다투는 급박한 프로젝트 중에 염증이와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쪽 눈이 퉁퉁불었는데도 끝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내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뒤늦게 병원에 간 하우돈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는데, 조조가 당시 하후돈에게 느낀 감정은 고마움을 넘어선 감동이었고, 미안함을 넘어선 죄책감이었다.
인재에 집착하는 조조가 대단한 공을 세운것도 아닌 관우에게 여포의 빨간 스포츠카를 선물했을때, 다른 사람들은 질투어린 시기에 한마디씩 볼멘 소리를 해댔지만 하후돈을 그러한 조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자신의 일만 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우는 아이 떡하나 더준다고 했던가?
조조도 그러한 하후돈이 늘 고마웠지만, 보상을 하다보면 당장 떽떽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야하다보니 알게모르게 하후돈은 덜 챙긴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조조로서는 하후돈이 사촌관계라는 것 때문에 더 챙긴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신경쓰였다.
또한 언젠가부터 조조는 개발자들보다는 재무나 전략쪽의 임원들과 더 많은 만남을 가졌고, 얼굴을 맞대고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거의 없었다.
하후돈은 조조로부터 알수 없는 거리감과 서운함을 느꼈지만, 애써 그러려니 하고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하후돈이 CTO로서 조조의 오른팔이었다면 왼팔은 CFO인 곽가였다.
곽가는 업계 1위였던 원소회사를 인수합병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입지를 굳혔는데, 그 이후로 조조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CFO이자 CSO,COO 의 역할도 함께 맡다시피하였다.
조조는 곽가를 전략기획실의 실장으로 발령하고 전체 그룹의 성장방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겼다.
원소회사를 인수합병한 이후 조직은 거대해지고 사업의 범위도 방대해졌다.
곽가의 생각에 초기부터 일해온 하후돈, 하후연, 장합, 우금 등의 개발자들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것은 사업부를 이끄는 임원들이 그들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곽가는 결국 사업부의 구조를 사업목표와 제품군에 따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구조조정을 실행했는데, 이것은 기존에 터줏대감같던 개발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기존에는 개발자들을 모두 CTO인 하후돈 아래두고 요청에 따라 각 사업부에 적합한 개발자를 파견하는 매트릭스 형태로 관리를 했었는데, CTO조직에는 공통적인 R&D인력만 두고 나머지 개발자들은 사업부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했다.
결과적으로 CTO인 하후돈의 입지다 크게 줄어드는 결정이었다.
사업부에서는 개발자들에 대한 인사평가나 업무지시에 CTO실의 동의를 얻어야 해사 귀찮았다보니 이러한 변화가 반가웠지만 CTO실의 임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 마음이 불편했다.
CTO실의 개발자들은 연일 하후돈을 찾아가 이러한 불만을 터트렸고, 굴러들어온 곽가가 2인자가되어 박혀있는 하후돈을 자격하기위해 이러한 방법을 쓰는거라며 하후돈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한번 서운한 바람이 스며드니 하후돈의 마음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원래 말수가 적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하후돈이지만 부하직원들의 끊임없는 읍소를 듣고 있자니 조조에 대한 서운함이 한없이 커졌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조조 혼자 이룬게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고, 나혼자라면 몰라도 자신을 따르는 동생같은 개발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개발자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끼리 나가서 창업을 하자고 공공연히 떠들기도했고, 하후돈에게 개발자들이 다 나가면 조조도 소중함을 알지않겠냐는 속삭임같은 이야기들을 매일 같이 해댔다.
한층 마음의 갈등이 깊어지던 때, 하후돈은 자신과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중달을 불러 고민을 토로했다.
중달은 사실 전략실 소속으로 곽가의 직속부서의 직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역량이 곽가에 못지않은데, 곽가로 인해 빛을 보고있지 못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품고 있던 야망이 큰 인물이었다.
때문에 다른 전략실의 직원들에 비해 은연중에 CTO실의 개발자들의 비위를 잘 맞추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중달은 하후돈의 마음속에 일고 있는 폭풍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하후돈의 이야기를 한참듣기만 하던 중달은 속으로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자신에게 기회가 왔구나, 중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형님, 그러면 이렇게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
중달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하후돈의 마음에는 전에 없던 마음이 들었다.
“정말 그게 그렇게 될까?”
중달은 속으로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미 하후돈의 욕망과 상상은 자신이 이야기를 넘어 한참를 달려나가고 있음을 중달은 알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