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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삼국지 #14 조조의 운명-2

by 주안

곽가는 1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만족감을 느끼며 열정을 다해 일했다.


과거 원소회사와 파트너쉽을 맺어 노하우를 습득한 이후 경쟁 제품을 내어 원소회사를 밀어내고 마침내 원소회사까지 인수합병한 성공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사업분야에 쉼없이 진출하여 성과를 이루어냈다.

조조회사는 막대한 자본력과 두터운 인재풀, 독보적인 기술과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서 후발주자로 신규사업에 뛰어들어도 쉽게 경쟁자를 아웃시켰다.

다만 조조회사로 인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망하는 회사가 속출했는데, 조조회사와 같은 대기업이 영세한 사업자들이 먹고 살고 있는 골목상권까지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함께 커지기도 했지만 아직 크게 이슈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게 한창 확장을 하던 시기에 하후돈은 조조를 독대하였다.


중달의 조언대로 먼저 조조 덕분에 자신이 성공했다고 감사함을 표하고 과거에 함께 고생하던 추억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한쪽눈을 실명했지만, 조조의 뜻을 이룰 수 있어서 후회없다고도 이야기를 했다.

그간 느꼈던 섭섭함이나 기대에 못미쳤던 대우에 대해서는 일절 꺼내지도 앉았다.

조조는 무척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미안함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어느정도 쿠킹이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하후돈은 조심스럽게 조조에게 CTO를 그만두고 사업부를 맡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자신이 불많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들을 몇명이라도 데리고 해당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자회사로 나가면 조조도 마음이 편하고 곽가가 더 일하기 좋지않겠냐는 식으로 충성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책임경영을 위해 자신도 자회사에 투자를 하고 상장을 시켜 조조에게 보탬이 되겠다고 포부도 내비췄다.

조조는 하후돈이 한쪽 눈을 실명한 이야기를 할때부터 이미 마음깊은 곳을 설득당한 터라 바로 구두 승낙을 하였다.

하후돈은 자신이 경영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니 개발자 몇몇 외에 전략사업실의 중달을 CFO로 데려가겠다고도 이야기해 바로 승낙도 받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조조로부터 들었을때 곽가는 마음속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이런식으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상장시키면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통제하기힘든 복잡한 이해관계를 만들어낼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대놓고 반대를 하기에는 하후돈을 비롯한 원로임원들과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많이 불편했다.

중달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다.

하후돈이 직접 중달을 지목했다는 것에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떻게 중달이 하후돈의 신임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중달은 하후돈으로부터 자회사의 스톡옵션을 받아 상장을 통해 큰 돈을 버는 것까지 이미 계산을 끝냈을것이 분명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이 모든 것들이 중달의 머리에서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반대를 하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도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체제를 갖추는 것이 조조가 자식들에게 그룹을 승계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논의가 내부에서 있었다.

당시에 곽가 자신이 나서 구글이나 애플같은 글로벌 최상위 기업들은 절대 하지않는 방식이라며 비판하여 명분을 중시하는 조조가 받아들였었다.


결국 곽가도 거센 반대를 하진 못하였고, 결국 하후돈은 원하는대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자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해당 사업부는 오랜 기간 R&D를 해서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물적분할을 하고 제품이 출시되자 매출과 이익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아주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상장을 할 수 있었다.

하후돈과 중달을 비롯해 스톡옵션을 받은 해당 사업부의 직원들이 돈방석에 앉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당장 이러한 결과는 조조회사에도 좋았다.


상장을 통해 그룹내 유보현금과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주가도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하후돈의 성공은 다른 조비, 순욱, 순유, 우금, 장료 등과 같이 다른 임원들의 욕망에 불을 붙였다.

모두들 어서 빨리 자신이 속한 사업부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하여 상장시키기위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단 맛을 본 조조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전개가 나쁘지않았고, 이러한 사업부 독립에 대한 욕구를 거절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회사의 대표가 된 이들은 밤낮없이 일해 성과를 내었고, 상장에 성공하여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

자회사로 간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상장 이후 짧은 시간동안 수없이 많은 부자들이 탄생하였다.


조조는 행복했다.


자신이 거느리던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고, 그들 모두가 조조를 칭송했다.

유보현금이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처다보기도 힘들었던 큰 규모의 인수합병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하나 큰 기업이 된 자회사들 대표를 모아놓고 워크샵을 가거나 회의를 주재하면 마치 광활한 속국을 거느린 황제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을 지켜보는 곽가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한때 엄청난 혁신기업이었던 조조회사가 구태 대기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자신이 한스러웠다.

그러나 이것에 제동을 걸기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너무 좋았고,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반대를 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곽가는 자신도 사업부를 하나 꿰차고 나가서 부자가 되어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기업가치가 오를대로 오른 조조회사의 스톡옵션으로는 업사이드가 크지 않다보니 떼돈을 벌고 있는 자회사의 대표들이 순간 부러워졌다.

자회사들이 하고 있는 저 사업들 대부분 곽가 본인이 결정하였고, 전략실의 직원들과 함께 초기 빌드업을 하지않았던가?

실행만 한 저들이 저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마음에 울적해졌다.


그렇게 조조회사는 천천히 병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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