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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콩 Apr 14. 2022

실종된 멕시칸들을 찾습니다

평균 매일 한 명씩 실종되고 있는 멕시코

지난주 토요일 오후 1시 즈음 기분 전환하러 대형마트 앞 스타벅스에 가서 e북을 읽었다. 2시간 후, 장을 다 보고 계산을 하며 택시를 불렀다. 우버 앱에 찍힌 가격은 56페소(3500원)


원래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은 도로로 돌아가야 하는데 무슨 일인지 경찰차가 그 도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래서 우버 기사는 어쩔 수 없이 유턴을 하고, 왔던 길을 지나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통해서 나를 집에 내려주었다. 최종 요금은 123페소(7600원) 기존에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같이 고생한 기사를 생각해 "그 돈으로 타코 먹어요"라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나중에 깨달았다. 그 도로에서 실종자 수색 중이었다는 것을...


월요일에 출근하여 중간중간 인스타를 확인하는데 멕시칸 친구들 스토리에 '실종자를 찾습니다'라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 올라온 여자를 포함하여 다른 여자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옆 동료에게 물어봤다. 


"그 실종된 여자 발견됐어?"

"어떤 실종된 여자? 13명 중에 누구?"

"???????? 뭐?????????"


현재 행방불명이 된 멕시칸 여성의 수는 총 13명이고, 아직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동료의 말에 따르면 대게 실종되면 발견되지 못한다고 한다. 한국에 계신 분들이 좀 와닿게 설명하자면 서울에서 하루 평균 한 명의 여성이 실종되고 인스타에 사람을 찾는 글이 올라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과격하고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런 멕시코의 현실을 마주하니, 멕시칸 여성들이 하는 페미니스트 운동에는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그들은 불공평이나 유리천장이 아닌 실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어제 화요일에는 다른 한 멕시칸 여자 동료에게 물어봤다.


"원래 이렇게 많이 실종돼? 요즘이 좀 심한 거지?"

"음.. 나도 잘 모르겠어. 확실한 건 요즘은 이런 일들이 생기면 SNS에 이슈가 많이 되는 것 같아"


이 글을 쓰는 오늘은 한 멕시칸 남성이 실종되었다고 인스타에 올라왔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일들이 벌어져도 뉴스나 SNS에 공유가 되지 않거나 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실한 위험한 나라다. (내 주변 한 한국인 커플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같은 여성들이 실종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치한을 담당하는 경찰들이 그런 세력들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니..


나 같은 한국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비록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돌아갈 안전한 나라가 있는데, 여기가 자신이 태어난 나라이고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서 자라본 현지인들은 이런 일에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까. 


이럴 때면 멕시코에서 사는 한국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나라는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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