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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law Dec 28. 2016

선수-에이전트의 동상이몽

선수와 에이전트의 사이가 다툼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계약을 잘해야 합니다.

1. 선수와 에이전트, 동반자에서 적으로

동료 변호사들로부터 스포츠 선수, 에이전트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문의를 꽤 자주 받는 편입니다. 선수와 에이전트 역시 일반 계약과 다를 것이 없는데 왜 자꾸 문의하는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선수와 에이전트 간의 업무가 구두합의 등을 통해 진행되거나 혹은 서로 간의 협의가 충분하지 않아서 계약상 불명확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과 에이전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2. 선수의 입장, 에이전트의 입장

에이전트 자격과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선수들, 그리고 에이전트들의 고충을 모두 이해합니다. 제3자가 타인 사이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잘잘못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선수와 에이전트가 어떤 계약을 맺었고,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는 이상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속단할 수 없습니다.


선수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에이전트들이 접근해서 선수를 유혹합니다. 프로 입단이 간절한 선수일수록 면밀한 계약내용 검토 없이 에이전트들을 그저 믿고 계약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외 진출을 꾀하는 경우 항공료 및 체재비 등을 이유로 에이전트에게 큰 돈을 넘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약속했던 리그 혹은 팀과의 입단 테스트는 형식적으로 끝나고 더욱 좋지 않은 조건의 팀으로 입단을 추진하기 일쑤인 데다, 최악의 경우 프로 입단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에이전트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K리그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기에 프로선수가 될만한 자질을 가진 후보군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외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해외에서는 외국인 선수로 뛰어야 하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수(특히 선수의 부모)는 자신의 선수로서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있지 못합니다. 입단이 불발되는 경우 선수들은 결과를 인정하기보다는 에이전트의 무능을 탓합니다.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입단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기 마련이고, 입단에 실패하는 경우 이를 에이전트의 사기로 규정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와 같은 입장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계약단계에서 상호 간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탓입니다. 

    

3. 다툼을 예방하는 방법 

다툼을 예방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오로지 계약단계에서 명확히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 경험했던 케이스 중 가장 심했던 것은 양자 간에 구두합의만으로 업무를 진행했던지라 선수와 에이전트 간 소송에서 증거로 쓰일만한 서면증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선수와 에이전트가 계약을 할 때에는 반드시 서면합의를 거쳐야 하고, 구체적으로 양자가 부담할 의무를 명시해야 합니다. 이때의 의무는 ‘노력한다’는 식의 성실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의무를 말합니다. 또한 구두 합의한 내용과 서면의 내용이 동일한지 면밀히 확인한 후에 서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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