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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Mar 02. 2018

패러독스? 패러독스!

경영이 다뤄야 할 세계의 본질

최고 수준의 지성은 두 개의 상반된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능력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The Crack-Up>)



세계와 패러독스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세상은 패러독스라는 것을 점점 더 믿게 된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보다 현명하게 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든다. 후회와 실패라는 삶의 부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으리라 생각한다.


패러독스라는 말은 쉽게 다가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말이다. 논리학에서는 패러독스를 직관에 반하는 논리,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장을 하나에 담고 있는 진술로 정의한다. 이를 세상에 적용하게 되면 두 가지 사실, 두 가지 주장, 두 가지 대립하는 요소가 있는 상황을 뜻한다.


왜 세상은 패러독스인가


패러독스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은데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패러독스를 표현하고자 그린 아래 그림을 보면 패러독스의 뜻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Paradox: 상반된 상호의존

루빈의 꾳병(루빈의 얼굴), 덴마크 심리학자 에드가 루빈

꽃병이 보이기 전까지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고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꽃병을 알아볼 수 없다.



패러독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계의 구성 원리에 대한 오랜 해석을 살펴봐야 한다.

동양철학은 세계의 구성요소를 음과 양으로 본다. 음과 양은 서로 다른 기운이다. 빛과 어둠, 무거움과 가벼움, 따뜻함과 차가움, 남성과 여성...... 이 모든 것이 음양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음과 양이 단순한 대립관계는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의 존재와 작동원리인 음과 양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어둠이 없는 것이 빛이고 빛이 없는 것이 어둠이다. 빛은 어둠이라는 존재가 있어야만 그 존재가 비로소 드러난다.  그 역도 같다. 이처럼 음과 양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동양철학을 일원론이라고 해석한다. 서양철학은 두 가지 대립되는 요소를 인정하지만, 말 그대로 대립하는 것으로 본다. 이성과 감성, 논리와 직관이 그렇고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그렇다.

패러독스는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구성요소가 외양으로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서로를 포함한다는 시각이다. 한 가지 만으로는 완벽하지 않으며, 두 가지 모두를 함께 바라볼 때만 실재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연속과 변화의 패러독스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큰 패러독스는 연속과 변화다. 이것은 세상이 존재하고 변하는 근본 원리이다.

세계는 늘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자연은 항상 같지 않으며 인간 사회도 그러하다. 인간 사회는 무질서한 원시사회에서 현대의 지식사회까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그렇지만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생명이 연속되는 것도 그렇고, 인간이 유전자를 계속 물려주면서 가족을 유지하고 종의 연속을 추구하는 것도 그렇다. 또한 사회를 운영하는 지배가치와 삶의 모습은 달라져 왔지만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사회의 목적은 동일하다. 세계는 연속적이다. 


이러한 연속과 변화라는 패러독스는 기업 조직에도 적용된다. 기업은 하나의 사회조직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연속과 변화를 모두 필요로 한다. 사명이라는 조직의 존재 의의는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이다 조직을 만든 근본 이유로서 조직이 완전히 사명을 달성하지 않는 한 사명은 조직의 연속을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조직은 늘 변화한다. 구성원, 자원, 상품, 서비스, 프로세스는 고객의 요구를 따라 개선과 혁신을 추구한다. 실제 기업을 시간축에서 생각해 보라. 기업의 역사는 변화의 역사에 다름 아니다. 기업도 연속과 변화를 구성 원리, 존재 원리로 하는 것이다 


필자는 경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패러독스라는 시각이 경영과 기업 조직에 미치는 관련성에 주목한다. 

패러독스라는 렌즈는 두 가지 요소 혹은 원리를 함께 이해하려고 하며, 이를 통해 발전을 추구하는 시각이다. 이를 통해 극단에 빠지는 오류를 피할 수 있으며, 보다 넓은 시각에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로서 패러독스라는 시각은 유용하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으며, 경영활동과 조직에 제기하는 진정한 문제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대표적인 패러독스를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올바른 접근방법은 어떤 것인가를 살펴보겠다.


경영과 패러독스


패러독스 사고는 경영의 토대인 현실을 정확하게 보는 사고이고, 해결책을 고안할 때도 올바른 접근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패러독스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물, 상황, 환경에서 한쪽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경영을 실패로 이끈다.

*변화와 연속, 고품질-저비용, 혁신-지속성

2. 모든 대상, 문제는 시스템이다: 모든 요소를 함께 고려할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3. 대립에 따른 갈등을 시너지를 창출하는 기회로 만든다.

 

자율과 통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직원을 관리하는 경영자는 어떠한 원칙으로 관리에 임해야 하는가? 경영이론에서는 통제와 자율에 대해 오랜 논쟁을 해왔고 이 논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우세했다가 또 다른 쪽이 뒤집어 왔다. 최근에는 자율 쪽에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다. 경영자의 실제 행동을 보면 통제에 대한 선호, 통제의 불가피성에 대해 아직도 상당수가 지지를 보낸다. 필자는 자율이 지배적인 원리이자 행동지침으로서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지식사회, 지식 조직에서 지식근로자는 자율을 요구한다. 또한 자율적으로 일할 때 비로소 책임을 지는 근로자로 일하게 된다. 지식근로자에게 자율을 요구하는 것이 경영자의 올바른 태도이다. 그러나 자율은 무질서를 뜻하지 않는다. 자율성은 높은 책임성을 동반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통제(통제라는 말이 거슬린다면 지도, 지원, 조율이라는 말을 써도 좋겠지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과 통제를 대립하는 쌍이 아니라 보완하는 원리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단기와 장기

기업은 단기와 장기 모두에서 성과를 필요로 한다. 단기 성과는 매출액, 이익 같은 재무성과부터 원재료 조달, 필요한 인력 확보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모두가 기업의 존속을 위한 것이다. 

또한 기업은 장기적 성과를 필요로 한다. 연구개발을 통한 신상품개발, 미래의 경영자 확보, 확실한 브랜드 자산의 구축 등. 장기적 성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기업의 경쟁우위와 잠재적 역량을 높이는 투자는 이를 위한 것이다. 

단기와 장기성과는 때때로 상충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보유한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유한한 자원을 활용해서 최대한 큰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요구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된다. 현재의 사업에 대한 자원 배치는 장기적 성공을 위한 자원을 제약하고, 장기적 성공을 위한 투자는 현재의 자원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 

경기 상황의 악화에 따라 인력을 구조 조정해야 할 때,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존속하면서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자원의 우선순위를 조절해야 하는가? 


안정성과 변화

신경제를 이끄는 대표기업으로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 두 기업은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한다. 애플은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주도한다. 컴퓨터에서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이동기기, 아이튠즈라는 사업모델까지 애플은 지속적 변화를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삼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안정적인 전략적 접근을 취한다. 70년대 중반 창업한 이래 컴퓨팅 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적 선택은 안정성과 변화라는 패러독스를 포함한다. 경영자는 어떤 전략적 선택이 기업의 안정성과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 대 팀

조직운영의 모든 측면에서 개인을 우선하거나 팀을 우선하는 것은 조직에 담겨 있는 기본적 패러독스이다. 대체로 서구 기업은 개인을 우선한다. 직무에 대한 책임 할당에서 평가, 보상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 기업은 팀에 높은 우선순위를 둔다. 명확한 계층구조, 공동작업의 강조, 조직단위 평가와 보상 등 팀으로서의 조화와 협력을 중시한다.

이러한 흐름은 변화의 와중에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도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직무 명확화, 차별적 보상, 계층제 완화 등

모든 조직 정책은 개인과 팀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의 목표와 전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때, 경영자는 개인과 팀이라는 패러독스를 잘 이해하고 이 패러독스로 인해 정책이 효과를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과 지역

'기업이 어디에서 사업을 할 것인 가?'라는 문제에 따르는 패러독스이다. 한 지역의 기업이 성장해서 해외로 진출할 때 당면하는 패러독스이다. 사업 확장은 고객 확장만큼이나 기업의 질적인 변화를 불러온다. 국지적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온 조직문화는 변화를 겪으며, 전략에서부터 운영시스템까지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상품은 세계시장으로 진출했지만 운영시스템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기업은 어려움을 겪는다. 또는 합병을 통해 두 회사가 하나의 회사가 된 경우, 문화적 통합의 문제가 생기는데, 여러 연구는 이 통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려 준다. 각기 다른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조직을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가? 글로벌-지역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문제가 된다.


패러독스를 다루는 경영


패러독스 사고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는 두 가지의 다른 요소가 있으며, 두 가지는 때로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상충관계를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사고방식이다. 

경영자는 기업이라는 조직 자체, 경영 활동에서 피할 수 없이 존재하는 패러독스를 발견하고 이를 통합하는 노력을 통해 갈등을 조화로, 문제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경영자에게 유용한 몇 가지 지침을 제안한다.


모든 문제에 감추어져 있는 갈등하는 요소를 파악한다: 품질과 비용, 고객만족과 비용……

콜센터를 확충하는 투자는 비용을 증대시킨다. 비용 증대는 만족한 고객과 이로 인한 수익증대가 있을 때 정당한 투자이다.  

일방을 우선하는 결정은 형식적 접근법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주의한다,

예산절감을 위한 교육훈련비의 감축은 직원의 동기, 장기적 경영자 확보에 손실을 초래한다. 

만성적인 갈등이 생기는 문제는 대립하는 두 가지 가치가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자율성에 대한 직원 요구와 신속한 업무집행을 우선하는 리더의 갈등

회사의 전략이나 정책이 우선하는 가치를 파악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인지한다

글로벌 확장에 따라 지점을 설치하는 경우, 지점과 본사와의 의사소통 이슈, 인수합병에 따른 두 회사의 통합이 야기하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갈등


패러독스 사고는 추상적 원칙이 아니다. 세상을 원하는 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려는 태도이다. 경영자로 일해 본 사람이라면 조직은 많은 갈등하는 가치와 요소가 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패러독스 사고는 이러한 갈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통합적 사고로 올바른 해결책을 발견하려는 의식적 태도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또는’이 아니라 ‘둘 다 모두=그리고’를함께 인식하는 사고이다.

캠벨 수프의 전 CEO이자 <터치포인트 Touchpoints> 저자인 더글라스 코넌트는 이러한 패러독스 사고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또는’ 사고에서 ‘그리고’ 사고로 이동한 것이 나의 리더십을 가장 크게 변화시켰다.‘그리고’ 사고는 풍성한 사고를 의미한다.‘그리고'는 ‘또는’ 보다 우리를 더 멀리 인도한다. ‘또는'사고는 창의성과 우수성 그리도 다양성에 인위적인 장벽을 치기 때문에 우리의 잠재력을 제한한다. ‘그리고'사고는 도전과 기회와 혁신을 창조한다.


<Action Point>


경영자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 당신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점검해보라. 모든 사물과 상황을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보고 있는가? 중시하는 가치로 인해 훼손되는 가치가 있는가? 

우리 조직에서 서로 상충하는 패러독스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찾아보라. 또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는 왜 발생하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라. 갈등의 진정한 원인을 꺼내 놓고 분석해보라. 상반되는 가치와 요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합하는 해결책을 찾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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