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한다.
이 칼럼은 피터 드러커의 경영 통찰력 중에서 HR 영역에 대한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한 것이다.
드러커는 연구 초기부터 경영을 사람의 관점에서 고찰했고, 경영 의사결정과 운영의 핵심 과제가 사람의 공헌을 향상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핵심 과제와 경영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언급했다.
기술발전과 융합에 의한 불확실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 드러커의 통찰을 재해석하고, 경영 현장에서 차지하는 실천적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드러커에게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와 함께 조직의 현실을 통합한 올바른 관점과 문제를 인식하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다.
HR은 하나의 기능이 아니다. HR은 경영의 핵심 영역이며 사람이 제대로 일하도록 돕는 것은 최우선의 전략이다.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고, 효과성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앞서 경영자의 역할로서 세 가지를 말했다. 경제적 성과의 달성, 경영자 관리, 근로자 관리와 작업관리.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5가지의 과업으로서 목표의 수립과 전달, 조직화, 동기부여와 커뮤니케이션, 성과 측정과 평가, 부하 육성을 설명했다. 이번 글은 네 번째 과업인 <성과 측정과 평가>를 살펴본다
성과 달성은 조직의 기본이자 최종 목표다. 드러커 역시 경영자의 역할로 경제적 성과의 달성을 첫 번째로 설명했다. 성과관리는 성과 목표의 수립, 성과 측정, 성과 평가, 성과 개선 등의 여러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성과관리를 어려워하고 피하고자 한다. 필자는 성과관리 개선 프로젝트와 성과 지표 개발 프로젝트를 수차례 수행하면서 프로젝트 주관 부서를 제외하고 다른 부서 관리자들의 환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이 주는 압박, 목표와 실적 비교에 따르는 부담, 치열한 경쟁에 따른 피로 등이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경영자가 성과관리라는 과업을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비록 성과관리를 위한 세부적인 일들이 즐겁지 않을 수는 있지만 특별히 부담을 가질 이유도 없다. 어떤 경영자들은 성과 목표 수립부터 평가까지의 일을 어렵게 만들어서 자신과 직원들을 성가시게 한다. 심한 경우에는 성과관리를 위해 성과를 훼손하기도 한다. 이는 성과관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성과관리는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다.
많은 경영자들이 누가 잘못했는가를 추궁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행태는 경영자의 역할이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의 표현이다. 또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인간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불신감의 표현이다. 성과관리는 책임 추궁을 위한 업무가 아니다. 성과관리의 목적은 성과의 달성과 개선에 있다. 책임을 묻는 것은 성과관리의 일부일 뿐 전체가 될 수 없다. 물론 책임을 따지는 일은 필요하지만 그런 일이 성과 개선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경영자는 명심해야 한다. 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고 책임을 묻는 것은 나중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도 많이 경험했지만,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경영회의 혹은 성과 대책회의가 추궁과 변명의 온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성과와 목표의 차이는 가능한 한 상세히 분석해야 한다는 오해다.
성과 분석(피드백)을 통해 부진의 원인을 아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책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 분석의 가치는 대책을 적절한 시점에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상세한 분석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게 맞다. 그러나 많은 경영자들이 과거의 일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는데 몰두한다. 그래서 상세한 분석을 하고 시간과 인재를 낭비한다. 분석은 미래를 위한 것, 개선을 위한 것이지 후회하기 위한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로 성과관리를 위한 대책은 가능한 완벽하게 수립돼야 한다는 오해다.
지나친 분석만큼 지나친 대책 수립도 병이다. 대책을 꼼꼼하게 세우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완벽한 대책을 얻기 위해 골몰하는 것은 비효율을 낳는다. 완벽이란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대책이든지 현실에 던져지면 상황 변화에 따라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책이란 변경을 전제로 수립하는 행동계획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작전 계획대로 전투를 치르지 않았다.”는 나폴레옹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책은 분명한 방향과 목표, 주요 행동 계획을 담은 것이면 충분하다. 또한 대책에 담긴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구성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모든 일에서 경영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대로 결과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성과관리에 대한 오해 때문에 경영자는 열심히 일한 노력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직원들은 개선을 위한 몰입보다는 책임 회피에 치중하고 조직은 시간을 낭비한다.
드러커는 성과관리를 위한 측정과 평가는 경영자가 다른 누구에게 위임할 수 없으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제대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것인가를, 제대로 가고 있는가를 알아야 하고, 경영자는 이에 대한 총체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측정의 취지는 구성원의 잘못을 발견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의 개선에 있다. 물론, 측정 결과는 직원들이 내린 잘못된 판단이나 실행 과정의 실수나 오류를 드러내 준다. 그렇지만 이들은 부차적인 산출물이다. 그렇다면 측정을 통한 개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과 측정을 통해 사람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방향 설정과 함께 실질적인 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성과 측정을 사람을 돕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영자와 그렇지 않은 경영자는 성과관리를 바라보는 초점이 다르다. 경영자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직원들이 부진한 이유를 이해하고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추궁을 통한 반성이 아니라 제대로 학습하고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과거와는 다른 좀 더 효과적인 업무 수행 과정을 생각한다.
문제점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발견하도록 격려한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행동을 유도한다.
대책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돕는다.
긍정적인 성과를 만든 결정과 행동을 장려한다.
성공에 대해 제대로 인정하고 더 큰 성공에 도전하도록 격려한다.
성과 측정을 조직의 학습 과정으로 만든다.
성공과 실패를 통한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물론 경영자는 직원의 실수나 오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강점과 긍정적인 결과에 주목함으로써 개선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성과관리야말로 경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성과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된다. 직원들을 질책하고, 긴장하게 하고, 질서를 잡는 도구가 아니라, 직원들이 성취하도록 하고 보다 잘할 수 있는 지혜와 정책과 과정을 만드는 협력의 도구가 된다. 성과관리의 목적을 통제에 두는 한 경영자나 직원은 괴롭고 두려운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통제라는 것은 하는 사람도 어렵고 받는 사람도 어려워지는 일이다. 드러커는 효과적인 성과관리를 위해서 다섯 가지 원칙을 말했다.
<효과적인 성과관리의 원칙>
첫째, 부하 사원과 성과 평가의 척도를 함께 만든다.
이를 위해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평가 척도를 제안하고 상사와 함께 검토하고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일을 수행하는 사람 자신이다. 달성해야 하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무엇이 성공의 조건인지를 알고 있다. 상사는 평가 척도가 부하의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면서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조율하는 책임을 가진다. 사람은 스스로 제안하고 참여해서 만든 것에 훨씬 큰 책임을 느낀다. 올바른 성과관리는 우선 모든 구성원이 지시 또는 압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때 제대로 할 수 있다.
둘째, 조직 전체의 성과와 더불어 부하 사원의 직무에 초점을 맞춘다.
조직의 본질은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모아 전체의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의 척도는 각자의 직무 목표를 나타내면서 동시에 전체의 목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목표의 정렬이다. 만약 목표와 척도가 같은 방향이 아니면 구성원과 조직의 성과는 따로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혁신을 통한 과감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구성원의 직무는 신상품개발 또는 개선, 신규 고객 발굴, 새로운 유통채널 발굴, 비생산적 업무의 간소화와 같은 과업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성과 측정을 통해 잘한 것은 더욱 잘할 수 있도록 하고 부족한 것은 개선대책을 마련한다.
성과 측정의 최종적인 목적은 변화와 개선이다. 측정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행동을 바꾸고 자원을 다르게 활용하기 위함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질책과 비난은 대안이 아니다. 올바른 대안이란 긍정적인 것은 강화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는 행동 계획과 계획을 이행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넷째, 성과 평가를 통해 직원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성과 평가는 일정 기간의 성과에 대해 직원의 공헌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대체로 1년 혹은 반년에 한 번 성과를 평가한다. 이때만 되면 조직 분위기는 긴장감과 부정적 감정들로 넘친다. 극히 우수한 직원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가과정에서 산출하는 정보를 보자. 목표와 실적의 비교치, 일이 부진한 이유 등의 자료나 정보는 많지만 정작 일을 수행하고 평가받는 직원들이 활용할 만한 가치 있는 정보는 부족하다. 일을 수행한 직원의 강점과 약점, 노력할 점과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한 정보는 중요하며 그것을 토대로 사람은 자신의 목표, 행동 경로, 집중할 대상을 바꿀 수 있다. 성과 평가는 성과 자체에 대한 평가뿐만이 아니라 일을 수행한 사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분석을 위한 측정과 평가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 업무 과정, 방법을 개발하는 데 노력한다.
측정과 평가를 통해 목표와의 간격과 결과가 나온 이유를 파악했다면 그것을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정보로 활용해야 한다. 경영자는 측정과 평가 결과를 활용해서 일을 수행하는 새로운 방법의 개발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주변 상황이 변했으면 목표를 수정하고 실수가 있었다면 교정하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조직의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성과측정과 평가는 발견과 발명을 위한 발판이다. 드러커는 조직의 예기치 못한 성공과 예기치 못한 실패를 혁신의 중요한 원천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성과 측정과 평가는 과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세심한 실행이 필요한 경영자의 과업이다. 특히 이 과업은 목표-측정-평가라는 지루한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수많은 일들을 하나하나 잘 해야 하는 과업이다. 그래서 조직의 성과는 이러한 지루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업이기도 하다.
많은 조직에서 성과관리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직접 투입하는 노동보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조직도 많다(결과를 분석하고 경영자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하는 수많은 회의를 생각해보라!). 그럼에도 가장 비효율적이고 성과가 없는 일이 성과관리라는 자조적인 평가는 그다지 희귀하지 않다. 드러커가 조언한 대로 경영자는 성과관리의 초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일을 올바르게 하려는 올바른 관행을 실천해야 한다. 책임추궁과 비난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의 발견과 변화와 개선을 이끄는 도구로 이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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