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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Mar 12. 2019

경영은 인문예술이다

경영자의 신념과 가치가 경영을  만든다 

경영은 지식, 자기인식, 지혜 그리고 리더십의 원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liberal’(자유로운 사고)이며 이 원리를 실천하고 적용한다는 점에서 ‘art’(과학이 아니라 기예)이다. 경영자는 심리학, 철학, 경제학, 역사학, 물리학은 물론 윤리학에 이르기까지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다리를 건설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판매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 개정판/ Management, Revised Edition)


경영은 000이다

오래전에 경영학과에 입학했을 때 첫 수업에서 교수님이 칠판에 적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경영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수업에 참여한 모든 신입생들은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배우려고 온 것이 아닌가? 이 질문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경영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가지라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의해 공부하라는 것.

이후로 기업과 다양한 단체에서 일을 하면서 내 나름의 경영관을 조금씩 형성했고, 이를 토대로 경영자로 일했다. 경영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경영자에게 경영이란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경영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미국의 MBA나 한국의 MBA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답변을 제시한다:

이윤 극대화,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 효율성의 향상

이러한 답변은 경제적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가정이 바탕에 있다.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현재 대다수의 대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MBA는 기능적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로서의 가치와 신념, 경영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소홀히 한다. 경제적 가치만으로 경영을 설명하는 생각은 경영의 전체상이 아니라 일부만을 이해하는 편협한 관점에 불과하다. 또한 조직의 중요한 기관인 경영을 이해할 때 사람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훼손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가볍게(?) 무시하는 기업의 탐욕을 야기하는 잘못된 관점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경영자 생활을 하면서 이 사실을 어렵게 깨달았다.

경영관은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을 이끌어가는 깊은 신념이자 가치다. 곧 경영관이 경영을 결정한다. 매출액, 이익, 비용, 흑자 또는 적자라는 익숙한 용어를 벗어나서 ‘경영한다’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 지금 마음속에 있는 믿음을 따져 보자. 이 질문에 대답을 분명히 할 때, 경영을 통해 성취하고 싶은 그 무엇에 진정한 열정을 가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인문예술로서의 경영이라는 관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가장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시각에서 경영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자 한다.  

  

인문예술이 지향하는 것

인문예술은 인간의 발전을 지향하는 지식과 학문, 즉 인문학을 뜻한다.

인문학은 흔히 문·사·철(文, 史, 哲)로 지칭된다. 문학과 역사, 철학에서 탐구하는 인간성(인간다움), 가치(혹은 도덕), 문화가 인문학의 주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인문학이 탐구하게 된 뿌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거슬러간다. 라틴어인 아르테스 리베랄레스(artes liberales 영어: liberal arts)로 불렸던 7가지 교양과목(문법, 수사, 논리, 산술, 기하, 음악, 천문)은 자유로운 시민이 갖춰야 하는 필수 교양이었다. 이후 인문학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인격함양과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모든 지식을 뜻하게 되었다. 로마의 현자였던 키케로는 인문학 교육은 사회를 이끌어갈 시민을 배양해야 하며, 문화적 가치와 도덕이 담긴 고전을 익혀 공동의 행동기준을 잘 알고 존중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인문예술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격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하고, 책임을 지고 공헌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지식이었다.

이러한 인문학은 시대의 변천을 겪었다. 종교가 사회를 지배했던 중세에는 종교에 밀려 뒤 켠에 있었지만 르네상스를 맞아 인문학의 정신이 폭넓게 확산된다. 개인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면서 인본주의는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로 재해석되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또 한 번의 변천을 겪게 되는데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실용적 지식에 밀려나게 된다. 인간성에 대한 고민은 풍요로운 물질문명에 대한 이상 앞에서 밀려났다. 경제적 이익과 효용성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가 되었고 인간다움을 포함한 보편적인 가치는 세상사에 초연한 철학자의 서재로 밀려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다움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는 없다. 경제적 효용과 과학기술 만능주의에 치중한 20세기 문명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다시금 인문학의 이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지식과 기술이 만들어 내는 인간상과 사회에 대한 반성이 바탕에 있다. 또한 지식이 중심인 현대 사회에서 그 어떤 시대보다도 올바른 가치와 덕목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리더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인간의 계발은 평생을 걸친 삶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가치와 덕목, 책임에 대해 탐구하는 인문학의 정신은 소중하다.  


경영은 인문예술이고, 인문예술이어야 한다

드러커는 경영을 인문예술이라고 말했다. 경영에는 인간의 계발, 인간 삶의 향상이라는 분명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드러커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위와 기능, 보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주장했다(기업의 개념, 1946). 조직에서 사람은 단지 노동과 임금의 대가를 교환하는 도구가 아니다. 드러커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공헌하고, 일을 통해 성장하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조직에서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경영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경영과 사람이 맺는 불가분의 관계를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 경영은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 경영의 현장은 조직이다. 즉 경영은 사람들이 일하는 조직이라는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실현된다. 따라서 경영은 존중감과 책임감, 신뢰에 기초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존중감과 책임감은 인간이 가치 있는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최선의 공헌을 하도록 만들고, 협력은 최고의 성과를 만들도록 돕는다.

이와 같이 인간의 가치를 드러내고 바람직한 조직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경영은 명확하게 인문예술인 것이다

또한 경영은 조직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공헌을 하는 것을 지향한다. 공헌은 영리, 비영리조직을 포함해서 모든 조직이 실현해야 하는 본질적 사명이다. 즉,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조직을 만든 목적이자 조직이 사회에 필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경영은 단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가 아니다. 경영은 인간을 위한 가치와 바람직한 세상에 대한 비전을 반드시 품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도 경영은 인문예술이다. 인간의 향상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가치는 그 사람이 홀로 독립해서 살든, 조직에서 살든 결코 그와 분리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한 삶의 전체에서 실현하는 것이지, 여기서는 이것, 저기서는 다른 어떤 가치를 위해 나눌 수가 없다. 일터에서는 오직 조직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가치와 상관없이 행동하고, 집에서는 착한 가장으로, 지역 사회에서는 양심적인 시민의 가치를 따를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은 하나의 전체요, 단일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경험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 경영을 수행하는 경영자는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는 다른 사람을 이끄는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은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안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만일 자신이 확신하는 가치가 없거나 모호하다면, 그리고 개인의 가치가 조직의 가치와 최소한 정렬된 것이 아니라면 경영자는 사람들을 리드할 수 없다. 자신의 신념과 유리된 그 무엇으로는 조직을 조직으로 만들 수 없다. 조직의 핵심은 정체성이고 정체성은 왜 여기서 일을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관점과 가치를 가져야 한다. 


경영은 처음부터 인문을 바탕으로 했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혹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실무로서 경영은 돈을 버는 일이 본질이 아닌가? 그리고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기업의 소유권자인 주주의 부를 늘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론이다. 왜 경영자가 가치를 고민해야 하는가? 

이 반론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이론은 주주자본주의이다. 필자는 이 이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재반론을 할 수도 있고, 이 이론이 대표적인 견해도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이슈는 이론적 타당성이 아니라 경영자의 확신이고 경영자의 경영관이기 때문이다. 즉 왜 나는 경영을 하는가? 무엇을 경영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주주자본주의는 이 질문에 올바르게 답변할 수 없다. 이 이론은 기업의 소유권이 주주라는 단 하나의 사실로 기업의 목적과 책임,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 경영의 의미와 책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뭉뚱그려 놓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산실인 미국에서도 인문예술로서의 경영은 분명하게 인식되었던 주제였다. 경영이론의 산실이자 경영자를 양성하는 총아인 경영대학원(비즈니스 스쿨)이 설립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경영학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은 분명했다. 대학 산하 최초의 비즈니스 스쿨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비즈니스 스쿨(1881)은 미국 상류층 젊은이들이 ‘사회적 의식과 도덕적 인격’을 길러 기업에서 일하든 정부에서 일하든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고, 다트머스의 터크 경영재무대학(1900)은 학생들에게 3+2 과정, 즉 3년 동안 인문학 과정을 수료한 다음에야 경영대학원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908년 설립된 하버드 비즈니스스쿨도 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좌 수강을 요구했다. 경영자 교육에 있어서 인문학의 이상과 인문학을 통한 인격함양이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존재했던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영대학원은 이러한 초창기의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가로서의 윤리와 책임보다는 과학적 경영과 재무분석을 중시하게 되었고 오직 수익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자라는 오늘날의 경영자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 경제를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드러난 탐욕적 자본주의는 결국 경영자의 몰가치와 비윤리적 태도가 키운 것이라는 반성은 진실을 말해준다. 철학과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경영자가 현대 사회의 핵심기관인 기업을 지배할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가를 우리는 목격했다. 

 

경영자의 경영관이 결과를 만든다

경영은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의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관의 중요성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대 사회가 조직의 사회이고, 조직은 경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와 세계를 형성하는 데는 여러 사람들이 관여한다. 과거에는 신탁을 받은 사람, 왕과 귀족, 교황 같은 종교지도자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오늘날은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 민주적인 세계이다. 그런데 이 세계가 과거와 달라진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현대 사회는 조직사회라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조직들의 몫과 책임이 그 어떤 시대보다도 중요한 사회다. 기업, 대학, 병원, 정부, 지자체, 비영리조직 등 현대 사회는 다양한 조직들에 의존한다. 불과 2백여 년 전에는 이런 조직이 없었다. 만일 오늘날의 조직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현대인은 단 하루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공동체가 없어지는 것이고,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로서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업과 공황이 얼마나 중대한 사회악인가를 생각해 보라.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존속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조직의 중요성은 곧 경영의 중요성이다. 그리고 경영의 중요성은 경영자의 중요성 그 자체이다.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 이를 통해 조직이 달성하는 성과는 그 조직 자체에는 말할 것도 없고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조직이 제공하는 상품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하다.

경영은 경영자가 추구하는 것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가끔씩 행운이라는 요소가 개입하기는 하지만 조직의 성과는 항상 경영자가 마음속에서 꿈꾸고 기대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즉 경영자가 생각하는 목적과 목표, 조직이 봉사하는 고객, 조직이 지켜야 할 윤리와 경계선에 따라서 조직이 산출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경영이 상업이라면 거래와 이윤이 중요할 것이고 경영이 혁신이라면 창의적 도전과 위험 감수가 중요할 것이다. 혹은 경영이 구성원들의 행복이라면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 공동체 형성이 중요할 것이다.

경영이 추구하는, 추구해야만 하는 모든 것에 대한 경영자의 믿음이 경영관이고 경영마인드이다. 이 경영관이 경영자의 결정과 행동을 통해 실제로 드러나는 결과를 만든다. 

무엇이 경영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경영이 조직에 관여하는 사람들과 사회에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최소한의 한계선이다. 이 위에 경영이 달성하는 가치에 대한 경영자의 성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 것이다. 

드러커는 경영은 인문예술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의 발전을 위한 지식과 지혜, 책임과 공헌을 강조했다.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면서 경영자로서의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를 권한다.


<Action Point>

경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해 보자. 돈을 버는 기술, 지도하고 통제하는 것, 이해관계자를 잘 만족시키는 것…… 그 무엇이든지 경영자의 깊은 마음속에 있는 지향점이 경영의 결과를 만들어 간다. 결국 ‘왜 경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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