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컨설팅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오묘함 오늘 점심시간에 커피숍을 방문했습니다. 운동처방사 '안OO', '김OO' 두 선생님들이 먼저 앉아계셨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불러주셔서 잠깐 담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여러 사담을 나누었지만, 단 한 마디가 기억에 계속 남아있습니다. '쌤은 매출 향상에 어떻게 기여했어요?' 마침 최종보고서를 염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 말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찝찝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병원 차원에서 매출 향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또 이를 진행시키기 위해 의료진, 직원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이를 진행시켜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실제 행동을 한 것은 병원 임직원들인 만큼, ‘그들이 <내가 한 건데?>라고 주장한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컨설팅이란 용어가 뜻하듯이, 이 직업의 특성상 나서서 일을 해주는 것보다는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는 첫 프로젝트인만큼 컨설턴트 역할보다는 팀장님, SME(Subject matter expert)의 메신저, 관찰자, 서기, 실무 서포트, 회사 간판 등을 주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 업무는 컨설팅은 커녕 매출 향상과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굳이 연결을 시킬 수는 있겠으나 컨설턴트의 역할도 부정하는 이에게는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 노력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자문을 끊임없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팀장의 메일 중]
A,
컨설팅이란 업에 대해 중간중간 반추해보는 것은 좋은 습관이 될거에요.
커피숍에서 있었던 일의 맥락 파악이 어려워 단정할 순 없지만, 일선 현장에서 '영업이나 마케팅’하는 사람이 ‘기획팀이나 HR’ 쪽에 있는 사람에게 매출 향상에 어떤 기여를 했나요? 란 질문을 하는 것과 유사해보여요.
실제 '사업부'에서 직접 돈을 벌기 때문에 많은 회사에선 사업부의 리더가 지원부서의 리더보다 발언권이 강한 경우가 많기도 하고 한 20년 전엔 CEO의 70%는 영업 출신이기도 했어요. (이 수치는 내려가는 트렌드이긴 한데 최근엔 얼마나 되는진 모르겠네요)
그러나 현장이 중요하다고 지원 일이 덜 중요하진 않아요. 공부를 하기 위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외우는데, 손이 무슨 역할을 하냐? 위가 무슨 역할을 하냐? 와 같이 하나만 알고 둘 이상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에요. 이런 비유나 논거는 끝도 없이 들 수 있어요.
컨설턴트의 역할 안에 메신저, 관찰차, 서기, 실무 지원, 회사 간판 등 전천후 문제해결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거에요.
메신저: 고객이 중요하게 언급한 이야기를 PM이나 팀원에게 잘못 전달하면 엄한 것에 시간을 허비하게 되요.
관찰자: 직접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않고 고객이 ‘정말 바쁘다’고 말한 ‘의견’만 믿고 지나간다면 제대로 된 솔루션을 찾기 어려워요. 실제 오래 전에 영업에서 컴플레인 한 내용 중 본사가 요청한 서류 작업하는 시간만 하루 중 3시간 이상 걸려서 외부 영업을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관찰’을 해보니 서류 작업하는 분들이 분당 100타도 안 나오는 독수리 타법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서기: OJT의 ‘회의록 작성’에서도 언급했는데, raw data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책에 내용이 있으니 더 말하지 않을께요.
실무 지원: 현장 직원들이 당장 일손이 부족해서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데, 컨설턴트가 회의실에 앉아서 ‘내 일이 아니니까…’란 태도로 앉아 있는 것보다 ‘제가 도와드릴께요!’라고 해야 환영 받겠죠? 결국 고객의 성과 창출을 위해 실무진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여력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함정은 여력을 만들고 컨설턴트는 야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만요.
회사 간판: 고객이 안 보는 것 같지만, 오며 가며 컨설턴트의 말과 행동 등을 모두 지켜보고 있어요. 확신해요. 그리고 그걸 보고 ‘컨설턴트 및 컨설팅 회사를 신뢰할거냐 말거냐’를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있어요. 컨설턴트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려면 통찰력 있는 분석, 논리적 근거, 방향 제시, 창의적 아이디어 등과 같은 것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회사 간판 역할만 잘 해도 ‘믿고 가는’ 경우가 있어요.
결국 일 잘하는 컨설턴트 중 공부를 많이 했거나 똑똑한 사람도 있겠지만,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역할들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