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쉽잖아?
컨설팅 펌의 선수들
건설턴트 말고 컨설턴트로 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객사의 문제해결을 위해 지성, 열정, 운, 네트워크 등등 다방면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좋은 솔루션을 낸 후에도 ‘이게 정말 최선일까?’ 란 질문을 하는 순간, 주 52시간 근무는 남의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모두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면 밤샘 근무를 해도 힘들지 않고 해 뜨는 것을 보며 퇴근해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히 노력한 과정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고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산출물을 만들어 냈다는 뿌듯함 때문에 그렇습니다.
컨설팅 펌의 채용 질문, 게스티메이션
그래서 컨설팅 펌에선 선수 채용에 매우 신중을 기합니다. 학벌이 좋다, 성적이 좋다, 3개국어를 한다 등등 스펙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인터뷰 시 게스티메이션(Guesstimation)을 통해 후보자의 비즈니스 상식 수준과 논리적 사고력을 판단합니다. 다음은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질문 예시입니다.
1. 기차가 철로를 따라 이동하잖아요, 그리고 양쪽 레일을 이어주는 침목이 있고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 침목이 몇 개나 있을까요?
2. 강남역의 유동인구는 하루에 몇 명이나 될까요?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그나마 1번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서울과 부산까지의 거리만 알고 있다면 얼추 정답에 가까운 답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2번은 정말 난감합니다. 웹서치를 통해 나오는 자료도 아니고, 나온다고 해도 믿을 수 없고, 강남역에 하루 종일 서 있는다고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후보자가 알고 있는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 접근을 통해 어림숫자를 말해야 합니다. 질문자는 답을 알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접근 논리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는 있겠죠. 무슨 답을 하든 우선 강남역 인근의 범주를 어디까지 생각하는지 운영적 정의를 명확하게 한 후, 근처 건물의 수, 사무실의 수 등을 바탕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지하철 통행량, 버스 노선 등을 바탕으로 접근할 수도 있으며, 그 외 또 다른 논리적 접근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신입 면접인데 이런 것도 알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가끔은 신입 면접을 볼 때 짓궂게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때도 있습니다.
3. ‘제주항공의 비행기 안에 탁구공을 가득 채운다면, 몇 개나 들어갈까요?’
4. '삼성전자는 유한킴벌리가 몇 년 장사를 해야 손익이 같아질까요?'
3번 답을 하려면 제주항공 비행기가 보잉 737-800 이란 것은 몰라도 약 190석의 좌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풀 수 있습니다. 4번 답도 삼성전자 및 유한킴벌리의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경력자와 같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이 공정하다, 공정하지 않다는 논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잘 하는 사람을 뽑겠다고 하는데 감놔라 배놔라 할 수도 없고, 이런 질문에 답을 잘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학교의 학회 동아리에서 별도로 게스티메이션 준비를 많이 합니다) 물론 후보자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긴 어려우므로 면접관에게
‘제주항공 좌석이 몇 개나 되죠?’라고 하던가
‘삼전과 유킴 손익이 얼마나 되죠?’라고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조금 짜치는 상황입니다. 이후 면접 보는 회사에서 면접관과 다시 만날 일은 없겠죠.
So what?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런 게스티메이션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림숫자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억지로 외우기보단 자연스럽게 터득하여 옆에서 누가 ‘톡’ 치면서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얼마지?’ 라고 하면 ‘지출 기준으로 약 600조원 정도?’ 라고 바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드디어 깔때기 결론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림숫자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은 Ballpark 워크북을 이동할 때 수시로 보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해서 볼 수 있는 이북이기 때문에 휴대성이 매우 좋습니다.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면 매우 권장합니다.
끝으로 게스티메이션 또는 어림숫자는 컨설팅펌 면접 볼 때만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이외로 직장 생활하면서 활용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기획, 신사업, IR 준비부터 단순 Financial projection까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숫자로 된 백업을 많이 준비할수록 좋습니다.
P.S. 게스티메이션은 숫자 질문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이를 준비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인데, 한 가지 팁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듣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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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북 시리즈, 한 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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