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정말 깜짝 놀랄 일을 겪었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최근에 여러 번 정독하는 그래서 아끼는 책을 컵 받침대로 쓰는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야! 그거 내가 아끼는 책이야!”
안 보는 오래된 책을 냄비 받침대로 쓰는 것은 본 적도 있고 경험한 적도 있지만, 당시 겁에 질린 내 책은 최근에 나온 것이고 나무로 된 좋은 책갈피도 꽂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정성스레 밑줄을 긋고 메모한 페이지도 있는, 나와는 정을 주고 받은 책인데… 그 책이 자칫하면 뜨거운 커피 샤워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반응은
“책이 그래봤자 책이지 뭐.”
태어나 처음 듣는 얘기였고 제 상식 밖의 매우 몰상식한 언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게 가치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겐 무가치할 수 있고, 거꾸로도 마찬가지고요. 단순 역지사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역지사지를 발휘해야겠습니다. 일단 다짐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