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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와 Sep 16. 2022

니가 본 것을 믿지 말지어다

잃어버린 3초를 찾아서

니가 본 것을 믿지 말지어다


오늘 오전에 친한 선배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도움되는 조언도 아낌없이 해주는 선배입니다. 그래서 선배에게 선물하려고 최근 1년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 여러 번 읽고 있는 책,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 들고 다니며 보고 있는 책을 샀습니다. 


이북 예찬을 하고 이북 위주로 출판하며 이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신사업을 하면서, 종이책을 샀습니다. 그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란 책에서 무엇인가 학습하려는 목적이라면 이북보단 종이책이 낫다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고, 해당 부분을 읽으면서 납득했기 때문입니다. 네, 선물하려는 책이 ‘학습 목적’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가방을 챙기면서 선물(책)을 넣으려다가 가방이 무거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이제부터 잠깐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쓰기를 조금 따라합니다.


안 그래도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우산도 챙겨야 하는데 여기에 2권의 책을 들고 출근을 해야하다니… 평소보다 2배 무거운 가방이 아니고 3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나? 그건 싫은데… 그럼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뭔가 빼야지. 우산을 빼? 아니야, 비 오는데 비 맞기도 싫고 뛰기도 싫고. 내 책을 하나 빼야겠다. 잠깐, 그러면 이따 선배 만나러 갈 때 볼 책이 없는데? 아하! 어차피 같은 책이니까 내 책의 책갈피를 빼서 선배에게 줄 책의 같은 페이지에 꽂은 후, 이동할 땐 선물 줄 책을 보면 되겠다. 어차피 포장한 것도 아니고 깨끗하게 보면 뭐 괜찮겠지. 오, 똑똑해, 똑똑해. 


그리고 보던 책에서 책갈피를 빼며 몇 페이지인지 확인하고, 선물할 책의 같은 219페이지에 꽂으려는 순간 뭔가 발견했습니다. 

219페이지
어? 페이지가 위에 적혀 있네? (서지정보의 3쇄를 확인하며)새 책이라 그런가? 알라딘에서 중고로 사서 그런가 내 책은 약간 낡았고 오탈자가 한 두 군데 있었던 것 같고 그럼 나도 새 책으로 한 권 더 살까? 페이지 표시를 아래에서 위로 옮길 정도로 인디자인을 바꾼 것이라면 책 안의 내용도 한 번 검토했을거 아냐? 오탈자는 당연히 잡았을거고 번역 과정에서 어색한 문장들도 더 수정했을거고. 게다가 ‘추상화’였나? 앞뒤 맥락을 생각할 때 좀 아쉬웠던 단어도 있었고. 이런 부분까지 보완되었다면 새 책을 안 살 이유가 없지. (내 생각이) 맞나 확인해보자. 


그래서 다시 원래 보던 책을 펼치는 순간 ‘유주얼 서스펙트’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거기에도 페이지가 위에 표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1분 전에 219 페이지까지 확인을 했으면서 그게 아래 있었다고 착각했네. 똑똑하긴, 개뿔, 나 바보네.


앞으로 직접 봤다고, 무조건 확신하진 않으려고요.


p.s. 보는 책은 제텔카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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