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링에 대해 한 번은 들어봤었는데, 이게 다시 한 번 크게 와 닿은 것은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은 후 입니다. Anchoring, 닻 내림 효과라고 하는데 한 번 머리 속에 특정한 정보가 입력이 되면 그 정보의 영향력(boundary) 안에서 생각을 한다는 말입니다. 배가 정박하기 위해 닻 내림한 모습을 상상하면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닻과 배를 연결하는 줄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배가 줄 보다 긴 곳으로 갈 수 없으니까요. 행동경제학 관련 여러 책에서 앵커링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잘 알고 있으면 더 좋은 의사결정에 도움된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앵커링 효과를 체감하는 경우 중 하난 명품 가방 가격을 알아볼 때입니다. 당연히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S, L, P 등의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가방이 얼마냐고 물었는데 직원이 ‘500만원이요’라고 한다면 그게 내 마음 속에 바로 앵커링 됩니다. 이후 해당 브랜드의 나머지 가방들을 보면서 크기, 디자인, 재질 등을 가늠해보고 500만원보다 비싸거나 쌀 것을 예측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직원이 한 마디 덧붙여 친절하게 안내를 합니다. 원래 물어봤던 500만원의 가방 말고 그 옆에 있는, 뭔가 아주 조금 아쉬운 가방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옆의 가방은 매우 합리적인 가격, 또는 저렴한 가격의 신제품으로 이 또한 잘 팔린다고 말하죠. 그러면 우리는 그 합리적 가격의 가방은 얼마냐고 묻고 400만이란 대답을 듣습니다. 아, 이젠 스스로도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것이지요. 이 때 필요한 것은 행동을 취하기(더 정확하겐 충동구매) 전에 내 마음 속에 어떤 닻이 내렸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건 비단 가방만 그런 것이 아니고 자동차, 옷, 신발, 의자, 조명 등 거의 모든 상품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앵커링은 꼭 숫자와 관련된 것에서만 관찰되거나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으로 내가 활용할 수도 있고요. 좋은 예로 뭔가 어려운 일에 대해 나와 비슷한 다른 사람이 해내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는 것입니다.
여기 생전 처음 보는 200개의 한자를 4시간 안에 외우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외운다는 말의 의미는 ‘대한민국’이라고 말을 들으면 백지에 ‘大韓民國’이라고 4개 한자를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암기를 잘 하는 사람은 200개가 쉽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제한 시간 안에 외우기 버거워합니다. 한 시간에 50개씩 처음 보는 한자를 외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랑 비슷한 수준의 학력, 지능, 경험을 가진 친구가 4시간 안에 외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바로 내 마음 속에 ‘4시간 내로 200개의 한자를 외울 수 있구나’란 사실이 앵커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큰 근거는 많지 않습니다.
일상 생활 속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까요?
주변에 좋은 분들, 계속 성장하는 분들이 많을수록 좋겠죠. 물론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생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사람을 직접 컨택하고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영감을 주고 받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내 마음 속에 좋은 닻을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해주시던 말씀 중 틀린 것이 거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