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강원국의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법' 동영상을 봤습니다. 약 18분 동안 강원국 작가님은 총 7 + 1 의 방법으로 방법을 알려줍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고개를 많이 끄덕였고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체득은 커녕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안다’라는 말의 의미를 4개로 분류할 때 내용도 모르고 할 줄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글쓰기 또는 책내기의 효용을 잘 아는 사람 입장에서 내용도 알고 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몸에 익힐 때 제가 쓰는 방법을 하나 소개합니다. 결론 먼저 짧게 말하면 알게 된 내용을 직접 해보는 것이고, 조금 길게 말하면 글 또는 하나의 문단을 빨리 작성하고 계속 업그레이드 하며 반추하는 것입니다. 업그레이드 내역을 계속 확인하기 위해 구글시트를 활용했고, 처음엔 '글 또는 예시' 열에 글을 계속 누적하며 쓸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계획대로 되지 않고 관련 생각들이 중구난방 날아다녔고 이를 막진 않았습니다. 다음 빨간색 괄호 번호는 동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익히기 위해 생각했던 무작위 흐름입니다.
<1>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쓰기
영상 주제가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법이기 때문에, 하루 일기 또는 수필을 쓰는 것과 목적이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작가와’ 활성화를 염두하고, 저희가 밀고 있는 서비스를 생각하며 하고 싶은 말을 아주 간단하게 적었습니다.
“공동집필에 참여합시다”
<2> 핵심 메시지에 value를 포함한 부연 설명 넣기
한 줄 요약은 리더가 바쁠 때 한 마디로 요약해서 말하는 경우엔 유용하지만 보통은 맥락도 없고 감흥도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 나는대로 부연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글쓰기의 장점은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글감이 별로 없어서 글쓰기가 어렵다면 작가와의 '공동집필'에 참여하길 권해드립니다.”
<3> 배운 내용 접목하기
이제 동영상에서 본 내용을 접목할 차례입니다. 큰 의미 없이 구체적으로 쓰라는 1번의 1)부터 적용해봅니다. 그래서 value를 포함한 핵심 메시지를 수정해봅니다. 예를 들면 ‘글쓰기 장점은 정말 많습니다’란 말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수정할 부분을 생각하며 글을 고치기 시작합니다.
처음 글을 한 번 수정한다고 바로 마음에 드는 단어나 문장이 되진 않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어떤 장점이 있는지 불명확하고 글쓰기가 생각을 명확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도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 뒤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메타인지만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 멈췄습니다. ‘이걸 꼭 순서대로 접목해야 하나?’란 생각과 함께 다른 내용을 살펴보니 1번의 2)에 추상적으로 쓰지 말란 내용을 발견했죠. 그래서 비고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글쓰기장점을리스트업하고정리하는것선행필요”
<5> 전체를 다시 살펴보고 적용하기 쉬운 것부터 찾아 접목하기 (1)
1번의 1)로 시작하다가 1번의 2)까지 보게 되니 나머지도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약한 내용을 살펴보니 5번 ‘이익이 될 때 움직입니다’가 보입니다. 공동집필을 쓰는 것의 좋은 점들을 나열하고 이를 잘 어필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엔 바로 아래 6번 ‘이야기에 움직입니다’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지! 이야기로 쓰라고 했지!’란 생각이 들면서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그냥 브레인스토밍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와 공동집필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엮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 이야기보다 개인 경험에서 찾는 것이 더 낫겠단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7+1의 방법을 조감하다가 어떤 내용은 처음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번의 1) ‘글의 군더더기를 최대한 빼야 한다’와 7번 ‘정확한 것에 움직입니다’, 그리고 내 경험이지만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만한 이야기를 서술할 예정이어서 2번 ‘공감 가는 글에 움직입니다’도 우선순위를 뒤로 두어 머릿속 부담을 줄였습니다.
<8, 9> 본격 글쓰기 전 글감 모으기
이제 설득력 있는 글을 위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그냥 모으면 비효율적이므로 독자가 잘 모르거나 의구심을 갖거나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의 근거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기존 핵심 메시지의 단어, 문구, 문장 등을 톺아보면서 잘게 나누고 질문을 먼저 했습니다. 여기서 질문은 글감 모으는 방법으로 쓰기도 했지만, 4번의 2) ‘독자에게 질문하듯 써야 한다’는 내용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이야기 서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하단질문의답을개인이야기로풀면좋을듯
a.장점은뭐가있지? -> 리서치후보완하자
b.꾸준히쓰는것은왜어렵지? -> 시간걸려서, 습관의속성(습관의재발견도서참고)
c.글감이별로없거나못찾는것은왜그렇지? -> 관점전환연습부족, 나에대한관심/사랑부족
d.꼭 '공동집필'밖에없나? -> 아님, 그러나쉽고부담이적으며돈도들어옴”
<10> 초안 쓰기
저의 개인 경험에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서 어릴 때 일기를 써본 경험이 있는 30대-40대의 한국인을 타깃 대상으로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의 유용성’으로 공감을 이루고 이 내용을 자연스럽게 공동집필로 연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대전 부모님 집은 골동품 가게입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들이 아니라 정말 오래된 물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드봉' 비누라고 들어보거나 본 적이 있는지? 그 비누 3개가 들어가는 곽과 포장을 뜯지 않은 드봉 비누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베란다엔 병풍 하나가 먼지가 켭켭이 쌓인채 10년 넘게 그대로 서 있습니다. 받침 부분이 삭아서 넘어질 법도 한데 정말 그대로 있습니다. 예전 내가 쓰던 방의 책상, 책장, CD 플레이어들도 세월의 흔적 없이 그대로 있습니다.
어느 날, 옷장 속의 옷들부터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날, 뜻하지 않게 옷장 한 구석에서 낯익은 검은색 종이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열면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 그 상자를 연 순간 초등학교 때 쓰던 부끄러운 일기장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날짜, 날씨, 제목, 본문, 그리고 일기 하단엔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 있는 일기. 쓰기 싫은 숙제로 자리 잡았던 일기. 그래서 무슨 저널리스트도 아닌데, '오늘 아침엔 비가 왔다. 학교에 갈 때 신발이 젖어 찝찝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도 비가 계속 왔다.'의 시간 순서로 기록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난 비가 싫다' 정도로 감정을 표현한 일기. 그 일기장들이 상자 속에 숨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회초리로 맞기 싫어서 날짜를 빠트리지도 않고 꾸준히도 썼습니다. 약 900 페이지가 넘으니 읽을 양도 많았죠.
그 어떤 책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확신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은 자기가 예전에 썼던 일기장이라고. 왜 그럴까요?
영화 '빽 투더 퓨처'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통해 완전히 잊고 있었던 나의 삶을 다시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진성이가 경화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사과를 줄리가 없다.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난 믿지 않는다. 내일부터 증거를 찾아야겠다. 내 기필코 현장을 잡아내리라'와 같은 별 쓸데 없는 글을 보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근데 이런 즐거움은 꼭 일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내가 쓴 모든 글이 이와 유사한 즐거움을 줍니다.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과거 나의 생각, 감정 등을 엿볼 수 있고, 회사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그 당시 열정을 쏟았던 나를 볼 수 있습니다.“
<11> 글 전개에 대한 의구심
경험담을 쓰다 보니 글이 쉽게 쓰여져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쓰다보니 이야기를 어떻게 공동집필과 개연성 있게 연결할 지 애매해졌습니다. 계속 써도 되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공동집필로 어떻게 내용을 전개하지? 내 경험과 이어지는 것이 있나? 함께 글을 써서 즐거웠던 것이 있나? 대학 리포트 쓰느라 밤 샌 것? 혼자 쓰지 않고 함께 쓰면 좋은 점 또는 더 재미있는 것은 무엇이야?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즐거움 빼고. '함께 쓴다'만으로도 가질 수 있는 value는? 책이 쌓이고 인세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 말고 있을까? 공동집필에 참여한 글들만 모아서, 작가별로 또 다른 책 출간을 지원하면 관심이 있을까?”
<12> 깨달음
다시 7+1의 내용을 보니 +1에 ‘잘 살아야 합니다’가 이제서야 눈에 보였습니다. 영상 속 강원국 작가님은 ‘누가 썼는가를 보고 설득당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글쓰기가 탁! 하고 막혔습니다. 메시지는 스스로 바르고 좋은 사람이 되어 삶을 살아야 글의 설득력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는데, 전 이를 더 확장하여 글 내용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말로 해석했습니다. 일단 일기장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재미와 즐거움은 말할 수 있지만 함께 써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진 않습니다. 교환 일기라면 다를 수 있지만 경험도 없고, 이게 공동집필과 연결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공동집필의 value에 대해 확고한 믿음과 경험이 있어야 되는데, 앞에서 언급한 ‘내 이름이 걸린 책이 누적되고 인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외엔 내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내가먼저확고한믿음이있어야함”
학습할 때, 더 정확하겐 뭔가 외울 때 자주 쓰는 방법으로 앞 글자 따기를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법’에선 ‘구공납강이이정잘’로 첫 글자만 모아 임의 단어를 만들고 암송하는 것지요. 큰 의미에선 이것도 배움입니다.
조금 더 나가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암기보단 어렵겠지만 영상 속의 사례와 유사한 나의 사례를 찾아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의 No ruels’를 보면 휴가 규정을 없애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서 혁신을 이루었다고 한다. 당신의 회사도 휴가 규정을 없애야 한다. 또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와 같은 말은 책을 읽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가 어렵다는 반전이 있습니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을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 어렵긴 해도 머리와 몸에 남습니다. 즉 배운 내용을 적용하면서 반추를 하는 것입니다. 반추를 더 잘 하기 위해 아는 단어와 직접/간접 경험*이 많고 생각하는 방법(Critical thinking)을 알고 있으면 좋지만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혼자 곱씹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즉 실천하기 또는 활용하기도 중요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생각하기’도 중요합니다.
p.s. *생생한 간접 경험을 위해, 공동집필에 참여하며 다른 작가님 글도 보고 나도 쓰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