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친구들을 만나러 압구정동 에 갔다가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는데 김정민의 "마지막 약속"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처음으로 모르는 곳에서 내가 쓴 노래가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계산을 하는데 아르바이트하는 분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싱글벙글 웃으며 계산했던 기억이 나요.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아는 곡을 쓴 사람이 되었죠. 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동업하던 인테리어 회사는 뜻이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고 한동안 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아 캐나다로 유학을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노래 한곡이 알려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주위에선 노래가 히트했는데 작사를 좀 더 하는 게 좋겠다고 했었고 나는 고민 끝에 유학은 나중에 가도 되니까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일 년만 더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행복 끝 고생 시작이었는지도......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게 있어요 스포츠에서 2년 차 루키들이 겪는 일인데 촉망받는 신인들이 기대치에 부담을 느껴 성적이 안 좋아지는 거죠
사람들이 "마지막 약속" 이란 곡을 좋아했어요. 가사만을 좋아한 건 아니였죠. 그 이유에는 김정민의 스타성 그리고 작곡, 편곡, 연주, 매니저의 피알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작사만 잘한다고 히트가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두 번째 히트곡을 만든다는 건 첫 번째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당장 곡을 써도 그 당시엔 최소 6개월의 제작기간이 필요했고 보통 앨범은 8곡 이상이 실리니까 1년 정도의 공백 기가 있는 거였어요.(음원이 아니라 앨범으로 발표하던 시기)
아마도 이시절이 오히려 제일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후배들 히트하고 나서 다된 것처럼 생각할까 봐 충고해주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약속이 히트하고 나서 김정민 3집에는 제작자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사가가 되어서 3집의 많은 곡들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어요. 뭔가 중요한 사람이 된 거 같아 좋았지만 부담감은 백배 정도 증가한 거죠.
작업 내내 1년 동안 압박감이 심했어요. 하지만 난 부담감보다 더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작사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 작사가가 되고 싶었고, 첫 번째는 운이 좋았지만 두 번째 곡은 나의 노력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히려 8년간의 무명생활이 도움된 거예요.
아침 늦게일어나 밥 먹으면서도 길을 걸을 때도 듣고 또 들었어요 잠자는 게 아까울 정도로요 작사가 삶을 장악해버린 거죠 처음으로 인정받은 일인데 그 정도 집착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작사를 한다는것은......
술에 취해 정민이 데모곡을 들으며 집에 가는 길에 멜로디를 흥얼대다가 싸비 부분이 툭 하고 튀어나왔어요.
노래는 싸비 즉 C 파트 부분이 중요하니까 다된 거나 다름없었죠 대단한 글은 아니에요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너" 독창적이진 않지만 노래방에서 부르면 착 감기는 쉬운 문장이거든요~ 매일 듣고 따라 부르다 보면 가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요.
첨부터 곡을 쓸 때 성진이가 원했던 건 시공간을 넘나드는 영원한 사랑이었으니까 스토리는 이미 구성을 마친 상태였고 완성이나 다름없었죠.
그렇게 "무한지애"가 만들어졌어요
조각 중에 조소가 있고 소조가 있듯 가사도 조각을 붙여 나갈 수도 있고 전체적인 문장을 깎아 나갈 수도 있는 거 라는걸 배우게 된 거죠 배울 데가 없으니 다른 작사가의 가사나 스스로 써서 알아내는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어요
또한번 타이틀을 놓치다 ...(징크스)
3집 타이틀 "애인" 은 몇 달의 노력 끝에도 쓰질 못해서 박주연 누님이 쓰게 되었고 또 첫 번째 타이틀을 놓치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 김정민은 아무거나 불러도 되는 대세인지라 "무한지애" "굿바이 마이프랜드"는 부르는 데로 히트를 하게 되었고 덕분에 두곡의 히트곡이 더 생겼어요 ( 물론 곡들은 너무 좋은 곡들이에요. 둘 다 히트 를 했으니까요)
이제 모르는 제작자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무한지애
하해룡 작사 고성진 작곡
네가 없는 이 세상은 나에게는 어둠일 뿐이야 나도 이제는 너를 따라서 이 세상을 떠나려 해
나는 다시 태어나도 내 사랑은 너 하나뿐이야 다음 세상에 만나는 그날을 꿈꾸여 이젠 안녕
너는 웃으며 나를 반기겠지 그 눈빛을 난 기억 해 어둠에 벽을 넘어서 우리 함께 다시 만나길 기도해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너 기다려온 우리의 사랑을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됐어
간주
처음 흰 눈이 어깨에 쌓일 때 너를 위해 기도했어. 성당에 종소리만이 희미하게 너의 눈물을 위로해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너 기다려온 우리의 사랑을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됐어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너 기다려온 우리의 사랑을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됐어 이젠 웃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