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민이 형 매니저 깡통 형님(캔 엔터티인 먼트 강승호 대표)이 가사를 부탁하려고 전화가 올 줄이야!
히트를 하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곤 하더군요 속으론 엄청 떨렸는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더랬어요.
압구정동 "커피 커피"라는 곳에서 상민이 형과 깡통형을 처음 만났는데 박상민 2집 을 만드는데 가사를 써달라고 3곡 정도를 부탁받은 걸로 기억해요. 그때 상민이 형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해룡 씨 가사는 슬프지만 따뜻해요" 나야 멋모르고 쓴 건데 어떤 사람에겐 그런 느낌을 주는구나! 그때 나를 객관화시키는걸 조금 알게 됐어요
집에 돌아와서 데모곡들을 들었는데 사실 믿기지 않는 거예요 내가 "멀어져 간 사람아"의 박상민 가수 곡을 작업하게 되다니! 그것도 우리 동네까지 찾아와 부탁을 하다니!
불과 몇 개월 전에는 다 틀렸으니 도피유학이나 가려던 나에게 요.
가수 복이 많은 시절이었어요
작사가로서 홀로서기
이번 작업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무명 때부터 친분이 있던 정민이, 성진이가 아닌, 일로 만난 모르는 사람과의 작업을 성공시키는 거였죠.
처음 작사가로 인정받아 일을 부탁받은 거니까요.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백만 번쯤은 들은 것 같아요. (실력이 없으면 무식하게 노력이라도 해야 하니까요) 쓰고 고치고 또 쓰고 고쳤는데 신인이고 문장 능력이 없어서 힘들더라고요(단점에 얽매이지 말고 장점을 더 살리는 게 낫다.) 문장보다는 상황이나 설정을 더 살리고 노래 부를 때 쉬운 글을 만들자,라고요.
작사 TIP
방법을 찾다가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었는데 곡의 파트를 나누고 음절을 나누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단계별로 정하고 나서 중요한 부분에는 핵심 단어나 강조할 수 있는 단어를 배치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설계도 같은걸 만든 거죠. 음악의 구조를 잘 파악하는 건 도움이 돼요.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판단해야 해요)
"애원"이라는 곡이었는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두음 절 부분에 "my love" "my love"를 반복했더니 귀에 확 들어 오더라고요. 중요한 부분은 항상 대체 단어를 만들곤 해요 "안돼" "안돼"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결국 "my love"가 선택됐어요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는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포인트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거지만 중요 부분엔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거죠.
오히려 "애원" 말고 나머지 곡 가사가 개인적으론 맘에 들지만요. (수록곡 "다시 시작하려 해")
그땐 노랫말이란 노래의 말 이기 때문에 노래가 중요하니까 대중적인 곡엔 대중적인 가사를 써야 하는 거고 개인적인 색깔을 너무 강하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은 좋으면 좋은 거예요 들어서 좋으면 그만인 거죠.
녹음실에 가서 가사를 전달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곡이 타이틀이 돼가는 분위기였어요. 매번 그랬으니까 그래도 박상민 씨의 곡을 몇 곡이나 쓴 게 어디냐! 라며 위안을 하며 지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