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신인일때는 곡을 쓰는것 자체가 ,기회가, 중요했고 쓸수도 없었으니까 타이틀 그런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어요.
하지만 몇곡의 힛트곡이 생긴뒤로는 의뢰 받는곡 자체가 180도 바껴서 일단 유명한 가수이거나 , 기획자체가 괜찮은곡 위주로 받게 됐어요. 결국 나만 잘하면 되는거였죠.
"별은 내가슴에" 라는 드라마 주인공 안재욱 가사를 의뢰 받을당시엔 드라마가 시작단계라서 얼마나 유명해질지는 몰랐지만, 작업하고 녹음할때까지 그짧은 시간에 이미 "강민" 신드롬 이 일어날 만큼 엄청난 유명세를 치루고 있었죠.
안재욱1집에 노래는 세곡이었어요. 앨범 프로듀서가 김정민 제작자 였기 때문에 3곡을 전부 쓰기로 했어요. 제작자체가 드라마 끝나기전에 나와야하는 바쁜 일정 때문에 여러명에게 의뢰할수 없게 된게 행운이었죠. 드라마 중간쯤 겨우 녹음을 시작할수 있었어요.
어느정도 신예작사가 라는 명칭도 생겨 집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작업실겸 자취를 시작했어요.투룸이었는데 한쪽 방에서 성진이와 남욱이가 작곡을하고 내방에선 작사를 하는 마치 music factory 같이 된거에요.(우린 노래공장 같다고 했어요)
아무때나 음악을 듣고 작업할수 있게된거죠.
같이 밥먹고 노래만들고 놀고 좋았던 시절이었어요.
이번엔 의뢰받은 3곡중 한곡이 타이틀이 되는게 분명했으니까 정말 심혈을 기울였어요. 작사를 해서 혼자 나즈막히 불러보거나 머리속으로 불러보며 작업하지만 작업한 가사를 좀더 객관적으로 느껴보고 싶었어요.
작사 Tip
작은 녹음기를 사고 (녹취할때 쓰는 그런 작은카세트가 들어있는) 가사를 쓰고 나서 가이드를 틀어놓고 내가쓴 가사를 불러서 녹음했어요. 별거 아닌것같지만 글을쓰고 그냥 가사를 맞춰 불러볼때와는 다르게 단점이나 고쳐야할 부분들이 너무 잘보이는거에요 ( 훈수둘때 더 잘보이는것 처럼 )발음이나 반복된 단어,어간, 어미, 소리가 어색한 부분들도 손 보기 쉽게 들렸어요. 요즘은 핸드폰 하나면 녹음도 글도 다할수 있겠죠(웃긴건 노래를 못해서 울리라고 화장실에서 불렀어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글을 쓰는건 주관적인거에요 그러나 가사는 객관화 되는 거니까
작사란!
"주관적 인것을 객관화 시키는 작업 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개인적인 경험을 설득력 있게 써야하죠
결국 그것만의 리얼리티가 살아있어야해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서 나도 잘 못지키는 부분이 많아요.
사람들이 작사비법 같은걸 많이 물어봐요. 그럼 저는 "비법이 없는게 비법이야"! "비법있으면 나도 좀 알려줘" 라고 말하는데 진짜 비법이 있긴 있어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돼요".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요" 재미없는 말이 길었네요 ^^
앨범 3곡의 작곡가는 고성진, 최남욱, 조장혁 이었는데 성진이는" Forever " 남욱이는 "방황" 장혁이는 "Don't go baby" (세명 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알던 사이고, 셋은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랍니다.) 3곡의 가사를 들고 녹음실에 갔는데 이미 안재욱은 슈퍼스타가 되있고 녹음실 부스 밖에는 기자들로 꽉차 있었어요. 그렇게 많은 기자가 있는 녹음실은 본적이 없었어요. 덕분에 잡지에 성진이와 인터뷰도 같이했네요.
녹음실 에서
녹음을 시작하기전 가사 점검을 하고 처음 가사에 맞춰 불러보는데 타고난 가수는 아니지만 괜찮았어요. 그당시는 드라마는 사전제작이 아니어서 매일 촬영을 하고 짬을 내서 녹음하는 거니까 아마 엄청나게 피곤한 상태 였을거에요.
무엇보다 이노래가 잘될거라고 생각한건 안재욱 이라는 연기자가 가지고있는 노래에대한 열정과 마음가짐을 본 후였어요. 보통 가수들은 자기를 잘알기때문에 자기가 할수 있는 어느정도 선을 잘알고 그만둘때를 알거든요. 다음날 촬영이 있는데도 노래하는 그시간에는 그런 생각없이 계속해서 반복하며 지친기색없이 다시 한번을 외치더라구요 그당시 노래녹음 디렉을 최남욱 작곡가가 했는데 오히려 남욱이가 안재욱의 목상태를 걱정하게 될정도로 하곤 했어요.남욱이 엄청 많이 고생했어요. 어렵게 촬영과 녹음을 반복하며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에 끝을 낼수 있었어요.
별은 내가슴에 드라마는 이미 국민드라마가 돼있었고 마지막회 안재욱이 최진실에게 불러주는 씬에 딱한번 나왔는데도 기획한데로 엄청난 히트곡이 되었죠 mbc 드라마 여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mbc 인기가요 첫진입 1위라는 유래없는 기록도 가지게 되었고 sbs에서도 1위를 했어요.
드디어 징크스를 깨고 저도 첫번째 타이틀 작사가가 되었네요.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문을 열고 또 앞에 놓인문을 열겠지만 항상 지금 주어진 문을 인식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 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1997년도 5월이었고 이후로는 수도없이 작사 의뢰를 받아 데모테잎이 책상앞에 쌓이게 되었죠.
예전에는 곡을 쓰다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면 그냥 놀고 그랬는데 일이 밀리니까 기분전환을 다른곡 작업으로 하게되는 웃지못할 일이 생기더군요.
하루에 두곡의 가사를 쓰기도 했는데 이렇게 열심히 했던 이유에는 30년지기 고성진 덕분이기도 했어요.
처음 작사라는걸 했던 이유는 성진이랑 음악을 듣고 노는게 좋아서 시작한거고 둘이 같이 작사 작곡을 하는게 좋아서였는데 어느새 다른사람의 곡을 작사한다는게 한편으로는 조금 미안한 면도 있고해서 곡선정을 까다롭게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성진이가 그랬어요
"네가 다른사람 곡 작사 많이해서 맛있는거 사줘" 라고요.
그말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 편해졌고 부탁하면 신인이나 곡비에 상관없이 닥치는데로 쓰고 돈벌어서 맛있는거 사줬어요.
물론 성진이곡은 진짜 최선을 다해서 작업했죠.
그당시는 작사비를 받던 시절이었어요.한곡에 얼마 이렇게요. 3곡의 작사비를 받았고 안재욱이 cf 를 찍었는데 두편의 배경음악에 실려 작사비를 2번더 받은게 된거죠.
바쁘니까 돈쓸시간은 없고 저작권료와 작사비 를 함께 받으니까 돈이 넘치던 시절이었어요.
하지만 타이틀에 연연하게 된 이유는 돈 때문인것보다 다른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가수를 떠올릴때 대표곡 이 보통은 첫번째 타이틀곡으로 기억하거든요. 이를테면 안재욱 하면 Forever 이렇게요. 늘 화두를 던지고 작업하던 시기였어요.
운이든 뭐든간에 간절히 원하던 첫번째 타이틀 작사가가 됐어요.
사실 즐기면서 할수 있는 일은 없는거에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과정은 괴롭고 힘들더라도 견뎌낼수 있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