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작사를 의뢰받았을 때 박정현 씨는 데뷔를 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그때는 리나라고 불렸고 데모를 들었을 땐 엄청난 가창력에 작고 이쁜 친구였어요.
처음 곡을 듣고는 컨셉을 상처 받은 여자의 입장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는 이야기를 써서 주었는데... 제작자가 맘에 들지 않아 하며 대학생 정도의 나이에 맞춰 달라고 해서 다시 한번 어린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갔어요. 나는 여자가 아니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소년의 시선으로 글을 스케치하고는 그걸 소녀로 치환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썼어요.
같은 노래에 가사를 두 번 쓰는 건 너무 힘든 작업이에요
내가 쓴 곡의 이미지가 남아서 자꾸만 충돌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너무나도 탐나는 목소리의 가수였고, 곡 이어서 그리고 앨범 제작에 손댔다가 빚을 지게 돼서 돈이 필요했거든요.... 궁하면 열리나 봐요
작사를 완성시키고 처음 스튜디오에서 작사에 맞춰 노래 부르는데... 이게 내가 쓴 가사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러줘서... "작사가는 역시 가수를 잘 만나야 돼" 하고 혼자 기뻐했던 곡입니다.
제목의 재발견
제목을 짓는다는 건 가사를 쓰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에요. 한때는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 제목을 전부 적어온 적도 있고 치열하게 제목들을 미리 만들곤 했어요
박정현의 노래를 쓰기 전에 영화 비트의 작사에 참여했었는데 김부용 이 부른 주제가도 작업했지만 앨범에 실린 다른 곡도 참여했어요. 비트 앨범의 작사 프로듀스 라는걸 맡아서 제목과 작사에 대한 전체적인 것을 신경 써야 했고 내가 가사를 쓰지 않은 곡에 제목도 지어야 했어요.
내가 쓴 여가수의 노래도 신경 써야 했죠 그래서 아끼던 제목 P.S I love you를 비트의 영화 앨범에 사용했죠. 신인 여가수였고 노래는 타이틀 말고는 피알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이런 노래가 있는지도 몰랐겠죠. 정말 아끼는 제목인데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웠어요 창작자로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박정현 씨의 가사에 너무 잘 어울려서 다시 한번 제목을 쓰게 됐어요. 10년도 넘은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비틀스의 노래 중에 P.S I love you 란 곡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타이틀곡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해서 두 번째 타이틀이 되었고 박정현 씨 팬들 사이에선 추신사 라고불린 다는걸 얼마 전에 알게 됐네요.
박정현 씨의 앨범에 여러 번 재편곡돼서 새로운 이미지의 P.S I love you를 듣게 된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나가수에서 거미가 부른 P.S I love you는 색다른 느낌이어서 좋았고요.
1998년에 쓴 곡이니까 벌써 23년이나 된 곡이군요
어느덧 저작권협회에 가입한 지 29년이나 된 고인 물 작사가가 되었네요.
P.S 그 당시 쓰리 박이라고 박정현 , 박기영 , 박지윤 1집에 전부 작사 참여했는데 알려진 건 이 노래뿐이었어요 알려진 가사보단 알려지지 않은 가사가 더 많다는 것.... 결국 얼마나 버티느냐 도 중요해요
P.S I love you
작사 하해룡
작곡 김덕윤
편곡 박용준
우연히 그댈 처음 본 순간 운명이란 걸 느낄 수가 있었어 사랑의 시작을
먼저 말할 수 없어 기다려 온 시간들 외로움 처음 알게 되었어
난 두려워 우리 사랑한 뒤에 멀어진다면 다시 볼 수 없는 건 견딜 수 없기에 우정이라 말하고 그대 곁에 있지만 너무나 깊은 사랑인 걸 어떻게 하나
*난 그대와의 만남과 다가온 슬픈 이별까지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어 잠시 그대 나를 잊고 사는 그 순간에도 그대를 난 기억 하며 살아갈 테니 사랑해요 그대만을 영원히
그저 미소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그대와 함께라는 것이 믿을 수 없어
난 언제까지 그대를 원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는 기억해주길 바래 내겐 하나뿐인 그댈 위해 내 모든 것을 원해도 다 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약속할게 처음 느낌 그대로 그대만을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