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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나 Apr 14. 2023

책상 그 뭐시라꼬.

돈이 없어 못 사냐?


책상이 갖고 싶다고? 그냥 식탁에서 하면 되지,
책상 놓을 공간도 없는데 굳이 들여야겠어?


 


 재작년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거실의 티브이와 소파를 없애고 싶었다. 대신 큰 책상을 놓고 벽 쪽으로 책장을 세워두자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과 책상에 둘러앉아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이나 공부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나의 의견에 못 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일하고 오면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인데 그 마저 없으면 섭섭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둘째가 아직 어려서 뛰어놀고 장난감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거실이 꼭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고 남편의 섭섭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다시 생각해 보자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때 다 없애 버리고 거실을 정비하는 거였는데.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


 30대의 마지막이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나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새벽기상, 운동 30분, 독서 30분, 외국어 30분 등 나만의 루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만 도태되고 위축되어 쪼그라들 것만 같았다.


새벽에 일어나 식탁에 나만의 책상을 세팅한다. 아주 조용하게, 소리가 나서 둘째라도 깨면 큰일이다.
먼저 불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간이 독서실 칸막이를 식탁에 세팅하고 스탠드를 멀티탭에 연결해서 켠다. 그다음 노트북을 연결하고 다이어리와 필통, 읽을 책 등을 준비한다. 핸드폰은 잠시 무음으로 해 두고 시간을 무음으로 알려주는 타임워치를 책상에 올린다. 오늘 마실 물도 정수기에서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따라 준비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책상 세팅 완료.


 어느 날 새벽 이렇게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마도 그날따라 내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졌나 보다. 나도 내 책상이 갖고 싶었다. 내 책상이 있으면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 없이 그냥 앉으면 그만인데. 하루종일 책상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독서실책상이나 간이 책상을 열심히 검색해 보고 우리 집에 놓을 자리를 생각해 보느라 하루 종일 행복했다. 그리고 남편에서 살며시 떠보는 말로 물었다. 책상이 갖고 싶다고? 그냥 식탁에서 하면 되지, 놓을 공간도 없는데 굳이 들여야겠어? 돌아오는 대답을 예상했음에도 마음에 서운함이 남았다.


큰 아들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시댁에서 주신 입학금으로 책상을 마련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큰 뜻을 품고 좋은 브랜드를 엄선해서 직접 가서 앉아보고 만져보고 따져보면서 골랐다. 책꽂이가 아주 많은 큰 책상으로 마련했다. 아이가 평소 책을 자주 읽으니 손이 닿는 곳에 책을 그득그득 꽂아주고 마음껏 읽을 수 있게 한 엄마 아빠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책상을 마련할 명분이 없다. 어디에 입학한 것도, 시험준비를 하는 것도 아닌 나에게 대외적인 명분이 없었다. 글을 쓴다고 남편에게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명분을 내세울 수가 없다. 더구나 나의 글쓰기 스승님은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되어서도 식탁 한 구석에서 때때로 음식을 만들어 가며 글을 쓰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더욱 장비 탓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깊게 든다.

 현실적으로도 나이차가 나는 두 아들의 관심사와 필요한 물품이 달라 많은 공간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리 집은 30평 대지만 방은 3개라 침실과 아이방을 따로 2개 주고 나면 여유 공간이 없다.

명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나에게 책상은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자꾸 드는 건 왜일까?



당장의 어떠한 성과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나에게 성장을 위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책상을 하나 선물해주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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