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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나 Sep 12. 2020

인도 바라나시에서 '김종욱 찾기'

PART 1. 인도, 나도 임수정처럼 공유를 만날 수 있을까


인도 여행을 오는 한국 여행객들은 적어도 한 번쯤, 영화 '김종욱 찾기'를 보며 인도에서의 로맨스를 꿈꿔보았을 것이다.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 '김종욱 찾기'는 인도 조드푸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원작인 영화이다.

줄거리는 지우(임수정)가 인도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김종욱(공유)을 보고 반해버린다. 하지만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각자 자기의 여행을 떠난 뒤 며칠 후 웬걸,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도 인도의 한 호텔에서!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다시 시작된다. 다들 한 번쯤 꿈꾸는 여행에서 만난 낯선이 와의 썸이 담겨있는 로맨틱한 영화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 여행의 끝에 모두가 말한다.

 "인도 어디에도 공유와 임수정은 없었다"라고.  모두들 공유와 임수정을 상상하며 인도로 오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인도는 사랑에 빠지기엔 힘든 나라일 수도 있다. 

40도가 웃도는 더위에 땀을 줄줄 흘러서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 환경에 데가, 길거리에 소와 오토바이가 난무하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비포장 도로에서 나오는 먼지까지. 그렇게 하루 종일 여행을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얼굴이 까매지고 샤워를 하면 검은 물이 쭉쭉 나올 정도로 꾀죄죄한 차림이니 첫눈에 반하기엔 참 힘든 행색이다.


  한편으로는 인도는 사랑에 빠지기 좋은 나라일 수도 있다. 수많은 인도 남정네들의 시선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꽤 멋진 남자가 든든하게 내 옆에서 보호를 해준다면? ' 뭐야 이 남자..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옆으로 쌩쌩 지나다니는 오토바이에 팔을 확 당겨 안쪽 길로 걸으라고 한다면, 수많은 인도인들은 순식간에 페이드아웃 처리가 되고 여기, 지금, 우리 오로지 당신과 나. 뭐 이런 느낌일 수도 있겠다.



 나도 지금의 남자 친구를 인도에서 만났다. 우리의 만남은 김종욱 찾기 같은 로맨틱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지만 어쩌면 나도 '김종욱'을 찾은 셈이다. 전 편의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우리는 인도 바라나시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 우리의 처음 만남은 이러했다.

 나는 일행과 바라나시에서 여행을 시작했고, 그는 1달 넘게 혼자 인도 여행 중이었다. 인도 여행을 이미 한참 하던 중이어서 그런지 그의 모습은 꽤 꾀죄죄했다. 머리도 파마를 했는지 곱슬곱슬하고 눈도 작았다. 나보다 한 살 어리길래 난 바로 그를 편하게 대하며 이성적인 마음이 1도 안 들었던 청년이었다. 초면에 내가 했던 말은


SG 워너비 김진호 닮으신 거 같아요


였다. 그러니까 그는

"아! 그런 말 많이 들어봤어요 하하 "

라고 성격 좋은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일행들과 이 친구와 함께 바라나시 강가에 보트를 타러 가는 길에, 인도 스타일의 옷을 나 사야겠다며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나에게 봐달란다. 고민하지 말고 빨리 아무거나 사지 싶어

"아아 이거 이쁜 듯. 이거 사세요" 하면서 대충 말해버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건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옷을 일부러 봐달라고 한 거였다고 한다.


좌) 내가 대충 골라준 옷을 사서 입고 있는 그
우) 처음 만난날, 그와 여럿 일행과 함께 탔던  보트


 그 후로도 몇 번 기회가 되어 그와 아침 조식도 근처 카페에서 몇 번 먹고, 루프트탑에서 파티할 때도 함께 했지만, 연하에다가 (당시에 내 눈에는) 내 스타일도 전혀 아니어서 편하게 남동생으로 대했다. '그냥 말이 꽤 잘 통하는 동생이네 한국에 가면 가끔은 만나면 좋겠다' 정도.


이후 그는 여행 일정상 인도의 남쪽으로 떠나야 했고, 나는 다시 인도의 북쪽, 델리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었다. 그가 바라나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기차를 타러 떠난다길래, 그새 조금 친해진 게스트하우스의 한국인 여행객들과 함께 그를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그는 남인도의 바르깔라로 떠났고, 나는 델리로 돌아왔다. 바라나시에서의 여행이 끝나고도 꾸준히 메시지가 오길래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나갔는데, 참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처음 볼 때부터 호감이 있었다고. 전혀 이성적인 감정이 들지 않아서 "좋게 봐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는 그냥 동생 느낌밖에 없었는데.. 한국에 가서 만나면 술이나 하자"라고 호탕하게 대답해버렸다. (이놈의 경상도 처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곤 나의 주소를 묻는다.

"응? 갑자기 왜 내 주소?"



갑자기 나를 보러 오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남인도에서 북인도까지?  바르깔라라는 소도시에 있던 그는 창문 없는 버스를 타고, 큰 도시로 이동해 또다시 기차를 탔다. 그렇게 3일을 꼬박 걸려 나를 보러 북인도에 왔다. 에어컨도 없는 버스와 기차에서 내내 먼지바람을 내내 그의 몰골은 말 그대로 경악.


나를  보고 헤어지면 후회할  같았다는 그의 말에 괜히 쿨하고 담담한 누나인  수건을 던져주며 " 화장실에서 씻고나 " 했지만 아마 감정은 그때부터 싹텄던  같다. 나를 보러 이렇게 힘들게 와준 열정이라니! 그렇게 우리는 누가 먼저 사귀자 하는 말도 없이 어느새 연인이 되었고 그때의 스물넷의 곱슬머리 청년은 서른 살이, 스물다섯의 인도를 좋아하던 처녀는 서른 살이 되어 함께 하고 있다.




(번외 글)

그나저나 그렇게 우리 집을 불쑥 찾아온 그는 나와 함께 첫날밤을 함께 했다. 아쉽게도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림은 없었다. 침대 위에서 옆에 나란히 누워 mp3 좋아하는 노래를 서로 알려주며 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 알던 사람도 아닌데 불쑥  주소를 알려준 것도,  모르는 남자에게 씻고 나오라며 수건을  것도 평소의 나였다면 상상하지 못하던 행동들이다. 아마 나의 인연임을 알아봤던 내면의 무언가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자리를 빌려 지난 6 동안 나의 20대를 함께해준 남자친구에게 참 고맙다. 나의 30대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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