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 돼?"라고 하면, 딱히 반박할 말이 없긴 합니다만...
내가 뭐라고 음악에 관한 글을 쓸까?
음악업계 종사자인가? → No
음악 애호가가 된 지 오래 됐는가? → No
남들에게 없을 법한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는가? → No
아무리 생각해도 음악을 주제로 글을 쓸 자격(...)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입이 근질근질거리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게 되는 건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늘 시기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뉴스레터에 열정이 불타오를 때에는 뉴스레터를 만들며 한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고, 술을 한창 좋아할 때엔 술에 얽힌 에피소드를 엮고 미디어 속 술 마시는 여자들에 관해 분석했다. 다들 그렇듯 초반엔 화르륵 불타올라 재밌게 썼지만, 흐지부지되며 더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왜 요즘은 글을 안 올리냐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손쉽게 “바빠져서 글을 쓰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곤 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냥 더 이상 글을 쓸 정도로 좋아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고 금방 식는 나의 이런 성향을 컴플렉스로 받아들여 창피해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인정한다. 음악에 대한 애정도 오래 못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끝이 있을 걸 인정하면 오히려 좋아하는 순간에 더 충실해진다. 좋아할 수 있을 때 열렬히 좋아할 것. 사람이든 취미든 무엇이든 좋아하던 것과 작별해 본 적 있다면 누구나 이 마음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에 관해 활자를 적는 것이 일종의 덕질인 셈이다. 지금 이 좋아하는 마음을 기록해 두는 의의도 있지만, 그 마음을 문자로 옮겨 놓음으로써 열렬히 더 좋아하게 되니까.
사실 처음엔 ‘그래도 나름 콘텐츠 기획을 하던 사람인데…’ 싶은 자존심 아닌 자존심 때문에 기획된 글을 쓰려고 했다. 일기 같은 글이 아니라 정제된 형태의, 바로 책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목차와 분량이 될 때까지 혼자 차곡차곡 원고를 쌓아두려고 했다. 근데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를 다시 떠올리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 만약 원고를 다 쌓아뒀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희미해진다면? 그때가 돼서 글을 세상 밖에 꺼내고, 누군가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도 눈을 빛내면서 대화를 더 이어가지 못하고 그저 머쓱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끝낼 수밖에 없다. 그건 너무 재미없다!
그러니까 앞으로 쓸 글은 독자를 위한 글도 아닐 것이다. 부담 없이 쓰기 위해, 유일하게 착실하게 기록해오고 있는 블로그 공연 기록 정도의 의미를 두려고 한다. 누군가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고,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좋고. 아무도 내 글에 큰 기대를 가지지도 않는데, 왜 자꾸 훠이훠이 오지 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이 여는 글은 앞으로 글을 대하는 내 태도에 대한 일종의 다짐을 하기 위해 썼다. 별것 아닌데도 자꾸 비장하게 말하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다.
새로운 시리즈를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