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한참을 옆에 두고 읽었던 시리즈다. 3권을 읽은 후 4권을 다시 읽으려 했으나 기억이 희미해졌다. 그래서 다시 1권부터 읽어 내렸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책이 너무도 흔해진 시대이기에 더욱더 책은 가벼이 여겨진다. 신간이 나오도 흘러가는 물처럼 쉽사리 지나가는 이 시대에 책이 가진 힘에 주목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고서를 통해 책에 대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리라. 책은 그 자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이야기도 함께 전해주기에 말이다. 이 소설은 비블리아라는 헌책방에서 함께 일하게 된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고서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 둘의 일상을 옆에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 정도로 시오리코는 멋진 캐릭터이며, 그들이 살아가는 비블리아 고서당은 근사한 장소다.
이 책을 읽으면 절로 연애를 하고 싶어 질 것이다. 연애가 선사하는 가슴벅차며, 온 살갗을 간지럽히는 몽글몽글한 감정들. 미카미 엔은 아래와 같은 문장들로 가슴 설레게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이라고 적어놓은 말은 마치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말고 병원으로 찾아오지도 말라는 뜻처럼도 읽혔다.
(이런 문장이 설레지 않는다고?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방의 메세지 하나에 온갖 해석을 갖다붙이면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해본 경험이 진정 없단 말인가?)
이 소설은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빠져들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쉬운 문장,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들, 그리고 간질간질한 연애의 그 무엇. 어느새 마지막 장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이 책을 덮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바로 이 책들의 주인공인 시오리코 씨다. 고서당의 주인인 시오리코, 그녀는 평소에 수줍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책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책이 전부일지도 모르는 그녀. 그래서 그녀가 실제로 보고 싶다. 연예인 중에서 딱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그녀는 한번쯤 만나고 싶다. 그녀를 만나면 옆에서 하루 종일 다양한 책 이야기를 선사해줄 것 같기에...
특히나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가을 초입, 현실적인 연애보다는 소설 속의 연애를 지긋이 바라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책 속을 바라보는 살짝의 관음은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