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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Oct 08. 2015

빅아일랜드, 마우나케아 천문대 도전기

2015년 여름날 하와이에 3주간 머물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시간의 역사, 코스모스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자랐고 원자, 양자에 심취해 있었다.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서, 로버트 하인라인, 로저 젤나즈니 등의 SF작가들의 책까지 섭렵했다. 그리고 대학에서 4년간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별 보는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관통하는 단어는 결국 우주였다.



우주,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이 시공간 자체이자 전체에 대해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별에 대한 동경이 있었으며 이러한 동경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있는 삶의 중심이리라. 이런 나에게 천문대란 마치 천주교도들의 '성당과 성지'와 같은 곳이리라. 그들은 '성당과 성지'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지만 나는 별을 보며 또는 천문대를 방문하며 위안을 얻곤 하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있는 마우나케아 천문대(Mauna Kea Observatories) 일종의 꼭 방문해야 하는 첫 번째 장소와 같은 곳이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우주인이 되어 우주정거장에 간다던가 달에 가본다던가 화성에 가볼 수 없기에 현실적 대안은 저 멀리 보이는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천문대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빅아일랜드 마우나케아 천문대는 그렇게 나에게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무려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버킷리스트 상단을 차지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마우나케아 천문대를 방문하려고 차를 몰고 나섰다. 마우나케아로 올라가는 길은 구름을 넘어서야 한다. 구불구불한 길은 마치 미시령 고개를 연상시키지만 어서 빨리 마우나케아 천문대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비록 먼 발치에서 천문대를 바라보고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향후 10년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THE VISITOR INFORMATION IS CLOSED UNTER FURTHER NOTICE NO SERVICES


마우나케아는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다. 이곳을 찾아갈 때는 당연히 두꺼운 잠바를 준비해야 하며 만약을 대비해 물과 간단한 샌드위치는 필수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마우나케아 천문대와 관측소의 운영 여부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찾아왔기에 의심 없이 마우나케아를 찾았다. 마우나케아를 올라갈 때 자동차의 부르릉 소리는 마치 나를 축복해주는 소리 같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박제된 시간' 속의 수많은 분화구와 구름 그리고 넓은 용암대지 위를 덮고 있는 목초지는 이곳을 매우 인상 깊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우나케아가 닫혔다. 마우나케아  전망대뿐만 아니라 전망대에서 관측소로 올라가는 자동차 길 역시 막힌 것이다.


추후에 사정을 알아보니 빅아일랜드의 원주민들이 마우나케아 관측소가 계속 확장하는 공사를 하는 것에 대한 반대를 하기 위해서 막았다고 하였다. 언제 다시 열릴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마우나케아 정상에 올라 관측소도 보고 지는 석양도 보고 하늘에 가득 찬 별도 보고 싶었다.


순간 맥이 탁 풀려버렸다.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천문 관측소가 있는 그곳이 지금 닫혀있다. 현재 11개국의 13개 망원경이 운영되고 있는 그곳 말이다. 해발 4,205미터의 마우나케아 관측소는 결국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일본 국립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도 내 눈으로 보고 싶었고 우주 말고 지상에서는 최대의 망원경, KECK 천문대 망원경도 보고 싶었다. 그 관측소와 망원경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흘러 다닌다. 하지만 그냥 멍하니 한참을 있었다.





나는 이곳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새들노드를 1시간 달리고 다시 산 아래서 이곳 전망대까지 30여분 차를 몰고 온 이곳, 20년 전부터 와보기를 꿈꿔온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며칠이  지난날, 나는 다시 이곳을 찾았다. 정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하지만 다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의 마우나케아 천문대 도전기는 끝이 났다. 물론 다시 빅아일랜드를 찾아갈 것이고 그때는 당연히 다시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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