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날 하와이에 3주간 머물다
하와이의 빅아일랜드(Big Island)를 알고 난 이후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 너무나 멋진 바람과 바다 그리고 화산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우나케아에 있는 천문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는 사람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랜 시간이 흐른 2015년 여름날, 드디어 이루어졌다. 다녀와서도 계속 풍경을 잊을 수 없는 그곳, 이렇게 글을 적으며 다시 그때를 떠올려본다. 잊을 수 없는 3주간의 기억은 이제 머릿속과 사진으로만 존재한다.
힐튼 와이콜로아 리조트에서 북쪽으로 약 60킬로미터, 약 50분을 자동차로 달리면 나오는 와이피오 계곡 전망대(Waipio Valley Lookout)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염없이 바다와 계속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사진을 찍고 다시 보면 그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찍은 사진을 다 지워버리고 다시 찍기를 몇 번째 반복한다. 하와이의 모든 지역 중에서 이 곳이 제일 '사진빨'이 안받는 곳이었다. 이곳은 바람과 바다와 산과 계곡 그리고 평원이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지만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된다. 바다와 계곡 사이의 공간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다. 약 100년 전을 상상해보았다. 문명의 혜택이 없었던 시절 이곳은 어떠하였을까 말이다.
옆에 빛바랜 설명을 읽어보았다. 총 4개의 설명판으로 구성된 오래된 자료였다. 이 와이피오 계곡은 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하와이 왕족들의 신비의 낙원이었다. 위대한 추장(지도자)을 많이 배출했으며 마나가 계곡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전설이 있다. 어린 시절의 카메하메하 1세 대왕이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다.
'카메하메하'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나? 어린 시절 드레곤볼을 본 세대라면 알 수도 있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에네르기파라고 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면 '카메하메하'라고 한다. 굳이 번역하면 카메(거북) 하메(판벽)가 되는데 거북판벽파 또는 거북 등껍질파 정도가 된다. 드레곤볼을 만든 토리야마 아키라의 아내가 미카미나치가 남편이 고민 중일 때 제안했다고 한다. 거북도사니 그런 작명을 사용했을 거 같은데 왠지 미카미나치가 그 전에 하와이를 방문했고 그래서 카메하메하라는 왕을 알고 있지는 않았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저 아래에서 계속 포말이 일어난다. 와서 부딪히고 부딪힌다. 모래도 일반적인 흰 빛깔의 모래가 아닌 검은 색을 보여준다. 바다의 열 점에서 솟구친 마그마가 빅아일랜드를 만들고 산들을 구성했다. 그리고 그 산에서 떨어져 나온 화산석들을 수천, 수만 년의 풍화를 거쳐 검은 모래를 만든다. 그냥 무심히 쳐다보았다.
산 두개 사이에 평야가 펼쳐져있고 앞은 바다이고 뒤쪽은 역시 낮은 산맥이다. 구름 사이로 비친 햇살은 잠시나마 저 평원을 따스하게 만들었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저 아래 평야와 검은 해변을 가보고 싶었지만 사륜구동만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엄청난' 경고들이 적혀져 있다. 경사가 무려 25도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전망대에서 아래를 바라보기만 했다. 머물러 바람을 느끼고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