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이비리그’라는 단어에는 여러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성공, 수재, 엘리트 같은 말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고 느낀다. 그냥 평범한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남들처럼 군대를 다녀오고, 취업을 했다. 그래서 석사를 떠올릴 때조차도 스스로를 아이비리그와 연결 짓는 일은 없었다. 아이비리그에 학교가 몇 개나 있는지도 정확히 모를 만큼, 그 세계는 나와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처음 석사를 준비할 때를 떠올리면, 인터넷에 떠도는 합격 수기와 후기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잘 정리된 대부분의 글이나 커뮤니티는 연구원이나 박사 진학을 염두에 두고 연구 분야와 랩, 지도 교수를 고민하는 연구 중심 석사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랩이나 교수는커녕 학교 이름도 열 개 남짓밖에 알지 못하던 나 같은 초심자가 MBA와 같은 전문 석사를 준비하는 데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었다. 준비 과정도, 학교 생활도, 그리고 ‘석사 그 이후’까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동화처럼 “그래서 공주는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후에 내가 투자하기로 한 시간과 노력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보상받게 되는지, 공주와 왕자의 결혼 이후의 삶이 더 궁금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문제는,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주변에는 알리지 않은 채 준비를 하고, 만약 합격한다면 힘들게 취업해서 지금까지 3년 정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업의 길로 들어서야 했다. 하지만 합격 수기 어디에도 ‘합격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1년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월급이 없는 상태로, 돈을 쓰면서 미래를 위해 버텨야 하는 시간에 대한 고민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 그대로 나는 '그냥 직장인'이었고, 아이비리그 중 브라운과 컬럼비아에 지원했다. 그리고 두 곳 모두에 합격했다. 이후 브라운에서 석사를 마쳤고, 지금은 뉴욕 맨해튼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석사를 졸업했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냥 직장인 in New York'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현재 회사에는 인턴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에 Vice President로 승진했고, 한국과 미국, 영국의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강의와 강연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준비하는 과정과 학교에서 만난 친구, 연구자들과 함께 여섯 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그보다 더 많은 학회와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했다. 몇 차례의 수상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내가 처음 미국 석사를 준비할 때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막연히 MBA를 떠올렸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1년짜리 과정에 진학했고, 학위를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계획 대신 뉴욕에서 어느덧 5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미국에 오기 전 한 선배는 “수업보다 골프를 더 많이 쳤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수업보다 면접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처럼 자유로운 복장과 뷔페식 식사, 완벽한 워라밸을 기대했지만, 현실의 금융업은 정장과 구두, 그리고 야근이었다.
물론 이 경험이 누구에게나 반복될 수 있는 전형적인 경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비슷한 위치에 서서 석사를 고민하는 ‘그냥 직장인’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냥 직장인’이 어떻게 아이비리그에 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과정에서 얻은 실질적인 팁들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