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오늘은 왠지 화가 난다.
그래서 막걸리 한잔 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린 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다.
원래 이 공간은 은퇴한 퇴물이 주절주절 옛날 이야기나
끄적여보려고 만든, 아무도 모르는 뒷골목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가?
왜 자꾸만 구독자 수가 눈에 밟히는가?
왜 하루에 열 번씩 '좋아요' 알림을 확인하는가?
왜 이 글이 몇 명에게 읽혔는지,
누가 뭐라고 댓글을 남겼는지가 내 하루의 무게를 좌우하는가?
"그냥 추억을 남기고 싶을 뿐인데..."
처음의 그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이 화나는 감정은,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나'는 꼭 이겨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숫자로 증명받아야 한다고 속삭인다.
아무도 경쟁하지 말라고 했는데, 내 마음속에 경쟁의 칼날이 서서히 세워지고 있었다.
"버려라, 다 버려라!"
내가 나에게 소리친다.
구독자 수? 버려!
조회수? 버려!
좋아요? 버려!
그런데… 왜 버릴수록 그 빈자리가 더 크게 으스스하게 다가오는가?
버리려 할수록 오히려 그 숫자들이 내 정신을 단단히 움켜쥔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이렇게 초라해질 줄이야.
은퇴한 사람이,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이가,
왜 하필 '좋아요' 한 개에 마음이 흔들리는가?
‘퇴물’이라 자조하면서도 정작 버티지 못하는 이 이중성이 밉다.
하지만 잠깐—
이 화는 어쩌면 나를 배신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고통일지도 모른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원하는가 보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
심지어 추억조차도 혼자 썩히기보다는 함께 나누고픈 마음.
이것들이 그토록 부끄러운 것인가?
아니, 부끄러울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마음이 '숫자'에 갇히지 않게 하라.
100일이 지났다는 건,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해냈다는 증거다.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값지다.
구독자가 한 명이든 백 명이든,
그건 내 글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
오늘 나는 화가 났다.
그 화는 마치 거울 같아서,
내 안에 아직도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작고 초라한 자아가 살아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자아도 결국 나의 일부다.
싸우지 말고,
그저 알아차리기만 하라.
"괜찮다."
내가 나에게 속삭인다.
네가 쓰는 그 글은,
구독자를 위한 것도,
좋아요를 위한 것도,
심지어 100일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건 오직 ‘지금의 너’를 위한 기록이다.
추억을 쓰는 퇴물이라면,
추억처럼 살아도 괜찮지 않은가?
오늘의 화는 내일의 웃음이 될지도 모른다.
단지 오늘, 이 순간만은 화내는 걸 허락하자.
그리고 내일은 다시
"오직 나를 위해"
주절주절 써 내려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