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A 씨는 명문대를 나온 이후론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반면 지방대를 나온 B 씨는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회사가 끝나면 대학원 강의에 늦을까 봐 냅다 뛰었다.
10년 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A 씨는 꼴랑 명문대학 학벌 하나로 평생을 우려먹지 못하고
나이 40대 중반에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장사 한다고 몇번 말아 먹고 지금은 쉬는 중이란다.
그러나 B 씨는 미디어 분야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여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섰다.
오늘은 이들과 함께 소주한잔 했다.
대학 진학률 세계 1위.
그 빛나는 수치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진실이 있다.
졸업장을 손에 쥔 뒤 책을 다시 펼치는 이들은 드물다는 것.
입시라는 거대한 산을 넘느라 공부에 지쳐버렸을까,
아니면 바쁜 일상이 허락하지 않아서일까.
"변화를 따라가려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곧바로 찾아오는 무거운 눈꺼풀,
퇴근 후 학원으로 달려가도 머릿속에 남는 건 피로뿐이다.
결국 '이 나이에 무슨 공부?'라는 자괴감이 불꽃처럼
일어나 의욕의 불씨를 잠재운다.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성인의 익숙한 풍경이다.
OECD 연구는 냉정한 사실을 전한다.
한국 성인의 학습 의지는 회원국 중 최하위다.
반대편 끝에 핀란드가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카메라는 핀란드 교실을 비추었다.
세계 최소 수업 시간,
숙제는 10분,
객관식 시험 없이도 세 언어를 구사하는 학생들.
핀란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놀랍게도 이 아이들은 훗날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 생산성을 이끄는 주역이 된다.
핀란드 성공의 열쇠는 어른들의 배움에 있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25~64세 성인의 교육 참여율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이제 성인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있다.
아이들에게만 주어졌던 배움의 권리를
어른에게도 되돌려주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연간 노동 시간 세계 2위, 생산성은 하위권인 한국은 다르다.
배움의 의지를 북돋우거나 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 인색하다.
"배움의 동기 유발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인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 도구이기 전에,
나이 듦과 함께 지식과 지혜를 확장하며 얻는 깨달음의 기쁨이 있다.
그 기쁨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를 유기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든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경쟁력을 얻길 바란다면,
어른들이 책상 앞에서 졸지 않고 스스로를 발견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배움은 결국 자유를 찾는 과정이다.
행복으로 가는 핀란드식 여정이 우리에게도 열릴 수 있을까.
배움은 길을 잃은 어른에게 주는 두 번째 나침반이다.
그 바늘이 가리키는 곳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을 새롭게 해석할 용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