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

주절주절

by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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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이 최근 내 눈앞에 던져주는 영상들은

종종 미국 현장 경찰의 바디캠 영상이다.

총격 현장, 도주하는 범인, 비명과 혼란.


그 생생한 폭력의 순간들은 마치 인간 본성의 어두운 단면을

증명하라도 하듯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왜,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을까?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시험지에 종종 등장했던 질문,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당시엔 맹자와 순자의 성선설, 성악설이 헷갈렸다.

‘맹자는 맹해 보이니 성선설,

순자는 순해서 악당을 싫어하니 성악설’이라며

억지로 머릿속에 밀어 넣던 그 질문이,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내게 회자되는 철학적 수수께끼가 되었다.

사실, 이는 재미있는 철학적 논쟁 주제 중 하나이다.



순자(荀子, 기원전 298년? ~ 기원전 238년?)



공자는 인간의 본성을 ‘비슷하다’고 말하며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모호했다.

가장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는 바뀌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주장은 이후 맹자와 순자의 대립으로 이어졌다.


맹자는 인간이 본래 선하며,

교육과 환경이 그 선함을 꽃피운다고 보았다.

반면 순자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며,

오직 예(禮)와 법으로 다스려야 문명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상가 모두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태어났다는 점이다.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도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히 갈린 것이다.



기원전 372년?~기원전 289년?)



성선설과 성악설은 단순히 ‘착함’과 ‘나쁨’을 가르는 이분법이 아니다.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 내면의 도덕적 씨앗을 신뢰하는 낙관주의라면,

순자의 성악설은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경계의 철학이다.

순자는 인간의 욕망이 방치될 때 파국을 부르므로,

사회적 규범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이는 마치 유튜브 영상 속 범죄 현장을 목격할 때 느껴지는 두려움과 닮았다.


‘만약 법이 없다면, 과연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까?’


현대 과학은 이 논쟁에 새로운 해석을 더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협력과 배신,

이타심과 이기심을 동시에 진화시켜 왔다고 설명한다.

집단에서 배척당할 위험은 이타적 행동을,

굶주림의 위협은 먹이를 독점하려는 본능을 키웠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사폴스키는

“인간은 상황에 따라 천사나 악마로 변할 수 있는 회색 영역의 존재”라고 말한다.

실제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평범한 사람들이 권력과 익명성 아래서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동시에, 재난 시 희생적으로 타인을 구하는 이들의 모습은

맹자의 주장처럼 선한 본성의 발현이기도 하다.


여기서 핵심은 ‘환경’이다.

교육, 제도, 문화는 인간의 본성을 끌어올리기도,

추락시키기도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복지 체계를 구축한 것은

시민의 선한 가능성을 믿는 맹자적 사고라면,

엄격한 법 집행으로 범죄율을 낮추는 싱가포르의 시스템은

순자의 논리를 실천한 사례다.


즉, 선과 악의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만이 아닌 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다.

유튜브 영상 속 범죄자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이웃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악의 길로 들어선 것은 타고난 본성 때문일까,

빈곤과 방치 같은 환경의 결과일까?

아마 양쪽 모두 일 것이다.

인간은 선과 악의 씨앗을 모두 품고 태어나며,

어떤 씨가 자라날지는 ‘어떤 흙에서 길러지는가’에 달렸다.

공자의 ‘습(習)’이 중요한 까닭이다.


오늘날 우리가 성선설과 성악설을 동시에 논의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간의 이중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교육은 개인의 선한 잠재력을 깨우는 동시에

악의 유혹을 막는 방어막을 마련할 수 있다.

법과 제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되,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감시의 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더 나은 인간’을 믿는 사회적 실험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어둠을 직시하는 것만이 빛을 키우는 첫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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