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자식 사랑

일상 속으로

by 제임스

우리 아파트에는 은퇴자들이 많이 산다.

전직 대학교수, CEO 등 한때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분들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녀들을 유학 보냈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두 자녀를 모두 해외에서 공부시켰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해외 근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15년 전 기준으로 인당 연 1억 원 정도가 들어갔으니,

현재 물가로 계산하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다행히 아내 벌이가 좋아서 큰 도움이 되었고,

자녀들도 졸업 후 취업이 잘 되어 더 이상 뒷바라지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돈을 쏟아붓고도 모자라

며칠 전 아내가 아이들 생일에 애들에게 큰돈을 주었다.

증여세 면제 한도라는 이유에서였다.

아이들은 "엄빠 노후자금으로 쓰세요"라며 받기를 거부했지만,

아내는 꾸역꾸역 주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선배들은 늘 말한다.

"노후에는 자식을 잊고 살아야 해.

자꾸 얽매이면 한도 끝도 없어.

그런 짓은 자녀도 망치고 자신도 망치는 길이야."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말이다.

노후에 자식에게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들 한다.


돈 주기, 간섭하기, 의존하기.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내가 돈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

자식을 향한 이 마음은 인간의 본능인가?



부모의 사랑은 참으로 이상하다.

자녀가 성인이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심지어 부모보다 더 많이 벌게 되어도 여전히 뭔가 해주고 싶어 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이제 그만해도 될 텐데,

감정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부모라는 존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물론 선배들의 조언이 틀린 것은 아니다.

과도한 관심과 지원은 자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고,

부모 자신의 노후 준비도 소홀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끊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 아닐까.

자녀를 사랑하되 과도하지 않게,

도움을 주되 의존하게 만들지 않게,

관심을 보이되 간섭이 되지 않게.

이 미묘한 선을 지키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자세일 것이다.


끝없는 자식 사랑,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지혜롭게 표현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알마 타데마, A Kiss, 1850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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