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으로
나는 딸과 아들을 키웠다.
그들에게서 재능을 찾는 과정은 비교적 쉬웠다.
딸아이는 초딩 시절부터 많은 상을 받아왔다.
심지어 해외에서 초청하여 시상식도 갔다 올 정도였다.
엄마의 미술 유전자 재능을 받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딸은 미술을 전공하고 그 계통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반면, 아들은 초딩시절부터 속을 섞였다.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만 몰두하였다.
아무리 혼을 내도 소용이 없었다.
게임을 하기 위해 가출도 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아빠의 갤러그 게임 고수 유전자를 물려 받은 것 같다.
그러던 아이가 지금은 유명 게임사에서
아주 만족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아이들은 일찍이 재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30-40가 되어도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아이들보단 부모가 잘못이다.
유리병 속 벼룩의 비극
유리병 안에 벼룩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처음엔 뚜껑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던 벼룩들이
3일이 지나면 더 이상 뛰지 않는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다.
뚜껑을 열어도 벼룩들은 뛰지 않으며,
그들의 자식들 역시 뛰는 법을 모른다.
뛰는 부모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혹시 유리병 속 벼룩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집안의 가풍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관습이라는 틀 안에서,
우리의 진짜 재능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재능이란 무엇인가
재능은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타고난 능력과 훈련으로 획득한 능력.
예체능 분야에서 이는 특히 명확하게 드러난다.
13살, 14살에 트롯 경연대회에서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는 아이들을 보라.
그들은 선천적 재능 위에 후천적 연습을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타고났고 노력도 잘한 사람이 1등을 차지한다.
타고나지 않았지만 무지하게 연습하는 사람은 2등쯤 된다.
하지만 타고난 사람이 게으르다면,
3등은 할 수 있다.
그러니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타고난 재능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이다.
재능 발견의 9단계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지능 등 여덟 가지 지능을 제시한다.
하나만 잘해도 먹고살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찾을 것인가?
미술을 예로 들어보자. 단계별로 점검해야 한다.
흥미가 있는가? (X면 끝)
몰입을 잘하는가?
쉽게 배워지는가?
어려운 단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가?
스스로 만족하는가?
타인이 인정하는가?
타인보다 더 잘하는가?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이 아홉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진짜 재능이라 말할 수 있다.
종이접기를 잘한다고?
종이비행기를 멀리 날린다고?
그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미 남들이 보상받고 있는 시장은 그들의 것이다.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
한석봉의 교훈
서예의 대가 한석봉은 50대에 중국 사신에게 글씨로 칭찬받아 가평 군수가 되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실패했고, 강원도로 좌천되어서도 실패했다.
글씨를 잘 쓴다고 정치를 잘하는 건 아니었다.
김정희는 동시대 박지원이나 정약용만큼 다방면에 두루 재주가 뛰어났고,
한석봉은 서예 하나에 치중되어 있었다.
우리는 한 가지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할 거라 착각한다.
하지만 한석봉은 계속 글씨를 썼어야 했다.
관리가 될 게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짜 재능을 살리는 길이다.
좋아하는 일 vs 해야 할 일
청년은 두 가지 고민 사이에서 갈등한다.
되어야 하는 나와 되고 싶은 나.
대부분은 '되어야 하는 나'를 선택한다.
먹고살아야 하고, 결혼해야 하고,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의 무게 때문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에만 매몰되면 어떻게 될까?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잘하는 일이 생기는데,
그것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에서 나온다.
결국 은퇴 후에는 "이제부터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야 하나?" 하고 막막해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은 다르다.
잘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에서 나올 확률이 높고,
하고 싶은 나로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가계도로 찾는 재능
나는 부모의 결합으로 태어난 피조물이다.
그렇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어디서 왔을까?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것들,
그들이 노력으로 만든 것들이 모두 결합되어 나에게 왔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의 재능을 탐색하는 것이다.
삼촌은 무엇을 하는가?
부모는 무엇을 해서 먹고사는가?
이를 직업이 아닌 '일의 단위'로 분석해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잘하는가?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하는가?
팀으로 일하는 걸 선호하는가?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가?
한 곳에 머물며 일하는 걸 좋아하는가?
부모님 세대는 30년 차이가 나지만,
삼촌이나 이모는 10-20살 정도 차이로 더 가깝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직접 찾아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업을 하지 않는다.
체계적 접근: 프레디저 카드의 활용
물건, 사람, 데이터, 아이디어. 네 가지 영역에서 나와 가족들의 성향을 체크해 보자.
건축물 짓기를 좋아하는가?
도구 사용하기를 좋아하는가?
기계나 장비 다루기를 즐기는가?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각각에게 체크하며 동그라미가 많이 나오는 영역을 찾아보자.
그곳에 가능성이 있다.
이 작업을 유치원 때 한다면 어떨까?
진로를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어디로 데려가 체험시켜야 할지 방향성이 생긴다.
에디슨을 죽이지 말자
우리나라에는 왜 일론 머스크 같은 '또라이'가 안 나올까?
우리는 그런 아이가 나오면 '미친놈'이라며 폄하한다.
우리 자식 중에도 에디슨이 있을 수 있고,
이상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와 선생님을 만나면,
그 아이의 인생은 완전히 꼬인다.
오리 속에 산 백조는 자신이 백조인 줄 모른다.
벼룩은 뚜껑이 열려도 뛰지 않는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뚜껑을 열어주고, 백조임을 알려주는 부모이어야 한다.
지금 시작하라
재능을 찾는 일은 한 번의 검사로 끝나지 않는다.
계속해서 관찰하고, 시도하고, 점검해야 한다.
1년 후에 나타나는 재능은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하지 마라'는 말을 하지 말자.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하면 해주자.
그것이 진짜 재능을 발견하는 시작이다.
해야 할 일의 감옥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을 통해 잘하는 일을 만들어가는 삶.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이것도 저것도 찾을 수 없다면,
그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만은 갖게 해주자.